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길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태헌의
한역] 濟川向林(제천향림) [주석] [한역의 직역] 내를 건너 숲으로 [한역
노트] 중국의 대문호 노신(魯迅)은 <고향(故鄕)>이라는 글에서, “원래 땅 위에는 길이란 것이 없었다.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이 있으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것은 길의 생성의 원리를 보여준 것이다. 이에 반해 윤동주 시인의 이 <새로운 길>은 길의 희망의 원리를 얘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이 얘기한 길은 ‘내가’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가고 내일도 갈 길이다. 이 길을 가면서 만난, 오늘 핀 민들레는 어제 핀 그 민들레가 아니다. 그리고 오늘 부는 바람은 어제 불던 그 바람이 아니다. 길 위를 지나가는 아가씨나 길 위를 날아다니는 까치가 어제의 그 아가씨고 어제의 그 까치라 하더라도, 어제의 그 모습과 그 소리 그대로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오늘’은 또 ‘내일’의 어제가 된다. 그러므로 내가 ‘오늘’ 길에서 만나는 것은 언제나 새로운 것이다. 길에서 만나는 것이 언제나 새로우므로 내가 가는 길 역시 언제나 새로운 길이 된다. 가야만 의미가 있는 이 새로운 길은 또 희망의 길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새롭기 때문에 희망이 있는 것이다. 그 옛날 은(殷)나라 탕왕(湯王)이 세숫대야에 새겨두었다는,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하라.[日日新 又日新]”는 잠언도 결과적으로는 변화라는 희망을 얘기한 것이다. “변하지 않으면 진보하지 못한다.”는 뜻의 중국 고대 문학 술어인 “불변부진(不變不進)” 역시 같은 맥락이다. 변한다는 것은 새롭다는 것이고, 새롭다는 것은 그만큼 진보한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처럼 변함이 없어 좋은 것도 더러 있지만, 대개는 “변함없음”이 정체거나 답보거나 심지어 죽음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새로운 변화는 좋은 것이고, 새로운 변화는 곧 희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인에게 궁극의 “새로운 길”은 해방과 그 이상의 희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해방된 조국의 “새로운 길”을 끝내 걸어보지 못하고, 침략자의 나라 차디찬 형무소에서 쓸쓸히 눈을 감았다. 결국 해방도 해방 그 이상의 희망도 시인에게는 갈 수 없는 길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시인에게 그러한 통한을 안겨주고 우리의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자들이야 죽어서도 죽어 마땅하겠지만,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일이 이 땅에서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 우리는 그 최소한의 준비로 우리끼리의 소모적인 싸움만큼은 종식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그 작은 길부터 시작하여 큰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야 할 우리의 여정이, 슬프게도 아직은 멀게만 느껴진다. 5연 10행으로 된 원시를 역자는 사언고시(四言古詩) 16구로 재구성하였다. 원시의 행수(行數)보다 한역시의 구수(句數)가 많아진 것은 원시 한 행을 한역시 두 구로 처리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원시에 쓰인 시어를 한역하는 과정에서 누락시키지는 않았지만, 원시에 없는 내용을 일부 보태기는 하였다. 원시의 1·2행과 9·10행은 내용이 동일하기 때문에 압운자 역시 같은 글자로 통일시켰다. 원시의 4행과 7행이 동일하게 “새로운 길”이라는 말로 끝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의 압운자 역시 같은 글자로 통일시켰다. 이 한역시는 짝수구마다 압운하였으며, 그 압운자는 ‘莊(장)’, ‘踉(양)’, ‘康(강)’, ‘翔(상)’, ‘徉(양)’, ‘康(강)’, ‘當(당)’, ‘莊(장)’이다. 2021. 6. 22. <한경닷컴 The Lifeist> 강성위( )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원문 새로운 길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건너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2. 갈래 자유시, 서정시 3. 성격 상징적, 의지적 4. 주제 언제나 새로운 길(인생)을 가고자 하는 의지 5. 특징 - 인생을 상징하는 '길'을 중심으로 시상이 전개됨 - 3연을 중심으로 앞뒤 부분이 의미상 대칭 구조를 이룸 6. 작품 해설 이 시의 말하는 이는 언제나 가야할 길을 '새로운 길'이라고 말하며 날마다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미래 지향적인 의지를 지니고 있다. 또한 인생에서 만나는 수많은 존재를 통해 삶에 대한 희망을 느끼며, 살아가면서 겪게되는 어려움을 이겨 내고 평화로운 곳을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이 시는 상징적인 소재를 사용하여 말하는 이의 삶에 대한 자세를 표현하고 있다. '길'은 '삶, 인생', '내, 고개'는 '시련, 고난, 어려움', '숲, 마을'은 '희망, 평화', '민들레, 까치, 아가씨, 바람'은 '살아가면서 만나는 다양한 존재, 삶에 대한 희망을 주는 존재'를 상징한다. 대조적인 의미의 시어를 통해 의미를 강조하고 있으며, 수미 상관의 구성과 같은 위치에 일정한 음을 규칙적으로 반복하여 운율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3연을 중심으로 1연과 5연, 2연과 4연이 의미상 대칭을 이루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