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무(無)소유’를 표방하나 삶으로는 ‘소(小)소유’를 지향하는 즐거움입니다. 무언가를 구할 때마다 ‘차 한잔’ 벗님들의 도움을 구하기에 이번에 구입한 기계식 키보드도 ‘결과 보고’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20여년 동안 Cherry식 기계식 키보드인 ML4400을 사용했습니다. 지금의 Cherry식 MX 축의 전신인 ML 축을 사용하는 white와 black 두 대의 ML4400은 문서작성과 웹 서핑을 주로 하는 제게는 부족함이 없는 벗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주인을 닮아 노후가 되어가니 조금씩 앓기를 시작했습니다. 거기다 주인의 부주의로 커피까지 쏟아 붓자 자판 몇 개가 파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너희도 늙었으니 이제 쉬라’하고 새로운 벗을 찾기로 했죠. 언제나 그렇듯이 ‘차 한잔’의 여러 벗님들께서 다양한 키보드들을 추천해 주셨는데 문서작성이 주다 보니 LED 제외하고 Cherry축으로 최종 레오폴드 750을 선택했습니다. 몇 주년 기념이라는 ‘블루/그레이 톤’도 마음에 들었고 LED 없는 심플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수령 후 테스트해 보니 키의 깊이가 깊고 손끝에 힘이 들어가는 게 좀 무거웠습니다. 그래서 부득불 반품을 하고 ML4400 두 대를 고쳐 쓰려 Cherry AS 센타로 점검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키 하나 당 견적이 합쳐진 두 대의 수리비가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결국 ML4400은 수리를 포기하고 고쳐 쓰는데 까지 쓰자하고 마지막으로 총기를 다 쏟아 들인 키보드가 바로 ‘IKBC CD87(갈축) 텐키리스’입니다.
대만(중국?)에서 만든 텐키리스 제품인데 우리나라에는 노란 키캡 제품만 있더군요. 출시된지 얼마 안된 제품인데도 유저들의 평도 좋았고 가격도 괜찮았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노란 제품만 출시되어 11만원 정도인데 아마존 직구로 84,000원(운임포함)에 일주일 걸려 ECMS로 양품이 잘 도착했습니다. 모양은 평범하나 사양은 PBT 키캡에 전원분리형에 전반적으로 준수한 편입니다. 물론 자판은 영문이지만 문서작업 위주의 기계식 키보드를 구하시는 분께 한번 써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키감도 좋고 적당한 갈축 소리도 좋고, 저는 아주 만족합니다. 바디는 알루미늄이 아닌 플라스틱인데도 1.1kg이 나갈 정도로 묵직합니다. 그런데 이 제품이 나온 지 얼마 안되었는데도 벌써 단종이 되는 듯 합니다. LED나 블루투스 지원 등의 기능의 확장성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단종 전에 하나 더 들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이상 늘 도와주시는 ‘차 한잔’ 길벗님들께 감사하여 올린 즐거움의 ‘기계식 키보드 구입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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