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 폐기물 처리 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각국이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폐기물 처리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민간 기업의 역할이 커졌고, 기업들이 인수합병 등을 통해 대형화·전문화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 주목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급성장하는 폐기물 처리산업 미국 폐기물 처리 1위 업체인 웨이스트 매니지먼트(WM)는 24일(현지시간) 뉴욕거래소에서 0.42% 오른 152.3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31.18% 올랐다. 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폐기물 관련주는 경기방어주로 인정받으며 주가가 꾸준히 상승했다. 폐기물 처리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를 본 결과다.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뒤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각국의 폐기물 수출입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다. 코로나19로 음식 포장 등의 수요가 급증하며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급증한 것도 폐기물산업에는 긍정적이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세계 폐기물 배출량은 2020년 22억t을 넘긴 뒤 2030년 28억t, 2040년 33억4000만t으로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美 밸류체인 유망 미국 시장이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폐기물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세계 인구의 4%가 사는 미국은 세계 폐기물 배출량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배출량이 많은 데 비해 재활용률은 낮다. 독일(67%) 한국(62%) 등이 높고, 미국(35%)과 일본(20%)은 낮은 편이다. 미국은 땅이 넓다 보니 재활용보다 매립하는 사례가 많다. 성장 여력이 크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미국에서도 공적 영역이던 폐기물 처리 과정 내 민간 기업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민간 기업의 역할이 커지면서 폐기물 업체들은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 하고 있다”며 “폐기물 처리 시장이 구조적 성장세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는 2019년 시장점유율 5% 정도였던 어드밴스 디스포셜을 인수한 뒤 미국 폐기물 처리 시장의 약 31%를 차지하고 있다. 동시에 수집, 운반, 재활용, 최종 처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수직계열화했다. 한국에는 아직 수직계열화한 기업이 없다. 이 회사가 확보한 매립지는 2, 3위 기업이 보유한 매립지를 합친 것보다 많다. 회사가 가격 결정권을 쥐고 중·장기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비결이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보다 29.5% 늘어난 31억5300만달러(약 3조6845억원)다. 고체 폐기물 수거 전문업체인 리퍼블릭 서비시스(RSG)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올해 주가가 27.14% 오르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보다 22.0% 증가한 20억8500만달러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2020년을 제외하고 영업이익이 꾸준히 늘고 있다. 경기방어력이 높다는 얘기다. 경쟁사는 웨이스트 커넥션스(WCN)다. 스테리사이클(SRCL)은 의료 폐기물을 전문적으로 다룬다.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아메리카 시장 전체에 진출했다. 2017년부터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다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의료 폐기물 증가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4억1200만달러다. 캐나다 업체인 GFL 인바이런먼털(GFL)도 올해 흑자전환을 앞두고 있다. 상업·가정 등에서 나오는 폐기물 전반을 처리한다. 내년에는 1억31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내며 이익폭을 키울 전망이다. 고윤상 기자
[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국내 폐기물재활용‧처리 시장은 개인‧중소기업이 운영하는 체제로 수십 년간 흘러왔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환경의 중요성, 폐기물(폐자원)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정책이 강화되었고 일부 업체들은 바뀌어가는 재활용시장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각종 불법들을 저지르며 재활용폐기물시장을 진흙탕으로 만들었다. 또한 국민들의 환경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폐기물재활용‧처리 업계는 혐오사업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으며 사업승계를 원치 않는 2~3세가 많아졌다. 그러한 가운데 2000년대서부터 조금씩 기업들이 재편되었고 최근 들어서는 대기업들이 뛰어들며 시장이 매우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SK·보광·동서 등 대기업들은 폐플라스틱, 고철 등 재활용 업체를 잇달아 인수하며 시장에 뛰어들었고, 폐기물처리 사업장, 하‧폐수처리장 등 폐기물을 자원화 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갖고 인수하기 시작했다. SK에코플랜트 업종 대전환…아시아 대표 환경기업 목표
아이에스(IS)동서는 지난달 17일 국내 폐기물 업체 환경에너지솔루션(옛 코오롱환경에너지)을 인수했다. IS동서는 최근 몇 년간 폐기물 처리 업체를 잇따라 사들였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이앤에프 프라이빗에쿼티(E&F PE)로부터 환경에너지솔루션을 약 91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IS동서는 지난해 5월 E&F PE와 함께 공동으로 환경에너지솔루션 지분을 취득한 지 1년도 채 안 돼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됐다. IS동서는 영흥산업환경, 파주비앤알, 코엔텍, 인선이엔티, 타운마이닝컴퍼니 등을 인수하며 폐기물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렇게 대기업들이 과거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폐기물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입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건설업계가 폐기물처리 관련 사업 진출에 적극적인데, 건설 쪽은 경기 변동에 따라 수주부침이 크지만 폐기물시장은 설비만 갖추면
안정적 수익률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폐기물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세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최근 강조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부합하는 비즈니스 모델이기에 더욱 집중하는 양상이다.
한국폐기물협회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하루 폐기물 발생량은 2017년 42만9500톤에서 2018년 44만6100톤, 2019년 49만7200톤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폐기물 매립 단가는 연평균 15%, 소각 단가는 연평균 9%씩 오르고 있다. 국내 폐기물처리 시장 규모는 2018년 16조7000억원에서 2025년에는 23조7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폐기물 기업들의 대형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기업들의 시장진입에 반대하는 업계의 목소리도 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업 중소업체들은 대기업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점차 중소업체들의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토로한다. 작년 말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 한국플라스틱단일재질협회, 전국고물상연합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의 여러 단체가 모여 대기업의 폐플라스틱 재활용업사업 철수를 촉구하며, 동반성장위원회에 폐플라스틱 재활용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소각‧매립업계는 대기업들의 환경산업 진출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가적 차원으로 유익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대기업의 자본력으로 친환경 신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대기오염방지시설 개선과 투자로 폐기물 시장의 고도화와 선진화를 이룰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 아마존웹서비스와 폐기물 소각로의 운영 효율을 높이고 오염물질 배출을 감소시키는 친환경 소각로 AI 솔루션을 개발 중에 있다. 소각‧매립업계는 정부의 제도적 한계와 지원 정책에 대한 문제도 비판했다. 소각‧매립업계 관계자는 “자원순환기본법, 폐기물관리법 등 관련법에는 소각열에너지에 대한 정의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데 이제라도 이를 정부가 인정해 방치에너지가 아닌 실체화된 에너지로 법제화해 재활용 실적으로 인정하고 지원방안을 마련하여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하며, “버려지는 폐기물에서 얻을 수 있는 소각열에너지 생산이야말로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 산업전문가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영역인 환경산업 진입에 대해 정부는 내심 반기고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대기업이 진입함으로써 관련업계의 관리가 수월할 뿐만 아니라 규모의 경제로 산업계가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정부는 급변하는 폐기물시장에 맞는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서 다소 혼란스러운 체계를 정립해야 할 중요한 임무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폐플라스틱 모셔가기 전쟁…폐기물 보물되다 귀해진 것은 폐플라스틱뿐만이 아니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가연성 폐기물들의 수요도 만만치 않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가연성 폐기물들은 대부분 시멘트공장으로 흘러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려 88종의 폐기물이 보조연료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멘트공장이 폐기물 먹는 하마로 변모하면서 재활용 시장에서 폐기물을 수급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낮은 단가로 폐기물 쓸어가는 시멘트업계, 시장 불균형 문제 해결해야 시멘트업계는 순환자원을 명목으로 각종 폐기물들을 대량으로 사들이며 시멘트 생산에 사용하고 있고, 투입되는 폐기물의 종류가 88종에 달하며 매년 사용하는 폐기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2005년 시멘트 내 폐기물 투입량은 226만2846톤, 2010년 396만5911톤, 2015년 650만7196톤, 2020년 807만8450톤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많은 폐기물을 태워 시멘트를 생산하는데 질소산화물의 배출기준이 270ppm이다. 반면 소각시설은 50ppm으로 시멘트 소성로 배출허용기준보다 5배 이상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소각시설은 배출기준을 맞추기 위해 약품투입비용과 부산물 처리비용까지 발생한다. 이러한 기준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보니 소각장으로 반입되는 폐기물 단가는 평균 20만원, 시멘트공장으로 반입되는 폐기물 단가는 평균 13만 원 정도로 7만 원 정도의 차이가 난다. 이에 폐기물 시장에서는 비교적 단가가 저렴한 시멘트공장으로 몰리게 되는 것이다. 환경부, 시멘트 업계 NOx 배출허용기준 강화할 것 차은철 환경부 대기관리과장은 작년 11월에 진행한 ‘시멘트 소성로-소각장 폐기물 처리 환경영향 및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시멘트 업체의 질소산화물 배출허용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올해 관련 용역을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힌바 있다. 차은철 과장은 “현재 배출농도가 허용기준의 50% 이하일 경우 질소산화물 배출 부과금을 면제해주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기준을 강화해 기준치의 30% 이하로 배출해야 면제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