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전개 구조 - seutoli jeongae gujo

1) 구성의 개념

소설은 크고 작은 사건이나 이야기들이 서로 긴밀한 관계를 이루며 주제를 드러낸다. 소설 속에서 이러한 사건들은 아무렇게나 나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인과 관계에 따라 새롭게 재구성한 것이다. 이렇게 소설에서 이야기의 전개, 사건의 필연성, 주제의 표현 등을 고려하여 여러 요소를 짜임새 있게 맞추는 것을 소설의 구성(構成, plot)이라고 한다.

소설의 구성 단계

구성의 전개 원리는 갈등의 형성과 그 해결 과정에 있다. 소설의 대표적인 구성 단계는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의 5단계 구성이다. 일반적으로 각 단계는 필연적인 인과 관계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되지만, 주제 의식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각 단계별 요소가 뒤바뀌어 제시되기도 한다.

㉠ 발단:소설의 도입부로서 시간적·공간적 배경, 주요 등장 인물의 성격이 제시된다. 이를 통해 발단에서는 소설의 전체적 분위기가 드러나고, 사건의 실마리가 나타난다.

1964년 겨울을 서울에서 지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밤이 되면 거리에 나타나는 선술집 ─ 오뎅과 군참새와 세 가지 종류의 술 등을 팔고 있고, 얼어붙은 거리를 휩쓸며 부는 차가운 바람이 펄럭거리게 하는 포장을 들치고 안으로 들어서게 되어 있고, 그 안에 들어서면 카바이드 불의 길쭉한 불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고, 염색한 군용(軍用) 잠바를 입고 있는 중년 사내가 술을 따르고 안주를 구워 주고 있는 그러한 선술집에서, 그 날 밤, 우리 세 사람은 우연히 만났다. 우리 세 사람이란 나와 도수 높은 안경을 쓴 안(安)이라는 대학원 학생과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요컨대 가난뱅이라는 것만은 분명하여 그의 정체를 꼭 알고 싶다는 생각은 조금도 나지 않는 서른대여섯 살짜리 사내를 말한다.

-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장면읽기

‘나’, ‘안’, 사내가 우연히 만나게 된 선술집의 풍경이 제시되어 있다.

이 장면에서는 1964년 겨울, 서울의 선술집이라는 시간적·공간적 배경이 제시되어 있다. 또 주요 인물인 ‘나’와 ‘안’, 그리고 서른대여섯 살의 사내가 소개되고 있다. 이처럼 발단에서는 주요 등장 인물과 시·공간적 배경을 제시하고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암시함으로써 앞으로 전개될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 전개:사건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부분으로,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히고 갈등이 겉으로 드러난다. 다가올 사건에 대한 복선이 나타나기도 한다.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팔았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난 서적 월부 판매 외교원에 지나지 않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돈 사천 원을 주더군요. 난 두 분을 만나기 얼마 전까지도 세브란스 병원 울타리 곁에 서 있었습니다. 아내가 누워 있을 시체실이 있는 건물을 알아보려고 했습니다만 어딘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냥 울타리 곁에 앉아서 병원의 큰 굴뚝에서 나오는 희끄무레한 연기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어떻게 될까요? 학생들이 해부 실습하느라고 톱으로 머리를 가르고 칼로 배를 째고 한다는데 정말 그러겠지요?” <중략>

“이 돈이 다 없어질 때까지 함께 있어 주시겠어요?”

사내가 말했다. 우리는 얼른 대답하지 못했다.

“함께 있어 주십시오.”

사내가 말했다. 우리는 승낙했다. <중략>

“넥타이를 하나 골라 가져. 내 아내가 사 주는 거야.”

사내가 호통을 쳤다.

우리는 알록달록한 넥타이를 하나씩 들었고, 돈은 육백 원이 없어져 버렸다. 우리는 양품점에서 나왔다.

장면읽기

선술집에 있던 ‘사내’가 ‘나’와 ‘안’에게 동행할 것을 부탁하고 자신의 사연을 말하고 있는 장면이다.

사내가 우연히 선술집에서 만난 ‘나’와 ‘안’에게 자신이 아내의 시체를 판 돈을 다 쓸 때까지 같이 있어 달라고 부탁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 세 사람이 사내가 아내의 시체를 팔아 얻은 돈을 함께 쓰면서 사건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사내가 두 사람에게 호통을 치며 넥타이를 살 것을 권하는 모습은 위태로워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결말에서의 그의 자살을 암시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 위기:갈등이 고조되고 심화되는 단계이다. 사건의 반전이 나타나며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여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사건이 절정에 이르는 계기가 된다.

“내 아냅니다.”

하고 사내는 환한 불길 속을 손가락질하며 눈을 크게 뜨고 소리쳤다.

“내 아내가 머리를 막 흔들고 있습니다. 골치가 깨질 듯이 아프다고 머리를 막 흔들고 있습니다. 여보…….” <중략>

무언가 하얀 것이 우리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곳에서 불타고 있는 건물 쪽으로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그 비둘기는 불 속으로 떨어졌다.

“무엇이 불 속으로 날아 들어갔지요?” / 내가 안을 돌아다보며 물었다.

“예, 뭐가 날아갔습니다.” / 안은 나에게 대답하고 나서 이번엔 아저씨를 돌아다보며,

“보셨어요?” / 하고 그에게 물었다.

아저씨는 잠자코 앉아 있었다. 그 때 순경 한 사람이 우리 쪽으로 달려왔다.

“당신이다.” / 라고 순경은 아저씨를 한 손으로 붙잡으면서 말했다.

“방금 무얼 불 속에 던졌소?”

“아무것도 안 던졌습니다.”

“뭐라구요?” / 순경은 때릴 듯한 시늉을 하며 아저씨에게 소리쳤다.

“내가 던지는 걸 봤단 말요. 무얼 불 속에 던졌소?” / “돈입니다.”

장면읽기

세 사람이 어디로 갈지를 고민하다 소방차를 따라 화재가 난 곳으로 와서 벌어지는 상황이 제시되고 있다.

소방차를 따라 화재가 난 곳으로 온 사내는 불 속에서 죽은 아내의 환영을 보고, 아내의 시체를 팔고 받은 돈을 불 속에 던져 버린다. 이로써 그 동안 돈이 연결고리가 되었던 사내와 ‘나’, 그리고 ‘안’의 관계가 매듭지어지는 한편 이러한 사내의 위태로운 행동을 통해 독자들은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환영(허깨비 幻, 그림자 影):눈앞에 없는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

㉣ 절정:모든 사건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단계로, 갈등의 정점에서 해결의 전환점에 이르게 된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질서를 잡아가고 결말을 예고하는 단계이다.

“모두 같은 방에 들기로 하는 것이 어떻겠어요?” / 내가 다시 말했다.

“난 지금 아주 피곤합니다.” / 안이 말했다. / “방은 각각 하나씩 차지하고 자기로 하지요.”

“혼자 있기가 싫습니다.” / 라고, 아저씨가 중얼거렸다.

“혼자 주무시는 게 편하실 거예요.” / 안이 말했다.

우리는 복도에서 헤어져 사환이 지적해 준, 나란히 붙은 방 세 개에 각각 한 사람씩 들어갔다.

“화투라도 사다가 놉시다.” / 헤어지기 전에 내가 말했지만,

“난 아주 피곤합니다. 하시고 싶으면 두 분이나 하세요.”

라고 안은 말하고 나서 자기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도 피곤해 죽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라고 나는 아저씨에게 말하고 나서 내 방으로 들어갔다.

장면읽기

여관에 온 세 사람이 각각 다른 방을 잡고 잠을 자러 가는 모습이 제시되어 있다.

전개와 위기 부분에서 나타난 사내의 예사롭지 않은 행동이 절정에 이르러 그의 자살 여부로 모아지게 된다. 여기서 사내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나’와 ‘안’이 그와 함께 잠자리에 들기를 거부하고 각기 방을 따로 잡는 것은 사내의 자살에 대한 방관을 의미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나’와 ‘안’이 인간적인 유대를 거부함으로써 현대 사회의 개별화된 인간 관계의 모습과 인간 소외 현상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방관(곁 傍, 볼 觀):어떤 일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곁에서 보기만 함.

개별화(낱 個, 나눌 別, 될 化):개인이나 개체에 따라 달라짐. 또는 다르게 다루어짐.

인간 소외(사람 人, 사이 間, 트일 疎, 바깥 外):고도로 발달한 산업 사회에서, 문명의 이기로 말미암아 오히려 인간들 사이의 정신적 유대가 허물어지고 인간미가 없어져, 인간성이 소외되는 현상.

㉤ 결말: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진 모든 사건과 갈등이 해결되고 마무리되는 단계이다. 인물들의 운명이 분명해지고 그의 실패나 성공의 전모가 드러나게 된다.

“난 그 양반이 죽으리라고는 짐작도 못 했다니까요. 씨팔것, 약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던 모양이군요.”

안은 눈을 맞고 있는 어느 앙상한 가로수 밑에서 멈췄다. 나도 그를 따라서 멈췄다. 그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김 형, 우리는 분명히 스물다섯 살짜리죠?”

“난 분명히 그렇습니다.” / “나도 그건 분명합니다.”

그는 고개를 한 번 기웃했다.

“두려워집니다.” / “뭐가요?” / 내가 물었다.

“그 뭔가가, 그러니까…….” / 그가 한숨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우리가 너무 늙어 버린 것 같지 않습니까?” / “우린 이제 겨우 스물다섯 살입니다.”

나는 말했다. / “하여튼…….” / 하고 그가 내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자, 여기서 헤어집시다. 재미 많이 보세요.” / 하고 나도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장면읽기

사내의 죽음을 확인하고 급히 여관에서 나온 ‘나’와 안이 무덤덤하게 헤어지는 모습이 드러나 있다.

이 작품은 사내가 자살하고 ‘나’와 ‘안’이 각자의 길을 가는 것으로 끝이 난다. 여기서 ‘안’이 자신의 나이를 확인하는 것은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모든 것과의 단절이 자신을 편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음을 의미한다. 또 ‘재미 많이 보’라는 ‘나’의 작별 인사는 그들의 단절된 인간 관계를 보여 주는 것이다. 이렇게 이 작품은 사내의 죽음을 외면하고 헤어지는 ‘나’와 ‘안’의 모습을 통해 인간적 유대가 없는 현대 사회의 모습과 인간 관계의 단절이라는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유대(끈 紐, 띠 帶):끈과 띠라는 뜻으로 둘 이상을 서로 연결하거나 결합하게 하는 것. 또는 그런 관계.

<서울, 1964년 겨울> 한눈에 보기

(2) 구성의 유형

중심 사건의 수에 따라

㉠ 단일 구성:중심적인 하나의 사건만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구성으로, 통일된 인상이나 압축된 긴장감을 나타내는 데 효과적이다. 단편 소설에서 많이 사용된다.

[‘아우를 위하여’의 짧은 줄거리] 서울 수복 후 ‘나’는 부산에서 서울로 전학을 오게 된다. ‘이영래’가 아이들의 환심을 사면서 반장이 된다. → 이영래는 무리를 만들어 폭력으로 아이들을 제압하고 돈을 뜯어낸다. 여자 교생 선생님이 영래의 잘못된 행동을 점잖게 타이르고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하자 반 아이들이 서로 친해지게 된다. →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영래네 무리가 교생 선생님을 비방하는 쪽지를 돌린다. 교생 선생님의 노력에 영향을 받은 ‘나’는 이에 맞설 용기를 가지고 종이 조각을 돌린 종하에게 사과를 요구한다. → 반 아이들도 일제히 영래네의 잘못을 비판하자 영래네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한다. → ‘나’는 윤리적 무관심으로 인해 정의가 짓밟혀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 황석영, <아우를 위하여>

이 작품은 한 초등학교 학급을 배경으로 하여 폭력에 대한 굴종과 저항이라는 단일한 중심 사건을 제시하고, 이에 용기 있고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독자들은 부조리한 권력(이영래)에 굴종하던 아이들이 교생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불의에 맞서는 모습에서 강인한 인상을 받게 된다.

굴종(굽을 屈, 좇을 從):제 뜻을 굽혀 남에게 복종함.

부조리(아닐 不, 조리 條, 다스릴 理):도리에 어긋나거나 이치에 맞지 아니함. 또는 그러한 일.

㉡ 복합 구성:두 개 이상의 중심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혀 전개되는 구성으로 주로 장편 소설에서 많이 사용된다.

[‘만세 전’의 짧은 줄거리] ‘나’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동경을 출발한다. → 하관(下關)에서 배를 타고 가다 배 안의 목욕탕에서 조선인을 깔보는 일본인들에게 분노한다. → 부산에 내려 거리를 떠돌다 술집에서 조선을 떠나 일본으로 가겠다는 여자의 이야기를 듣고 불쾌해한다. 김천에 내려 형님을 만나나 첩을 두고 있는 형님과 언쟁을 벌인다. 대전에서 기차가 잠시 머무는 동안 밧줄에 묶여 끌려가는 젊은 여인을 보며 조선의 현실을 무덤이라고 생각한다. → 서울에 도착하나 곧 아내는 죽고 ‘나’는 무덤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으로 동경으로 출발한다.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 ‘나’가 조선의 현실을 인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건들이 동경에서 서울로 가는 여정에 따라 병렬적으로 전개된다. ‘나’는 여정에 따라 만나는 인물들과 경험하는 사건들을 통해 일제 강점기 조선의 암울한 현실을 “구더기가 끓는 무덤”이라고 인식하게 된다. 이 작품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당대 조선 사회의 총체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다.

병렬적(나란히 할 竝, 줄 列, ~의 的):나란히 늘어서는 방식의. 또는 그런 것.

총체적(거느릴 總, 몸 體, ~의 的):있는 것들을 모두 하나로 합치거나 묶은. 또는 그러한 것.

사건의 진행 방식에 따라

㉠ 평면적 구성:사건이 순차적인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는 구성 방식을 의미한다. 이 구성은 주로 일대기적 구성의 고전 소설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심청전’의 짧은 줄거리] 심 봉사와 곽씨 부인이 치성 끝에 선녀 태몽을 꾸고 딸 심청을 낳는다. 곽씨 부인이 심청을 낳고 바로 죽자, 심 봉사가 동냥젖을 얻어 먹여 심청을 키운다. → 심청이 15세가 되던 해, 심 봉사가 물에 빠진 자신을 구해 준 화주승에게 공양미 삼백 석을 시주하기로 한다. → 심청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삼백 석에 자신을 뱃사람들에게 제물로 판다. →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은 옥황상제의 명으로 환생하여 황후가 된다. → 심청이 전국의 맹인들을 불러모으는 잔치를 벌이고 심 봉사가 우여곡절 끝에 맹인 잔치에 참석해 딸을 만나고 눈을 뜨게 된다.

- 작자 미상, <심청전(沈淸傳)>

이 작품은 심청의 출생과 성장 과정, 그리고 심 봉사와의 이별과 황후가 되어 다시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 과정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평면적 구성 방법을 취하고 있다.

㉡ 입체적 구성:사건을 순차적인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을 바꾸어 사건을 구성하는 방법으로 역행적 구성이라고도 한다. 주로 현대 소설에서 인물의 심리를 나타내거나 어느 특정 장면을 강조하고자 할 때 활용되는 구성 방법이다.

[‘사수’의 짧은 줄거리] ‘나’는 병원에서 깨어나 B와의 사형 집행을 회상한다. → B는 학창 시절 친구로 곰 선생에게 서로 뺨을 때리는 벌을 받은 적이 있다. → ‘나’와 B는 경희를 좋아하여 대결을 벌인 적이 있는데, 공기총 대결에서 이기기는 하였으나 나는 귓바퀴에 상처를 입는다. → 6·25 전쟁 후 ‘나’는 B와 우연히 재회하여 경희가 그의 아내가 되었음을 알게 된다. → B가 이적 행위를 한 혐의로 구속되고 ‘나’는 B의 사형 집행 사수가 된다. → ‘나’는 B의 사형 집행 순간 주저하다가 이미 쓰러진 그를 쏜 후 의식을 잃는다.

- 전광용, <사수(射手)>

‘나’는 ‘B’의 사형 집행을 맡고 그를 쏜 후 의식을 잃고 쓰러진 현재로부터 ‘B’와 운명적인 대결을 벌였던 과거 몇 차례의 사건을 회상한다. 즉 현재의 시간으로부터 과거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나’가 의식을 잃게 된 데 대한 독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야기의 구성 형태에 따라

㉠ 액자식 구성:하나의 이야기 속에 또 하나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구성이다. 이야기의 핵심 내용을 가리키는 내부(안) 이야기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바깥) 이야기로 나누어진다. 액자식 구성은 시점이 바뀌기도 하며, 내부 이야기의 경우 신빙성을 위해 서술자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배따라기’의 짧은 줄거리] ‘나’는 대동강에 놀러갔다가 영유 배따라기를 부르는 ‘그’를 만나 ‘그’의 사연을 듣게 된다. → ‘그’는 영유 사람으로 아름다운 아내와 씩씩하고 건장한 동생을 두었다. → 아내가 동생에게 친절히 대하자, ‘그’는 아내와 동생 사이를 의심하여 아내를 매우 괴롭힌다. → 아내에게 줄 거울을 사들고 집에 온 ‘그’는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채 땀을 흘리는 아내와 동생의 모습을 보고 오해하여 둘을 내쫓는다. → ‘그’는 아내와 동생을 내쫓고 난 후, 성냥을 찾다가 낡은 옷 뭉치에서 쥐가 나오자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 아내는 시체가 되어 바다에서 발견되고 동생은 영유를 떠나 자취를 감춘다. → ‘그’는 뱃사람이 되어 유랑하는 동생을 찾아 20년 동안 방랑 생활을 하게 된다. → ‘그’는 ‘나’를 위해 배따라기를 한 번 더 부르고 떠난다.

이 작품은 ‘나’가 ‘그’를 만나 ‘그’의 사연을 듣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는데, 바로 이 부분이 도입 액자에 해당하는 외부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가 들려준 자신의 사연 - 사소한 오해 끝에 아내를 죽게 만들고 동생을 떠나보낸 이야기 - 이 내부 이야기로, 이를 통해 인간의 비극적인 운명이라는 주제를 제시하고 다시 외부 이야기로 돌아와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 피카레스크식 구성:독립된 각각의 이야기에 동일한 인물이 등장하여 각기 다른 사건들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주제 의식을 드러내는 구성 방식이다. 연작 형식의 소설이 이 구성에 해당한다.

이문구, <관촌수필>:여덟 편의 연작들은 모두 ‘나’를 중심 인물로 하여 전쟁, 근대화 등 ‘나’가 고향 ‘관촌’에서 겪는 다양한 사건과 경험을 다루고 있다.

제1편 일락서산(日落西山):‘나’는 예전 모습을 찾을 수 없는 고향 풍경에 울적함을 느끼며, 할아버지에 얽힌 추억을 회상한다.

제2편 화무십일(花無十日):6·25 전쟁으로 인해 피란 온 윤 영감 일가의 비극적인 삶을 회상한다.

제3편 행운유수(行雲流水):‘나’의 집에서 부엌일을 거들며 함께 자란 옹점이의 결혼 생활과 떠돌이 삶의 가슴 아픈 사연을 이야기한다.

제4편 녹수청산(綠水靑山):대복이네와 그 이웃들이 맺었던 순박한 관계와 그 삶이 퇴색해 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 옴니버스식 구성:하나의 주제를 바탕으로 독립된 몇 편의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는 형태를 의미한다. 즉 하나의 주제 아래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이야기나 사건을 펼쳐 나가는 방식이다.

김시습 <금오신화> 다섯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으로 여기에 수록된 소설들은 공통적으로 일상적인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이승과 저승의 세계를 넘나들거나, 과거와 현재의 시간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현실적인 제도나 관습, 운명 등에 저항하는 인간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제2부 - 1. 소설의 구성

Seminar

디카 독해 특강

재미있는 서두 읽기

1. 등장 인물의 대화 엿듣기

대화는 두 사람 이상이 있을 때 가능한 것으로, 이를 통해 인물 간의 관계나 처한 상황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내일 아침 올라가야겠어요.”

점심상을 물러나 앉으면서 나는 마침내 입 속에서 별러 오던 소리를 내뱉어 버렸다. 노인과 아내가 동시에 밥숟가락을 멈추며 나의 얼굴을 멀거니 건너다본다.

“내일 아침 올라가다니? 이참에도 또 그렇게 쉽게?”

노인은 결국 숟가락을 상 위로 내려놓으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묻고 있었다.

여느 발단과 달리 대화로 시작하여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나’의 불편한 심리를 드러냄으로써 ‘나’가 이른 귀경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앞으로 밝혀질 것임을 알 수 있다.

김유정, <봄봄>:“장인님! 인젠 저……(성례를 시켜줘야지유).” ‘성례’는 이 소설의 주된 갈등 원인이다.

2. 시간적, 공간적 배경 그리기

소설에서 배경은 단순히 인물의 행위와 사건의 물리적인 시공간적 요소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인물의 심리 상태나 사건의 전개를 암시하는 역할을 한다. 또 소설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이는 독자들이 분위기에 적절한 연상 작용을 일으킴으로써 작품의 주제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영달은 어디로 갈 것인가 궁리해 보면서 잠깐 서 있었다. 새벽의 겨울 바람이 매섭게 불어왔다. 밝아 오는 아침 햇빛 아래 헐벗은 들판이 드러났고, 곳곳에 얼어붙은 시냇물이나 웅덩이가 반사되어 빛을 냈다. 바람 소리가 먼데서부터 몰아쳐서 그가 섰는 창공을 베면서 지나갔다.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수십여 그루씩 들판가에서 바람에 흔들렸다.

음산하고 황량한 겨울의 모습을 통해 앞으로 진행될 사건을 암시하고 있다. 즉 묘사된 배경은 현대 사회로부터 소외된 인간들이 걸어가야 하는 힘겹고 외로운 시간과 공간인 것이다.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 달밤에 허 생원과 성 서방네 처녀의 잊지 못할 사랑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3. 액자 만들기

액자식 구성에서 액자의 틀 역할을 하는 외부 이야기에는 서술자가 글을 쓰게 된 동기, 이야기의 주인공, 글을 쓴 목적 등이 압축되어 있다. 이는 중심 이야기인 내부 이야기를 파악하는 실마리가 된다.

여기 옮겨 놓는 얘기도 아마 그런 것들 중의 하나라고나 할까, 내가 언젠가 어느 공원의 벤치에 앉았다가 우연히 말을 주고받게 된, 머리털이 덥수룩한 한 젊은이에게서 들은 것으로서 허풍도 좀 섞인 듯하고 그리고 얘기의 본론과 결론이 어긋나 있는 듯하기도 하지만 그런 대로 뭐랄까 상징적인 데도 있는 것 같아서 여기에 들은 그대로를 옮겨 보는 것이다.

‘나’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우연히 만난 한 젊은이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독자들은 ‘나’가 이야기를 옮기는 동기에 주목하여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상징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읽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김정한, <모래톱 이야기>:도입부의 외부 이야기에서 한 교사가 재직 시절 겪은 기막힌 이야기를 잊지 못해 글을 쓰게 되었다는 동기를 밝히고 있다.

TIP

인용으로 시작하기

소설의 처음에 인용되는 시나 소설, 잠언, 경구 등은 소설의 주제나 주인공, 중심 사건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또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드러내기도 한다.

최윤, <푸른 기차>:허먼 멜빌의 <법률서기 바틀비>와 이상의 <권태>에 나오는 한 대목을 인용하고 있다.

재미있는 결말 읽기

1. 대사를 통해 주제 드러내기

등장 인물이 던지는 한 마디 대사 속에 작품의 주제를 함축하여 전달함으로써 독자에게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방법이다.

쏠쏠한 새벽바람이 싸늘하게 가슴에 부딪친다. 그 부딪치는 서슬에 잠 못 자고 피곤한 몸이 부서질 듯 지긋하였다.

죽은 사람에게서나 볼 수 있는 해쓱한 얼굴이 경련적으로 떨며 절망한 어조로 소곤거렸다.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 현진건, <술 권하는 사회>

부조리하고 모순된 현실을 인식하고 있으나 그에 저항하지 못한 채 울분을 드러내고 좌절하는 남편을 향한 아내의 말이다. 무지하고 천연덕스러운 이 말을 통해 지식인의 고뇌가 한층 더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현진건, <운수 좋은 날>:“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 이상하게도 운수가 좋더니 아내가 죽는 비참한 일을 당하고 말았다는 김 첨지의 독백이다. 반어적 상황을 설정하여 김 첨지의 비극을 극대화하고 있다.

2. 희망을 보여 주는 결말

행복한 결말은 독자를 기쁘게 하며, 때로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한다.

그는 억지로처럼 조금 미소하였다. / 그리고 빙글 몸을 돌려 산비탈을 달려 내려갔다. / 바람이 마주 불었다. 나는 젊은 느티나무를 안고 웃고 있었다. 펑펑 울면서 온 하늘로 퍼져 가는 웃음을 웃고 있었다. 아아, 나는 그를 더 사랑하여도 되는 것이었다…….

‘나’가 젊은 느티나무를 안고 둘 사이의 순수한 사랑을 지속할 수 있게 된 데 대한 기쁨과 감격을 느끼고 있는 마지막 장면은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한 희망적인 미래를 보여 준다.

하근찬, <수난 이대>:한쪽 팔을 잃은 아버지와 한쪽 다리를 잃은 아들이 힘을 합하여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모습은 수난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와 희망을 보여 주고 있다.

3. 독자의 상상에 떠넘기기

사건의 결말을 명확하게 끝맺지 않고 남겨둠으로써 독자들에게 여운을 남기고, 여러 가지의 결말을 상상할 기회를 부여하여 작품이 다양한 의미를 갖도록 하는 방법이다.

나귀가 걷기 시작하였을 때, 동이의 채찍은 왼손에 있었다. 오랫동안 아둑시니같이 눈이 어둡던 허 생원도 요번만은 동이의 왼손잡이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걸음도 해깝고 방울 소리가 밤 벌판에 한층 청청하게 울렸다.

달이 어지간히 기울어졌다.

이 작품은 허 생원이 동이도 자신처럼 왼손잡이임을 발견하는 것으로 끝난다. 허 생원과 동이가 부자지간일지도 모른다는 독자들의 의문에 대한 해답은 결말에서도 뚜렷이 제시되지는 않는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뻔한 결말보다 훨씬 큰 여운을 얻게 된다.

박지원, <허생전>:허생이 사대부를 신랄하게 비판한 후 잠적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는데, 이러한 결말은 암시와 여운을 주고 허생의 이인(異人)다움을 부각시킨다.

제2부 - 1. 소설의 구성

Seminar

디카 독해 특강

플롯을 강조하는 방법

작가는 이야기를 그가 의도하는 바와 목표에 적절한 방법으로, 즉 전략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플롯은 작가의 의도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작가가 플롯을 강조하기 위해 어떠한 방식을 취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작품의 주제나 소설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

1. 위치 강조법

작품의 여러 단계 중에서 어느 위치에 강조를 두느냐 하는 것으로 서두, 절정, 결말 등 어느 한 위치를 강조하는 기법

2. 중단 강조법

이야기를 순서대로 전개시켜 나가다가 하던 이야기를 중단하고 엉뚱한 다른 이야기를 꺼내어 독자가 구성의 참신함을 느끼고 전개 과정에 호기심을 가지도록 하는 기법

저쪽 벌 한가운데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허리를 굽히고 선 것 같은 것은 틀림없는 학 떼였다. 소위 삼팔선 완충 지대가 되었던 이 곳.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그 동안에도 이들 학들만은 전대로 살고 있은 것이었다.

지난날, 성삼이와 덕재가 아직 열두어 살쯤 났을 때 일이었다. 어른들 몰래 둘이서 올가미를 놓아 여기 학 한 마리를 잡은 일이 있었다. 단정학이었다.

성삼이와 덕재는 고향의 단짝 동무였다. 그러나 6·25 전쟁이 일어나면서 치안 대원이 된 성삼이가 북한군의 협력자인 덕재를 호송하게 된다. 호송하는 도중 성삼이가 떠올린 덕재와 함께 한 학 사냥에 대한 기억은 두 사람의 우정을 회복시키는 매개 역할을 한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성삼이가 덕재를 놓아 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3. 대조 강조법

서로 대조적인 것을 그려 어떤 성격을 뚜렷이 하는 기법

공간의 대조:최인훈의 <광장> ‘광장’과 ‘밀실’의 대립:‘광장’은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공간이고, ‘밀실’은 개인적 사랑과 행복을 추구하는 공간이다.

도시와 시골의 대조:김승옥의 <무진 기행> ‘서울’과 ‘무진’의 대립:‘서울’은 현실적 가치가 중심을 이루는 세속적 세계이고, ‘무진’은 진정한 자아의 모습이 남아 있는 추억의 공간이다.

빈부의 대조:최서해의 <홍염> ‘문 서방’과 ‘인가’의 대립:‘문 서방’은 가난한 소작농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방황하는 이주민의 전형이고, ‘인가’는 소작인을 학대하고 착취하는 지주의 전형이다.

지성과 무지의 대조:염상섭의 <치숙> ‘삼촌’과 ‘나’의 대립,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 ‘나’와 ‘아내’의 대립:무지한 사람은 무지해서 지식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식인은 무지한 사람을 무시해서 애정을 갖지 못하고 대립한다.

줄거리와 플롯의 차이

학생:선생님, 어제 소설 한 편을 읽었는데, 뭐가 그리 복잡한지 모르겠어요. 사건이 온통 뒤죽박죽인데다 주인공의 생각이나 행동을 이해하기도 너무 어려워요.

선생님:그건 작가들이 만든 플롯, 즉 우리가 흔히 부르는 소설의 구성 때문이란다.

학생:플롯이 뭐예요? 소설의 줄거리를 말하는 건가요?

선생님:아니야. 줄거리와 플롯은 다른 개념이란다. 쉽게 말하면 줄거리는 소설을 읽고 소설에서 일어난 사건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서 이야기한 것을 말하지. 그런데 플롯은 작가의 의도에 따라서 사건이 재배열된 것을 말하거든. 물론 고전 소설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을 배열한 소설들도 있지만 그런 소설들은 읽기는 쉬워도 재미는 덜 하단다.

학생:그런 소설이 재미가 없다고요?

선생님:자, 너도 한 번 생각해 보렴. 모든 소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술되어 있다면 아무래도 흥미가 떨어지지 않겠니? 그래서 작가는 각각의 사건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밤을 새워 고민한단다. 회상의 방식을 사용한다든지, 액자식 구성을 취한다든지, 아니면 한 사건을 다른 두 인물의 관점에서 각각 바라보게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야. 이처럼 소설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사건들을 배열한 것이 플롯이란다.

학생:아하, 이제 이해가 되네요. 선생님께서 설명해 주신 것을 잘 살펴보면서 소설을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