러시아 대통령 역사 - leosia daetonglyeong yeogsa

푸틴 러시아 대통령 당선에 즈음한 외교부 대변인 논평

부서명 작성일 2000-03-27 조회수 2914

구주국 동구과 (720-2357) 1. 대한민국정부는 2000.3.26(일) 실시된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권한대행이 러시아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충심으로 축하한다. 2.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영도력하에 러시아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위한 개혁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어 나가기를 기원한다. 3. 정부는 한.러 양국관계가 짧은 수교역사에도 불구하고 모든 분야에서 발전해온 것을 평가하며, 금번 푸틴 대통령의 당선을 계기로 양국간의 건설적이고 상호보완적인 동반자관계가 더욱 심화, 발전되어 나갈 것으로 믿는다. 4. 또한 정부는 러시아가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평화정착과 안정은 물론 세계 평화를 위한 건설적인 기여와 역할을 계속 수행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끝. 외 교 통 상 부 대 변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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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018년 3월 18일 일요일에는 러시아에서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2012년 당선 이후 재선을 꿈꾸는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을 비롯하여 극우 성향의 자유민주당 소속 블라디미르 지리놉스키(Vladimir Zhirinovsky)와 공산당의 파벨 그루디닌(Pavel Grudinin) 그리고 야블로코(Yabloko) 당의 그리고리 야블린스키(Grigory Yavlinsky) 등이 유권자들을 상대로 경쟁에 나서는 이번 대선은 2008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정부가 대통령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변경한 이후 치러지는 두 번째 선거로, 투표일이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4주년이 되는 날로 지정되면서 정부가 선거 득표율을 높이기 위해 애국심이 급격하게 고조되는 시기를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야기해 초반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2018년 5월 7일부터 2024년 봄까지 러시아연방을 통치하게 될 최고 지도자를 선출하는 대선 레이스에는 정당 추천을 받은 13명과 무소속 2명 등 총 15명의 후보들이 참가하며 이는 11명이 등장하여 최다 기록을 세웠던 2000년 대선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이다.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 대한 국제적 관심 또한 매우 뜨거워 미국을 비롯한 주요 유럽 국가들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으며 특히 유럽연합 산하의 유럽 안보 협력 기구(OSCE: Organization for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는 500명 규모의 감시단을 파견하여 선거를 직접 모니터할 예정이다. 구소련 국가들과 러시아 주변의 이웃 국가들도 진행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독립 국가 연합(CIS: 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과 독립국가연합 의회 협회(IPA CIS: InterParliamentary Assembly of 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 그리고 상하이 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와 집단안보조약기구 의회 협회(Parliamentary Assembly of Collective Security Treaty Organization) 등과 같은 단체를 통해 다수의 참관인들을 파송할 방침이고 이와 별개로 러시아 정부는 해외에 거주하는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선거 참여를 위해 국가별로 총 265개의 투표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각 당의 후보들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인물은 무엇보다 작년 12월 6일 니즈니 노브고로드 소재 가즈(GAZ) 자동차 공장에서 재선 출마를 발표한 현직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다. 그는 1952년 10월 생으로 상트 페테르부르크 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뒤 16년간 KGB 요원으로 활동하다 옐친 정부에서 발탁되어 1999년 대통령 권한 대행직을 수행했고 이후 2000년 대선에 나서 공산당 후보 겐나지 쥬가노프(Gennady Zyuganov)를 이기고 1차 투표에서 당선되었다. 이후, 2004년 연임에 성공하며 세 번째 임기를 노렸지만 헌법상의 불가 원칙으로 인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Dmitry Medvedev) 대통령 행정부에서 총리로 휴식기를 가진 뒤, 2012년 대선에 다시 입후보하여 선출되었고 현재까지 총 17년에 달하는 장기집권을 기록하며 2018년 선거에서 재선이자 통산 네 번째 임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에 맞서는 야당 후보들 가운데에는 우선 좌파 성향으로 공산당 후보인 파벨 그루디닌을 먼저 꼽을 수 있다, 그는 모스크바 주 하원의원을 역임한 57세의 인물로 고령으로 후보직을 사퇴한 당수 겐나디 주가노프를 대신하여 러시아 국민애국세력(NPFR: National Patriotic Forces of Russia)의 후보 유리 볼디레프(Yuri Boldyrev)와 단일화 과정을 거쳐 최종 선출되었으나 당선 가능성이 낮아 소속 정당의 방침인 세계화 반대 정책을 확산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강성 좌익 정당인 러시아 공산주의자 중앙위원회 당(the Central Committee of Communists of Russia)의 후보 막심 수라이킨(Maxim Suraikin) 또한 대선 승리보다는 2차 투표에 진출하여 공산당 후보를 제압함으로써 좌파 정치세력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이 목표이며 이를 위해 스탈린주의를 옹호하며 미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에 타격을 가하자는 구소련 시절의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우파 진영의 후보인 크세니야 소브착(Kseniya Sobchak)은 텔레비전 앵커이자 언론인으로 2004년 이후 최연소 그리고 최초의 여성 후보이다. 그녀는 특히 엄청난 수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스타그램의 스타이자 러시아의 패리스 힐튼이라는 별명을 지닌 자산가로 무소속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인기를 바탕으로 몇 주 만에 등록에 필요한 서명을 30만 명 이상 받아내어 정계 일각에서는 크렘린이 내세운 허수아비 후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도 소브착이 초대 페테르부르크 민선 시장으로 푸틴 대통령의 멘토 역할을 담당했던 아나톨리 소브착(Anatoly Sobchak)의 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와 같은 지적이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으며 따라서 푸틴의 당선 이후 정치 무대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는 중이다. 
 

 인기는 낮지만 눈에 띄는 후보로는 야블로코 당의 그리고리 야블린스키를 언급할 수 있다. 그는 고르바초프 시절 500일 계획을 고안했던 경제학자이자 하원의원을 역임한 노정치가로 동갑인 푸틴의 오랜 정적이며, 모든 민주 세력의 단결을 주장하는 당수 에밀랴 슬라부노바(Emilia Slabunova)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러시아의 분쟁개입 중단과 거버넌스 구조 개선 그리고 중하위 계층에 대한 토지 분배 및 징병제 폐지를 선거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극우파 성향의 자유 민주당 후보 지리놉스키 또한 71세의 고령으로 1991년부터 자유민주당 대표를 맡아 극단적인 러시아 민족주의를 외치고 있으며 2018년 선거를 통해 러시아 역사상 전례 없는 6번째 대권 도전에 나선다. 
 

 공식 등록 후보는 아니지만 선거 과정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인물로는 알렉세이 나발니(Alexei Navalny)가 있다. 그는 사업가이자 반부패 캠페인 블로그의 운영자로 대선 1년 전부터 러시아 전역의 주요 도시들을 순회하며 지지자들을 모으고 선거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미국식 선거전으로 대중 동원에 성공하여 강한 인상을 남겼고 푸틴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총리의 부패를 신랄하게 고발하면서 현 정부의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혔다. 2018년 대통령 선거에서 나발니는 기존의 후보와 다르게 최소 임금과 사유화 소득 과세 및 생활수준 향상 등의 평등 지향적 정책과 서방으로부터의 고립 탈출을 주장하며 푸틴의 가장 강력한 도전자로 나섰지만 그의 인기를 두려워한 크렘린궁이 키로프 주 의원 시절 횡령으로 5년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점을 문제 삼아 후보 등록을 불허함으로써 출마가 좌절되었다. 이후 나발니는 정권의 탄압에 맞서 선거 보이콧 운동을 전개하며 정국의 주요 변수로 재등장했으나 대선에 미칠 파급력은 당분간 지켜볼 일이다.  
 

 현재 대선 가도에서 가장 강력한 당선 후보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다.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이미 80%를 넘어서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소속으로 출마했음에도 집권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을 포함하여 총 9개 군소정당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선거 운동이 시작된 2017년 12월 1일부터 5일 사이에 레바다 센터(Levada Center)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도 푸틴은 70% 이상의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으며 이를 위협할만한 후보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해가 바뀐 2018년에도 지지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으며 일부 통계에 따르면 푸틴이 67%를 기록한 반면 그루디닌과 지리놉스키는 각각 6%, 그리고 야블린스키와 소브착은 모두 1%로 사실상 야당 후보들의 존재감이 사라진 상태이다. 
 

 푸틴의 선거 전략은 1차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 현 체제의 유지와 장기 집권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 현재 75%에서 83%를 오가는 높은 지지율을 최대한 활용하여 이른바 ‘70-70 시나리오’라 불리는 투표율 70%에 득표율 70% 달성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정책적으로 국내 안정과 러시아의 대외적 위상 제고를 강조함으로써 기존의 보수층과 아울러 급격한 변화를 원치 않는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을 포섭하고 나아가 청년층의 지지를 확대하여 투표 참여율을 높이는 동시에 광범위한 정치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청년 대상 군사교육의 강화나 국방성 산하의 청년군(Iunarmiia) 창설, 그리고 국가를 위한 희생과 헌신에 대한 강조 등은 그와 같은 방침의 일환이다. 
 

 선거 전략 외에도 푸틴은 집권 연장을 위해 다양한 사전 조치들을 취했다. 우선 인적 쇄신을 단행하여 신진 인사들과 함께 실무능력을 겸비한 테크노크라트들을 중앙 핵심부처에 배치하고 주요 측근들을 지방 지사직에 포진시킴으로써 전국적 차원의 행정 장악력을 제고했다. 실제로 경제개발부 장관에 35세에 불과한 막심 오레시킨(Maxim Oreshkin)이 발탁되었고 대선을 책임지게 될 대통령실 정치문제 담당 수석 부책임자로는 옐친 대통령 시절 총리를 역임한 뒤 국가 핵에너지 사업체인 로사톰(Rosatom)의 회장직을 맡고 있던 세르게이 키리옌코(Sergey Kiriyenko)가 임명되었으며 전직 재무장관 알렉세이 키드린(Alexei Kidrin)에게는 2018년 이후 국가 경제 및 사회와 문화에 관한 장기계획을 작성하는 프로젝트가 위임되었다. 그리고 대통령 안보실 출신의 드리트리 미로노프(Dmitry Mironov)와 예브게니 지리체프(Yevgeny Zirichev)가 각각 야로슬라블과 칼리닌그라드 지사로 기용되었다.
 

 새로운 엘리트의 충원과 더불어 선거과정에서 야당 후보들이 제기하게 될 부패캠페인의 효과를 미리 차단하기 위해 부와 권력에 대한 지배층의 지나친 과시에 경종을 울리는 제한적인 억압조치가 도입되었다. 그리하여 관세청장 안드레이 벨랴니노프(Andrey Belyaninov)와 대통령 행정실장 세르게이 이바노프(Sergei Ivanov)가 밀수 및 직권 남용으로 경질되었고 경제개발부 장관 알렉세이 울류카예프(Alexei Ulyukayev)는 부패 혐의로 파면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유주의 성향의 키로프 주 지사 니키타 벨르히(Nikita Belykh)도 체포되었다. 푸틴은 이너서클에 대한 재정비 작업을 통해 측근이나 친인척들보다 젊은 관료 및 안보기관의 베테랑들을 중용한다는 엘리트 양성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동시에 행정의 효율성과 부패로 인한 반체제 분위기의 확산을 사전에 방지하는 다중 효과를 의도한 것이었다.  
 

 반면 푸틴에 맞선 야당 지도자들의 선거 전략과 분야별 정책은 상대적으로 매우 빈약하다. 기본적으로 국내 안정과 러시아의 대외적 위상 과시라는 푸틴의 프레임과 별다른 차이가 없으며 다만 일부 후보들이 대외문제와 관련하여 시리아에 대한 개입 중단이나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탄력적 대응 그리고 미국에 대한 보다 유연한 태도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유권자들에게 별다른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국내 이슈와 관련해서도 자본주의로의 체제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빈부차를 해소하려는 기본소득 책정이나 사유화 이익에 대한 과세 등의 정책이 야당의 정국 주도력 부재와 홍보 부족으로 인해 지지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화 반대 운동과 같은 거대담론적 캠페인 또한 공허한 메아리로 전락한 지 오래이다.  
 

 그리하여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야당의 지지도와는 달리, 푸틴 대통령의 인기는 오히려 식을 줄 모르고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물론 2008년의 금융위기가 끝나지 않았고 2014년 크림반도의 강제합병으로 인한 서방 제재가 겹쳐 러시아 전역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으나 푸틴은 체제의 안정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미국에 맞서는 강대국으로서의 국제적 위상을 다양한 방식을 통해 과시하면서 국민들에게 상당한 자부심과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더욱이 현직 대통령을 대신할 수 있는 여당 및 야권 내 정치지도자의 성장이 지체되면서 대안 부재라는 프레임이 힘을 발휘하여 유권자들 스스로도 지도자를 교체해야 한다는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선거 지형 또한 여당으로 기울어져 있는 형편이고 여기에 크렘린 궁이 지원하는 유사정당 후보들과 행정 및 사법기관들의 편향적 지원 그리고 선거 부정행위들이 일정한 효과를 거두면서 푸틴은 선거 과정에서 이미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상태이다. 
 

 실제로 대선의 전초전으로 평가된 2017년 9월 지방 의회 선거에서 집권당인 통합 러시아당은 종래에 비해 지지율이 52.7%에서 54%로 상승하며 3,238석을 장악하여 전체 의석의 91%라는 대승을 거두었고 비례대표에서도 68%에 해당하는 1,439석을 차지하며 선전한 반면 공산당과 자유민주당은 각각 374석과 243석에 그쳐 지방에서 정치적 지지기반을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 지방 주지사 선거와 주요 시장 선거에서도 크렘린 궁이 지지한 후보들은 75%의 득표율을 보이며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에 기여했고 자당 소속의 지자체 단체장들을 통해 선거기구에 대한 전국적인 통제가 가능해지면서 2018년 대선은 푸틴에게 과거보다 한결 우호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하지만 푸틴의 승리가 확실시됨에도 불구하고 2018년 봄부터 시작될 그의 네 번째 임기에는 국내외의 다양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도 ‘국내 안정 및 체제 생존’의 강조로 인해 점차 권위적인 체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주요 사회 이슈들에 대한 구체적인 개혁 프로그램 및 대책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인터넷을 비롯한 언론 및 통신 등 사회 전반에 대한 감시와 통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고 경찰과 법원의 타락상은 심각한 반면 국가 폭력에 맞서 국민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인권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는 오히려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푸틴의 당선이 그와 같은 난제들을 해결하기 보다는 오히려 정체 내지 악화시키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며 나아가 정계 일각에서는 현재의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또 다른 대선이 다가올 2024년이 되면 신헌법 제정을 통해 푸틴이 영구집권을 획책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푸틴의 공격적인 외교 정책 또한 선거 이후에 더욱 굳어질 전망이어서 서방 및 주변 국가들과의 평화적 공존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과 우크라이나 동부에서의 군사 개입으로 서유럽 국가들의 동진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로 인한 서방의 제재조치가 아직까지 풀리지 않고 있으며 이웃 국가들도 러시아의 행동을 두려워하여 주요 외교정책들과 각종 협력관계의 실제 의도를 불신하는 분위기이다. 2014년 시리아 화학 무기 사태와 2015년 9월의 시리아 공습 문제는 중동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해 12월 중순 발표된 푸틴 정부의 시리아 철군 선언에도 불구하고 후속 절차가 지체되면서 러시아 군의 주둔이 여전히 지속되어 국제적 비난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의 관계는 푸틴 대통령과의 남다른 친분을 과시하던 트럼프의 당선으로 해빙기를 맞는듯했으나 곧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문제가 불거지면서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양국 정상은 2016년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의 G20 모임과 11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정에서의 만남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국빈 방문을 통한 공식 회담을 개최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푸틴 대통령은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의 위반 문제를 놓고 2017년 10월 발다이(Valdai) 토론 클럽 연설에서 탈퇴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추진하고 있는 강력한 군사력 재건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러시아가 반발하면서 양국 간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8년 대선 이후 푸틴이 보일 정치적 행보가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변동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2021년 실시될 예정인 총선에서 현재의 정치체제를 구성하고 있는 4당 가운데 3당의 지도자들이 70대의 고령에 접어들기 때문에 정계 은퇴를 선언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산당의 실력자 주가노프와 자유민주당의 지리놉스키는 각각 1944년생과 1946년생으로 이미 70대이고 푸틴과 야블로코 당의 야블린스키는 모두 1952년생으로 한국 나이로 70대에 진입하며 야블로코 당 당수 에밀리야 슬라부노바만이 1958년생으로 60대이다. 하지만 야당지도자들의 세대교체에 푸틴이 동반 퇴진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낮아 보인다.  
 

 오히려 2018년 대선을 맞아 러시아가 직면하게 될 가장 궁극적인 문제는 푸틴의 연임이나 퇴임이 아닌 푸틴 체제의 지속가능성이다. 푸틴이 현상 유지를 위해 안정을 추구할수록 쇠퇴 요소는 축적되며 몰락과 붕괴의 확률 또한 높아진다. 따라서 정권이 무너지지 않는 수준에서 개선조치가 이루어지는 이른바 체제 유지와 개혁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와 같은 기대가 쉽지 않아 보인다. 푸틴은 국내 문제에 대해 선택적 억압과 선전 그리고 검열에 의존하며 변화보다는 차라리 지속적인 정체를 선호할 것이고 국제적으로도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단호한 외교정책을 꾀할 것이다. 그리고 일반시민과 국가기관 및 재계와 정계의 지도자들 또한 급진적 개혁을 회피하며 푸틴 체제의 안정과 지속을 원할 것이다. 결국 2018년 러시아 대선은 푸틴의 승리와 체제 안정을 넘어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러시아의 앞날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계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