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의 잉여신님 - o naui ing-yeosinnim

<주의>

작중 시점이 원작 소설 완결 이후 후일담 형식입니다.

원치 않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작소설을 다 읽고 오시는 걸 추천합니다.

난 경고했어!!

<프롤로그>

내 이름은 사토 카즈마.

일본에서 어이없게 죽은 뒤 여신 아쿠아의 인도를 받아 이 세계로 전생한 나는 이 초보자들의 마을 엑셀에서 최약체 직업인 모험가로 전직했고 문제 많은 동료들을 얻게 되었다.

이 세계 주인공에게 흔히 나오는 치트급 능력 하나 없이 온갖 고생을 하며 살았지만 결국 마왕을 물리치고 나는 영웅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예상치 못한 일들이 정말 많이 벌어졌고 평화로운 지금 시대에 더 이상 그런 예상치 못한 일들은 없어질 거라 생각했으나...

"저기, 카즈마 씨? 왜 말이 없는 거야?"

설마 이 녀석이랑...

"어... 그러니까 나도 지금 이 상황이 꽤나 어색하거든? 그러니까 뭐라도 말해주면 안 될까? 카즈마 씨 평소에도 이상한 소리 자주 하잖아."

다른 녀석도 아닌 이 녀석이랑...

"저기 카즈마 씨? 그렇게 쳐다보고만 있으면 기분이 조금 그런데... 아니 그러니까 나도 천계에서 내려오고나서 데이트란 거에 익숙하진 않으니까..."

...데이트를 하고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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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빈약한 모험가에게 공정거래를!>

"저기~ 카즈마 씨. 우리 언제까지 일해야 하는 거야? 우리 마왕도 잡았잖아. 그러니 이제 떵떵거리면서 안락하게 살아도 되지 않아!? 근데 왜 퀘스트 같은 걸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냐고!"

길드에서 퀘스트를 받아 온 우리에게 아쿠아는 난로 앞 소파에 드러누우면서 떼를 썼다.

"그러니까 몇 번이나 말했잖아! 마왕 퇴치같이 큰일을 해내서 보상을 길드가 아닌 왕도에서 거하게 해준다 했는데 거기서 연락이 올 때까지는 보상을 못 받으니 그때까지는 우리가 직접 벌어먹고 살아야 한다고. 이 멍청이야!"

"뭐! 멍청이라고! 하지만 지금 우리가 돈이 없는 이유는 카즈마 씨가 최고급 마나타이트를 전 재산을 들여서 샀기 때문이잖아! 그러니까 멍청이는 카즈마 씨야! 알겠으면 멍청이인 점을 반성하면서 날 좀 더 여신으로써 대우해 주란 말이야!"

"뭐?! 이 망할 년이! 애초에 네가 멋대로 가출하지만 않았어도 나도 그런 짓까진 안 했어! 하, 역시 마왕 퇴치 특전으로 이런 녀석보다 에리스님을 데리고 왔어야 했는데."

"뭐?! 으으...으으우으우우웁... 프와아아아아앙! 카즈마 씨가 해선 안될 말을 또 했어!! 끄아아아아앙!!! 끄으으...볼 끄지 쥐 마아...의 프 으프드그으..."

"하아. 결국 또 이 패턴이네요."

"정말. 마왕 퇴치 직후에는 사이가 좋아 보이더니 며칠 안 지나 바로 원상복구구나."

메구밍과 다크니스가 한숨 쉬면서 둘이 싸우는 걸 말렸다.

흥분한 카즈마가 숨을 고르면서 아쿠아에게 다시 말했다.

"하아... 하아... 어쨌든 우린 퀘스트로 돈 벌어야 하니까 잔말 말고 나와. 어차피 넌 따로 준비할 것도 없이 입고 있는 옷 그대로 나가면 되잖아?"

"싫어! 정 날 데려가고 싶으면 방금 에리스가 더 낫다는 말은 취소해! 그럼 진지하게 생각해 주지!"

"알겠어 알겠어. 미안하다. 방금 그 말은 취소할게. 그러니 같이 퀘스트 하러 가자."

"아니! 너무 성의가 없잖아! 좀 더 정성을 담아 사과하라고! 그리고 아까 나한테 멍청이라 한건 왜 사과 안 하는데!"

"이 쓱을 년이..."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는 걸 본 다크니스와 메구밍이 급히 나를 제지했다.

"저기 카즈마? 진정하고 일단..."

"맞아요 카즈마. 오늘 퀘스트는 아쿠아가 없으면 힘들다는 거 알잖아요. 이번 딱 한 번만 머리 숙여주세요."

이번 퀘스트는 언데드 퇴치 퀘스트라 아쿠아의 도움이 필요하다. 어쩔 수 없이 데려가야만 한다.

"으으..."

썩어가는 표정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나는 최대한 아쿠아가 들으면 기분 좋을만한 말들로 사과를 했다.

오랫동안 보기도 했지만 워낙 단순한 녀석이라 그런 걸 파악하기는 쉬웠다.

역시 녀석은 방금 울면서 화낸 주제에 금방 풀려서 싱긋 웃고 있...

'아 위험한데.'

마굿간 시절부터 봐온 이 녀석한테 히로인 감정 같은 걸 느낄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마왕 결전 직후에 잠깐 설렌 이후로 가끔씩 이런단 말이지.

퍽! 퍽!

부정맥일 거다.

그래 그때 결전의 충격이라던가 레저렉션이 완벽하지 않았다던가 그래서 부정맥이 온 걸 거다.

내 가슴을 몇 대 주먹으로 때리는 걸 본 아쿠아가 의문스럽게 말한다.

"뭐야~ 카즈마 씨 부정맥이라도 걸렸어? 왜 자해를 하고 그래. 내가 치유 마법이라도 걸어줘?"

"아냐아냐! 아무 문제 없어! 자 준비가 끝났으면 일단 위즈네 가게로 갈까!"

"위즈네 가게는 왜요?"

메구밍이 의문스레 물었다.

"아 언데드 대비용으로 뭔가 신성력이 깃든 마도구라도 준비하려고. 아쿠아가 거의 다 해결해 주긴 하겠지만 나도 내 몸 정도를 지킬만한 그런 힘은 있으면 좋겠어서."

언데드한텐 잠복 스킬도 안 통하고 극상성인 힐도 마력이 모자라서 효과도 별로 없다. 결국 성스러운 느낌의 마도구의 힘을 빌리기로 한 건데...

"리치랑 악마가 운영하는 가게에 그런 게 있을까요. 애초에 있다 해도 정상적일 거 같진 않은데..."

그 말엔 나도 동감이다. 하지만 초보자의 마을인 엑셀에 다른 마도구점은 내가 원하는 수준의 마도구는 없다. 결국 수준이 높은 마도구를 찾으려면 위즈네 가게에 가야 한다는 건데...

"나도 불안하지만 갈 데가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정 괜찮은게 없으면 나중에 다른 마을에 갔을 때 하나 장만하기로 하고..."

"아르칸레티아랑 홍마족 마을에서는 사지 마세요."

"당연하지."

분명 마도구를 살 때 입교서를 쑤셔 넣는 위험한 장소나 사용할 때마다 온갖 중이병 연출이 나올 거 같은 마도구는 나도 싫다.

"잠깐~! 우리 귀여운 아쿠시즈교 애들이 있는 마을의 마도구가 어때서 그래~!"

"다크니스. 너네 집안 권력을 사용해서 좋은 성스러운 마도구 하나 마련하면 안 되냐? 솔직히 그게 제일 편할 거 같은데."

아쿠아를 가볍게 무시하고 다크니스한테 한번 물어봤다.

"너는 대체 우리 집안을 물주로라도 생각하고 있는 게냐? 애초에 더스티네스 가문은...!"

"네네~ 그럴 줄 알았으니 됐어 뭐."

어쨌든 나 하나 조금 편하자고 청렴결백하기로 유명한 이 녀석 가문을 쓰긴 좀 그렇다.

"뭐... 뭐? 아니 생각보다 쉽게 포기하는구나. 조금 더 몰아붙이면 내가 어쩔 수 없이 해줄 수도 있다만..."

"카즈마한테 좋은 갑옷까지 선물 받아놓고 그정도도 못해주는 건가요. 정말 은혜도 모르는 여자네요."

"아... 아니! 난 그런 여자가 아니다! 그런 게 아니라..."

"음? 다크니스 아직도 그 갑옷 가지고 있어? 그거 저주받은 갑옷이니까 내가 정화해 줄게 가져와봐."

"안된다! 아쿠아가 정화하면 그 갑옷이 사라지지 않냐!"

다크니스가 애지중지하는 갑옷이 아쿠아한테 정화당하고 사라질 뻔하자 결국 더스티네스가문의 저택에 보관했다고 한다.

"어이. 더 늦기 전에 출발해야 되거든? 그러니 얼른 나와."

나는 평소처럼 동료들을 데리고 위즈네 가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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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여 위즈. 우리 왔어."

"아 어서 오세요 여러분."

접수대에 위즈가 언제나처럼 반갑게 맞이해준다.

"위즈, 오늘은 좀 어려운 부탁인데 혹시 신성력이 있어서 언데드한테 효과적인 마도구가 있을까?"

그러자 난처한 기색으로 위즈가 말을 했다.

"죄송해요. 저도 언데드라서 성스러운 힘이 깃든 물건 같은 건 가게에 못 들이겠어서..."

"아, 괜찮아. 어차피 혹시나 하고 들러본 거뿐이니까."

그래도 별거 별거 다 가져다 놓는 이 가게라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온 건데 조금 아쉽네.

"바닐이랑 제레실트는 어디 있어? 안 보이네."

이제는 당연하게도 아쿠아한테 차를 타주던 위즈가 말했다.

"바닐씨라면 아까까지 물품 정리하러 안쪽 창고에 들어갔고 제레실트 씨는 불안한 느낌이 든다고 차라리 어떤 소녀한테 소환되는 게 낫다고 어딘가로... 저기 아쿠아님, 왠지 가까이 있기만 한데도 뭔가 따끔거리는데... 아아...아쿠아님..."

닿지도 않고 근처에만 있을 뿐인데 위즈의 안색이 안 좋아지는 걸 보면 최근에 여신으로서의 진짜 힘을 다시 찾고 나서 이 녀석의 신성력이 더 강해진 거 같긴 하다.

"야 인마. 신기 좀 조절 좀 해봐. 위즈가 닿지도 않았는데 저러잖아."

"흥! 내 신성한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 걸 어쩌란 말이야."

새침하게 거절하는 아쿠아를 한대 쥐어박으니 결국 아쿠아도 울상을 지으면서 신성력을 제어했고 위즈도 그제서야 얼굴이 편안해 보였다.

그때 안쪽 창고 문이 활짝 열리면서...

"후하하하! 안녕하신가! 빈약한 스테이터스로 마왕까진 무찔렀지만 결국 중급 언데드조차 감당 못해 이런 골칫거리 가게에 빈약한 희망을 가지고 온 빈약한 모험가와 기껏 잃어버린 신력을 찾고도 지능은 그대로인 가엾은 화장실의 여신과 국가가 위험인물로 주시하기 시작함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마왕성에 폭렬 마법을 쓰는 정신 나간 폭렬소녀와 주위에 경쟁자들이 너무 많아 어떻게 저 빈약한 남성을 꼬실지 매일 청첩장을 거절하면서 머리를 싸매는 변태 크루세이더여!"

...내다보는 악마가 해맑게 말하면서 창고에서 나왔다.

옆에서 화들짝 놀라면서 바닐한테 뭐라고 하고 나도 여러모로 태클을 걸고 싶지만 일단은 물어볼 게 있다.

"저기 바닐. 알고 있으니까 말하는 건데 뭐 괜찮은 물건 들어온 거 없어?

어쨌든 내다보는 악마이다 보니 나에게 필요한 물건을 미리 들여와서 거래를 함으로써 나도 이득 볼 부분은 꽤 이득 봤다. 그러니 이번에도...

"라는 생각을 하고 온 그대에게 쓸만한 물건은 없다! 신성력 같은 더러운 힘을 가진 마도구를 악마랑 리치가 가게에 들여놓을 것 같으냐!"

"역시 그런가..."

어쩔 수 없이 다른 마도구라도 둘러보려는 순간 바닐이 다가와 귓속말이 했다.

"대신 고위 신성력과 약간의 흑마법이 같이 있는 마도구 정도는 있지. 약간의 부작용은 있을 수 있지만 내다보는 악마가 선언하지. 그 마도구를 쓰는 너는 이번 퀘스트를 안전하게 깰 뿐만 아니라 다음날까지 지금까지 못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부작용이 어느 정도 규모인데? 안전한 건 맞지?"

"부작용이 나한텐 꽤나 심각하지만 네 녀석이라면 오히려 좋아할 수도 있겠군. 아마도 별문제 없을 테니 걱정 말거라. 자세한 건 나도 잘 안 보이는군."

"이봐, 대충 말하지 말라고. 안전한 건 확실하지?"

"그건 아마 확실하니 걱정 말거라. 대신 가격을 좀 더 낮춰서 팔아주지. 원래는 이십만 에리스이지만 특별히 반 깎아서 십만 에리스에 팔아주마!"

반으로 깎아서 10만?

"비싸~! 의뢰비가 15만 에리스인데 반 깎아서 10만을 달라고?!"

"후회는 아마 안 할 테니 믿고 한번 사라. 악마는 계약에 관해서 철저하다."

"오늘따라 '아마'라는 말을 많이 한다? 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한 번 사보도록 할까..."

"후하하~! 구매 감사합니다 손님! 자 물건 가져가시죠~!"

돈을 받고 그렇게 말하는 바닐이 준 물건은 평범해 보이는 푸른색 보석이 달린 목걸이였다.

"그래서 이거 어떻게 쓰는 건데?"

"일단 아쿠시즈교도의 신성력을 이 목걸이에..."

"반품."

"핫핫핫~! 우리 가게에 반품은 안됩니다 손님! 후하하! 드디어 저 골칫덩이 매물을 처리했군!"

"야 인마! 너 지금 골칫덩이 매물이라고 했지?! 역시 넌 사악한 악마다! 어이 아쿠아! 이 녀석 당장 소멸시켜버려!"

위즈와 이야기하고 있던 아쿠아가 그 말을 듣고 신나는 표정으로 물었다.

"진짜? 진짜 저 악마를 소멸시켜도 되는 거야? 좋~아!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여신의 힘을 보여주지. 세이크리드 하이니스 엑소시즘!"

"화려하게 바꿔치기!"

그렇게 말하면서 바닐이 내가 쥐던 목걸이를 잡아채더니 가면을 던지면서 피하고 대신 목걸이가 아쿠아의 공격을 받았다.

그리고 목걸이는 떨어졌고...

"아야!"

아야라고 했다.

잠깐, 아야?

"아으... 대체 어떤 분이 떨구신 거죠? 이런 상태여도 아플 건 다 아파서 말이죠."

...

"음... 뭐 실수로 떨구신 거라면 이해해드리죠. 그래도 다음부터는 조심해 주세요. 음... 근데 왜 아무도 말씀이 없으신 거죠?"

...

...역시 여기서 마도구 사는 건 지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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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은 제이스 터커입니다. 에리스교도의 고위 사제로 있었죠."

땅에 떨어진 목걸이를 주워 탁자 위에 올려놓으니 자기소개를 한다.

"저기 카즈마? 이 목걸이 뭔가 기분이 이상해. 분명 신성력도 느껴지는데 기분 나쁜 흑마법도 느껴져. 뭔가 맛있는 크림슨비어를 자이언트토드 입속에서 마시는 기분이야."

아쿠아가 옆에서 속삭이자 목걸이가 그 목소리에 반응했다.

"오? 혹시 지금 말씀하신 그쪽이 저를 깨우신 아쿠시즈교도 프리스트이십니까?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그렇게 목걸이가 말하자 기분 좋아졌는지 아쿠아가 또 속삭였다.

"저 목걸이 은근 사람 볼 줄 아는데? 내 평가가 자이언트토드 입안에서 최고급 홍게를 먹는 정도까진 올라갔어."

어쨌든 자이언트토드 입속이냐...

"그런데 이 목걸이 아쿠시즈교도에 대한 거부감이 없네요. 에리스교도라 했는데 원래 에리스교도는 광신도 집단들도 품어주는 곳인가요?"

"에리스 여신님과 선후배 관계라서 두 교단 사이에 사이가 나쁠 일은 딱히 없다만...그래도 저렇게 호의적인 모습은 나도 거의 처음 보는 모습이다. 당장 이 마을만 해도 아쿠시즈교도에게 저렇게 대할 에리스교도는 없다고 본다.""

"엣흠! 엣흠!"

이 세계에서의 상식인 아쿠시즈교도는 꺼려야 하는 풍습이 이 목걸이한테 안 통하고 칭찬도 받아 기분이 좋아진 아쿠아가 앞으로 나섰다.

"그래! 내가 바로 아쿠시즈교도가 떠받드는 존재이자 아쿠시즈교도의 총본산! 내가 바로 여신 아쿠아야!"

...

정적이 잠시 흐르고 목걸이가 말을 했다.

"이야~ 역시 아쿠시즈교도 분답게 엉뚱한 매력이 있으신 분이시군요~ 그래도 함부로 신을 자칭하는 건 큰일 날 수도 있습니다. 자애로우신 아쿠아 여신님께서는 용서해 주실 거라 생각하지만..."

"그러니까! 내가 그 아쿠읍...!"

"아아~! 죄송합니다! 이 녀석 너무 독실한 신자라서 자신을 여신이라 가끔 생각해서요!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시끄러워질게 뻔한 상황이 예측돼서 아쿠아의 입을 막고 대충 일을 수습하려고 말을 했다.

"으읍읍!! 으읍! 푸하~! 아니 카즈마! 갑자기 왜 내 입을 막는 건데!

"네가 그런 말 해봤자 얼마나 상황이 해결되겠냐. 여기서 시간 오래 지체할 생각 없으니까 빨리 정리하고 퀘스트 깨러 가야 해. 의뢰인과 약속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그렇지만! 그렇지만! 저 이상한 목걸이가~!"

귀찮게 달려드는 아쿠아를 떼어내려고 애를 쓰자 목걸이가 말했다.

"오오... 그렇군요... 저 아리따운 여성분을 누가 데리고 다니나 했더니 그쪽의 남성분이셨군요. 어울린다고 하긴 좀 그렇지만 사이가 좋아 보이는 걸 보니 저도 좋습니다. 허허허."

"뭐!? 내가 이런 방구석 외톨이랑!?"

"내가 이런 빌어먹을 잉여신이랑!?"

아무래도 이거 물건이 제대로 이상하다.

목걸이가 자신을 에리스교도 고위 사제라 하는 걸로 모자라 마왕군 마저 꺼리는 아쿠시즈교도를 좋게 보는 것까지 정상적인 게 없다. 게다가 우결충인 거 같은 느낌도 드는데...

"잠깐. 애초에 에리스교도 고위 사제가 왜 그 목걸이에 있고 왜 에리스교도의 마력이 아닌 아쿠시즈교도의 마력이 필요한 거죠? 게다가 왜 흑마력까지 느껴지는 거죠?"

메구밍이 내가 의문으로 갖는 점을 물었다.

"아. 그건 말이죠. 이건 잠시 제 옛날이야기를..."

"자, 저흰 그럼 바빠서 이만..."

"자,자,자, 잠시만요! 뭔가 이런 상황엔 어떤 슬픈 이야기가 나오는지 기대하는 상황 아닌가요!?"

"아, 말했다시피 저흰 바쁘고 딱히 궁금하지도 않아서요. 자 가자 얘들아."

딱 봐도 괜한 일에 휩쓸릴 확률 100%다.

궁금한 것도 의문도 많지만 그냥 퀘스트나 깨러 가는 게 나을 거다.

"자,자, 잠깐만요! 진짜로요? 진짜로 가시는 거예요?!"

"모험가 소년이여. 이 내다보는 악마가 선언하지. 지금 출발해도 비싼 돈 주고 텔레포트를 사용하지 않는 한 늦을 거고 마차는 저 피곤한 물때청소의여신의 특이체질 때문에 걷는 것보다 더 느리게 도착할 거다. 여기서 돈을 더 쓰지 않고 제시간에 도착하는 법은 저 목걸이의 말을 듣는 것뿐이지."

바닐의 그 말에 문을 열고 나서려던 내 몸이 멈칫했다.

"그, 그럼 이 목걸이의 말을 듣고 도움을 받으면 안 늦는다는 거야?"

"뭐, 일단은 그러하다."

젠장, 그럼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하잖아.

애초에 저 녀석한테 바가지만 안 씌워졌어도 텔레포트요금 정도는 낼 수 있는데.

"하, 그럼 얘기나 들어 봅시다. 대체 무슨 사연이길래 에리스교도 고위 사제가 이런 목걸이 안에서, 그것도 흑마법이랑 같이 있으면서 아쿠시즈교도를 꺼려하지 않으시는 거죠?

"아 그것은 말이죠..."

이때 갑자기 바닐이 끼어들더니...

"그러고 보니 과거의 이야기는 조작해서 이야기를 꾸며낼 수도 있겠군. 좀 더 정확한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선 다른 조치가 필요하겠어."

"뭐? 이 악마 놈아! 또 내 입을 막는 짓을 하기만 해 ㅂㅂㅂㅂㅂ..."

반문을 하려는 터커씨였지만 바닐이 목걸이를 만지자 말을 끝 맺지 못한 채 메아리만 울려댔다.

"무려 음소거 기능도 있는 고급 목걸이다. 뭐, 이 기능은 흑마력이 필요해서 나밖에 못쓰지만 말이다. 하하하!"

"그런 쓸데없는 기능이 있는 건 상관없고 왜 음소거를 한 건데. 네가 이녀석 말을 들으라고 한 거 아니야?"

"들어야 할 말이란 건 어차피 과거의 이야기지 않느냐? 단골서비스로 생생하게 듣고 볼 수 있게 해주지."

덜컥!

그렇게 말한 바닐이 가게 안쪽 구석에서 수정구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놨다.

"저것의 말을 다 들어주면 시간이 꽤 걸릴테니 이걸 써서 확인해보거라. 특정 인물의 마력을 매개로 과거를 알려주는 수정구슬이다."

어, 저거 뭔가 낯이 익은데.

분명 예전에 융융이랑 메구밍이 가게에서 보고 서로 대결을 한답시고 뭔가를 했던 거 같은데.

그러니까... 아마 옛날의 부끄러운 과거를 보여주는...

"으아아아아아~!"

"바인드!"

무슨 물건인지 떠오른 메구밍이 수정구를 집고 바닥에 던지려 하기 직전에 아슬하게 바인드로 붙잡았다!

"놔요! 카즈마! 저런 저주받은 물건은 바로 부숴버려야만 해요!"

"멈춰! 메구밍! 저건 네가 쓰는 물건이 아냐! 그러니 흥분할 필요 없어! 진정해!"

"카, 카즈마. 흥분을 자제할테니 나, 나, 나에게도 바인드를..."

...

나는 그냥 둘다 바인드로 묶어서 가게의 구석에다 냅뒀다. 다크니스는 만족한 표정으로 앉아있고 메구밍은 아직 흥분이 덜 가라앉은 거 같지만 입도 같이 막았으니 잠깐은 조용히 있을 수 있겠지.

"아쿠아. 이따 내가 말하기 전까지 쟤네 묶은 거 풀어주지마."

멋대로 풀기 전에 아쿠아한테 미리 당부를 했다.

"가차없네 카즈마씨... 저기, 여자를 그렇게 난폭하게 대하면 인기 없어지는 거 알아?"

"시, 시끄러! 그것보다 이 수정부터 보자고!"

그리고는 다시 모두가 수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나저나 이거 예전에 우리도 써봤는데 남의 부끄러운 과거만 보여주는 불량품 아냐?"

"그런 불량품을 이 몸이 가게에 들일거라 생각했나? 저 점주랑 같은 레벨로 보면 이 몸에게도 매우 큰 실례다."

"너, 너무해요 바닐씨~!"

울면서 들러붙는 위즈를 한손으로 때내며 바닐이 계속 설명을 이었다.

"이 물건은 사람에 깃든 기억을 보여준다."

"오... 근데 그거 이 목걸이에도 쓸 수 있는 거야?"

"물론이지. 기억은 영혼에 깃드는 법이고 목걸이에 잔류해 있으니 상관없다."

그렇게 말한 바닐이 수정구와 목걸이를 마력으로 이어 작동시켰다.

그러더니 주변공간이 바뀌어지고 이전처럼 작은 스크린이 하나 떳다.

곧이어 목걸이 속 인물로 추정되는 사람이 화면에 보이기 시작한다.

침대에는 사제복을 입은 병약해보이는 사제가 누워있고 그 앞에는 간호를 하는 듯한 어린 소년이 보였다...

***

예전에 올린 아쿠아 카즈마 이어주는 소설 첫 부분 수정하고 추가할 부분 조금 추가함. 아마 10화 정도 분량이 나올 듯.


존나게 늦었지만 재밌게 봐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