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패권 국 이 되면 - jung-gug-i paegwon gug i doem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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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텔레비전 송신탑이 지난 1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화염에 휩싸여 있는 모습을 우크라이나 내무부가 공개했다. 키이우/AFP 연합뉴스

중국이 패권 국 이 되면 - jung-gug-i paegwon gug i doemyeon

[기고] 장영희 |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우크라이나와 대만은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부딪치는 지정학적 단층선 위에 놓여 있다. 양 세력의 이익권이 겹치는 지정학적 중간 지대에 위험성이 상존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무력 충돌이 언제나 현실화되는 것은 아니다. 구조의 압력 속에서도 행위자의 냉철한 대응과 관련국 간의 제도적 대비로 충돌을 회피할 수 있다.

패권국인 미국 입장에서 동유럽의 우크라이나와 동아시아의 대만은 ‘패권 도전국’인 러시아·중국의 세력 팽창을 막기 위한 교두보이자 주요 전략 수단이다. 반면에 도전국의 입장에서는 현상을 수정하기 위한 돌파구이다. 중간국이 이러한 강대국들의 논리에 휩쓸리게 되면 패권경쟁의 희생양이 되기 쉽다.

중간국이 완충지대로서 ‘피스메이커’ 역할을 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우선 국내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작동하는 정체성의 정치를 경계하고, 분열과 타자에 대한 혐오의 동학을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국내 정치적으로 친서구 세력과 친러 세력이 경쟁해왔고, 정권교체가 이뤄질 때마다 잦은 대외전략의 변동과 불안정성을 노출했다. 정체성의 정치가 고착화되면 상대는 자기 입맛에 맞는 상대와만 협상을 시도한다. 대만의 경우 국민당 정권과 긴밀한 교류 협력을 촉진했던 중국이 민진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자 대화와 협상의 여지를 남겨놓지 않았다. 중국이 대만 사회를 갈라 치려는 것에 근본적 문제가 있지만, 민진당 세력이 이념으로 안보 문제를 다루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국제정치에서 힘의 비대칭성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위협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위협이 높아지는 흐름에 몸을 내맡길 것인지, 적극적으로 평화 협상을 진행할 것인지는 선택과 전략의 문제이다. 전략이란 가치와 정서에 위배되더라도 공동체의 안전과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이성적 계산하에서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둘째, 여론 지형이 한쪽으로 경도되진 않았는지 성찰하고 균형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발생한 후 대만의 공론장에선 압도적으로 미국 언론의 견해와 관점만이 유통되고 있다. 푸틴의 군사적 모험주의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지정학적 관점에서 러시아가 직면하고 있는 안보 위협에 대해선 충분히 소개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는 어떠한 지리적 장벽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게 되면 러시아 입장에서는 등에 칼이 겨눠진 형세가 된다. 푸틴은 나토가 동진을 하지 않겠다는 1990년대의 약속을 어기고 5차례 확장을 거듭해왔다고 비난했다. 우리가 받는 위협만 강조하고 타자가 받는 위협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다면 대화와 협상은 요원해지고 전쟁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또 이번 침공으로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으로 진출하려는 중국의 대전략이 망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비도덕적 군사행동의 공모자인 것으로만 인식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여론조사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미국의 군사 개입에 58%의 미국인이 반대했다. 반면 작년의 여론조사에서 미국이 군사적으로 대만을 방어해야 한다는 미국인이 52%를 기록했다. 한편, 대만 여론조사에서는 대만인의 60%가 중국의 무력 침공이 있을 경우 미군이 군사적 지원을 할 것으로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대만에 방어 무기를 제공하고 대만 유사시 군사적으로 지원할 법적 근거인 대만관계법의 약속을 여러 차례 확인했지만, 중국의 침공 시 미군 출병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패권국의 힘이 빠지면 안보 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스스로 해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패권전이 이론에선, 도전국의 국력이 패권국 국력 총량의 80~120%에 이를 때 가장 위험하다고 본다. 중국은 현재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고 경제 총량이 미국의 70%에 육박했다. 미-중 관계가 이미 위험한 시기에 진입했다. 패권 경쟁의 시대에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강대국의 논리에 함몰되지 않고 정체성의 정치를 거부하며 국민의 생명과 이익을 우선시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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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국가의 종합 국력은 경제력, 군사력, 인구의 합이다. 그 중 인구에 관하여는 인구의 수가 아니라 그 성분을 봐야 한다. 최근 선진국은 전반적으로 인구의 감소 또는 증가 추세의 둔화 경향을 보이고 있어서 앞으로 강대국의 지형에도 큰 변모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번 강국이 영원한 강국이 될 수 없는 것이 세상 이치다. 21세기 그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인류 역사상 지구촌에서 가장 전쟁이 없는 평화시대는 구(舊)소련이 붕괴된 1990년부터 현재까지 30년이었다고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초강대국 또는 세계패권국인 미국이 타국의 영토에 대한 침략 욕심이 없었고,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가 확산, 민주국가들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팽창하면서 팍스 아메리카(Pax America)에 도전장을 내고 있는 모습을 취하고 있고, 경제면뿐만 아니라 군사면에서 미국 중심의 세계평화 질서에 위협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곧 세계 패권국의 지위를 차지하게 될까.

인구통계학으로 바라보면 20년 후 가장 심각한 문제를 안게 될 강대국은 중국이다. 중국은 현재 UN 통계에 의하면 인구수가 14.5억명이고 2028년까지 인구가 계속 증가할 것이며, 2029년을 정점으로 인구가 감소해 2040년의 인구는 2015년과 같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인구수가 아니라 그 성분이다. 2015년부터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수는 연 3.7% 증가하며 2040년에는 1.5억명에서 3.4억명으로 150%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다. 2015년과 2040년의 전체 인구수는 같으나 50대 이상이 2.5억명이 증가해 급격한 노화를 보이게 된다. 생산 가능 연령(15~64세)은 2015년부터 이미 감소가 시작되어 등소평 이후의 영웅적 경제 성장의 멈춤이 시작됐다.

비정상적인 성비 불균형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7,000만명의 남성 초과현상이 나타날 것이며, 그 중 15~19세의 남녀 성불균형이 5,000만명으로 결혼 문제와 성 매매 문제 등 심각한 사회혼란이 발생될 것으로 우려된다. 결혼하지 못하는 총각이 전체의 1/10이 된다. 정상적인 성비는 보통 100~106명인데, 중국은 118~120명으로 비(非)정상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다. ‘천천히 움직이는 인간적 비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둘째 아이 출산에 벌금을 물리도록 하는 정책으로 인해, 전 국민의 2%인 3000만명이 주민등록이 되어있지 않고 있다는 UN조사 결과가 있다. 특히 15세 이하 여성의 1/4은 출생신고조차 되어 않다.

인구가 현상 유지되려면 여성의 합계 출산율(total fertility rate) 2.1명이 유지되어야 하나 중국은 1.6명에서 1.18명으로 낮아져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다. 2029년을 정점으로 매년 500만명의 인구가 감소하고, 중국의 평균 수명은 현재 76세에서 80세로 연장된다. 중위 연령(median age, 총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연령)은 2040년 47세로 예상되며,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젊은이 비율이 1980년 12명, 2015년 9명에서 2040년 4명으로 사회적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일본과 한국 못지않게 어른들만 사는 세상이 된다. 물론 일본과 한국은 이 보다 더 노령화될 것이지만 일본은 이미 선진 복지 국가를 이룩한 후이고, 선진국가로 진입하는 단계에 있는 한국은 다문화가족 유입 및 남북 협력 또는 통일 등의 방식으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등소평에 의한 중국의 운명적 개혁 조치가 영웅적 경제 성장으로 뒷받침할 수 있었던 힘은 오로지 노동력 인구 구성에 있었다. 1978년 노동력 인구수가 5천6백만명이었는데 연 1.8%씩 증가해 2015년 10억명이 됐다고 한다. 그러나 2015년을 정점으로 노동력 인구가 연 1%씩 감소해 2040년 8.8억명으로 감소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노동력 인구수의 감소보다 더 심각한 것은 노동의 질이다. 15~29세의 젊고 유능한 노동력 그룹은 아직 학생 신분으로 산업으로 진출하지 못하고, 독립 가정을 이루기 전이므로 실제 노동력 인구는 1/4 정도 더 감소하게 된다. 생산과 소비에 있어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30~49세 노동력 인구는 43%에서 37%로 감소된다.

인구통계학(demographics)은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가치(value) 추구 학문이 아니라 사실(fact)에 관한 과학적 연구이며, ‘인구통계는 곧 운명(demography is destiny)’인 것이다. 노동력 인구수와 시장규모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이 20년 뒤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패권국이 될 것이므로 이제 ‘친중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국인들이 있다고 한다. 사실에 근거하지 못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한국의 통일과 팽창은 인접국들로서는 위협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지금까지 한반도의 통일을 가장 방해하는 세력은 중국과 일본과 러시아였다. 그러나 일본은 현재 굳건한 미일동맹의 틀 안에 있으므로 반대 의사를 노골화할 수 없는 상태이다. 국가 간 군사 동맹을 맺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친하기 때문에 동맹을 맺는 것이 아니라 ‘공통의 적’이 존재하기 때문에 동맹을 맺는 것이다. 인접 국가에 패권을 행사하고 영토 주권을 위협하는 그 나라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공통의 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직은 세계패권국의 지위가 흔들릴 기미가 보이지 않은 나라, 우리와 인접하지 않아서 영토 주권이 위협받을 걱정이 없는 나라,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는 그 나라와의 동맹을 더욱 굳건히 유지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