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던지는 시위자 - kkoch-eul deonjineun siwi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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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시리즈. 갤러리산 제공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과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의 에디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회가 부산에서 열린다.

갤러리산은 오는 30일부터 7월 4일까지 부산 금정구 갤러리산과 아트카페 하르에서 '2021 뱅크시&앤디 워홀 랑데뷰 in 부산 Exhibition'을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앤디 워홀과 뱅크시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앤디 워홀의 작품 골드 마릴린 먼로 시리즈(연작 10점)를 소개하고, 대표작인 플라워 시리즈(연작 10점)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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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의 쓰레기통 속의 사랑. 갤러리산 제공

뱅크시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꽃을 던지는 시위자' '쓰레기통 속의 사랑' '무기를 선택하라' 등도 감상할 수 있다.

갤러리산 이경애 관장은 "20세기 중엽 대중성을 예술로 승화시킨 앤디 워홀과 21세기 익명성을 바탕으로 누구라도 사회와 정치에 대해 주장할 수 있다는 평등성을 예술로 완성해가는 뱅크시를 함께 조명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입장료는 성인 7천원, 학생 5천원(아트카페 하르 이용고객 무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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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스톨의 거리예술가 로빈 거닝햄

뱅크시!

그는 과연 누구일까?

거리예술을 세계적인 장르로 끌어올린 화제의 인물을 추적하기 위해 전 세계의 ‘눈’들이 그를 뒤쫓고 있지만, 현재까지 그의 정체에 대해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전 세계 팬들은 오히려 그의 존재가 ‘영원한 미스테리’로 남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뱅크시의 행적을 연구하고 그의 작품을 수년간 찾아다닌 큐레이터이자 사진작가인 마틴 불에 의하면 그는 40대 초반의 평범하고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한다.

뱅크시의 작품 제작에는 보통 20여 명의 스탭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이 등장한 이후 그는 사회적 이슈와 풍자적 메시지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소수로 알려진 주변 인물 외에 그의 얼굴과 본명을 아는 이는 없다.

2016년 영국 범죄학자들의 연구 발표에 따르면 뱅크시는 길거리 예술가 로빈 거닝햄(Robin Gunningham)이라고 한다. 그들은 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GeoPros)을 활용해 브리스톨에 사는 로빈 거닝햄의 행보가 뱅크시의 작품과 연관성이 있다고 보았다.

또한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가 데미언 허스트(Damien Hirst)는 그가 브리스톨에서 활동하는 음악밴드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의 멤버 중 한 사람인 로버트 델 나자(Robert '3D' del Naja)라고 하였다.

매시브 어택은 1988년 영국의 브리스톨에서 결성된 트립 합(Trip Hop)밴드로, 로버트 델 나자와 그랜트 마샬(Grant 'Daddy G' Marshall)로 구성된 2인조 음악그룹이다.

허스트는 매시브 어택의 공연이 끝난 후 공연 장소 부근에서 뱅크시의 작품이 여러 번 발견되었고, 그룹의 맴버인 로버트 델 나자가 브리스톨 지역의 ‘드라이브레즈(DryBreadZ)’라는 그래피티 갱에서 ‘3D’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던 적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실제로 뱅크시는 90년대 초 ‘드라이브레즈’에 소속되어 그래피티를 시작하였고 매시브 어택의 음악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 주장에도 현재까지 뱅크시의 존재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가 없다.

인터넷과 SNS가 지배하는 현 시대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여전히 세계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관심의 대상이다.

그런데 뱅크시가 궁지에 몰렸다!

연이은 상표권 박탈로 익명성을 포기하지 않으면 작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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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던지는 시위자'

2018년 영국의 한 연하장 회사가 뱅크시의 ‘꽃을 던지는 시위자(Flower Bomber)’가 그려진 카드를 제작하면서 상표권 분쟁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뱅크시는 “상업적 목적으로 자신의 작품 이미지를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상표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 업체는 뱅크시가 익명의 인물이기 때문에 작품의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다며 EUIPO(유럽연합 지식재산청)에 상표권 등록 취소를 청구했으며 그 주장은 받아들여졌다.

뱅크시가 자신의 상표로 영업을 한 전례가 없으며 익명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본인의 작품에 대한 상표권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후 판결에 따라 그의 작품들은 동일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고, 상표권 등록을 인정받지 못한 채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앞으로 뱅크시는 신원을 공개하지 않으면 자신의 작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게 되었다.

과연 뱅크시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앞으로의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We are all Banksy !(우리는 모두 뱅크시다).”

뱅크시로 지목된 로버트 델 나자가 한 말이다.

뱅크시의 정체를 추적하기보다 우리가 모두 뱅크시가 되어서 사회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은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아주 멋진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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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피니언 관리자 () --
  • 20 Dec 2018 05:01 PM

임순숙 문협회원

어느 연말 모임에서다. 연사로 나온 L 씨의 스피치를 듣는 동안 ‘르누아르’의 그림 ‘두 자매’가 가끔 떠올랐다. 파스텔 톤으로 처리된 화원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자매의 따뜻한 이미지가 스피치 하는 L 씨의 모습과 맞물리며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시냇물이 졸졸 흐르듯 자신의 이야기를 다정다감하게 풀어내며 듣는 이의 감성 속으로 파고드는 화술은 언변에 약한 나의 동경을 사기에 충분했다.
말을 하기보다 듣기를 더 좋아하는 나는 종종 타인의 스피치에서 거기에 걸맞은 그림을 연상하기도 한다.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연설에선 수묵화를, 흐름이 모호하거나 장황한 화법의 스피치에선 추상화를, L 씨처럼 잔잔한 여운을 던지는 톤엔 ‘모네’ 혹은 ‘르누아르’의 작품을, 하는 식으로 이미지화하며 나름대로 다른 맛을 가미하여 즐긴다.
이런 습관은 그림을 감상할 때에도 예외 없이 음악이나 시를 연상하곤 하는데, 근래엔 이를 용납하지 않는 난적에 꽂혀 그의 흐름에 쫓아가기도 바쁘다. 얼굴은 커녕 이름조차 명확하지 않은 거리의 예술가, 단 35초 만에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그래피티(graffiti) 화가 뱅크시(Banksy)다.
몇 년 전, 길을 가다가 우연히 상점 안에 걸린 액자에 시선이 꽂혔다. 검은 손수건으로 얼굴을 반쯤 가린 한 청년이 상채를 한껏 젖혀 화염병을 투척하려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에서였다. 우리의 어둡던 시절,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을 소환하는 사진 한 장이 어떤 이에게 작품의 소재로 낙점되어 상품화된 아이러니에 이끌려 가게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아마도 사진 속의 주인공이 동양인이 아니란 점도 한몫했지 싶다.


나의 시선을 멈추게 했던 사진은 밖에서 볼 때보다 더 긴장감을 돌게 하는 묘사는 물론 상상 밖의 반전에 깜짝 놀랐다. 촌철살인이라는 사자성어 외에는 설명이 안 되는 한 끗, 누군가에게 기습적으로 한 방 먹은 느낌이었다고 할까. 화염병 대신 꽃다발을 든 시위자의 과격한 포즈는 보면 볼수록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지점을 살짝 비틀어 일침을 놓은 그 작품은 어느 건물 담벼락에 그려진 낙서를 사진으로 찍어 유포된 그래피티였다. 반 권위, 반 폭력을 메시지화 했다는 뱅크시의 대표작, 일명 ‘꽃을 던지는 남자’의 사진을 필두로 나는 그의 작품과 기행(奇行)에 매료되어 SNS를 뒤지기 시작했다.
영국 출신으로 알려진, 얼굴 없는 거리의 예술가 뱅크시는 각지를 돌며 건물벽, 전화 부스, 문짝 등 독특한 캠퍼스에 기발한 아이디어로 풍자적 그림을 그린다. 단순하면서도 유머 감각이 번쩍이는 그의 작품엔 이 사회의 모순을 예리하게 꼬집는다. 자본주의, 상업주의, 소비주의, 권위주의, 기득권 등에 무차별적 융단폭격을 가하며 쏟아낸 그의 낙서는 수많은 사람들을 교묘하게 울리고 웃기며 경종을 울리기도 하고 때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그는 가끔 상상을 초월한 기행을 일삼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자신의 그림을 슬쩍 끼워 넣어 무허가 전시를 감행하는 대담함을 보여 세상을 놀라게 한다. 이런 사실을 전시회 관계자는 물론 수많은 관람객들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웃지 못할 해프닝 뒤엔, 예술을 겉치레로 여기며 건성으로 감상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 기사를 접한 나는 유명 박물관에서 세기적 화가들의 명품을 만날 욕심으로 주마간산 돌던 어느 여름날이 떠 올라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그의 기행 중 가장 따끈한 소식은 얼마 전에 있었던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서 있었던 작품 파쇄 퍼포먼스일 테다. 뱅크시의 작품 ‘소녀와 풍선’이 거액에 낙찰된 순간 내장되어있던 자동 파쇄장치에 의해 작품이 훼손되기 시작했다. 경악을 금치 못하는 세상의 이목을 향해 ‘자신의 그림이 상업적으로 거래되는데 대한 거부감으로 준비된 퍼포먼스’였음을 일갈했다. 결과는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일파만파 번져 새로운 신드롬을 낳게 했지만 요즘 같은 물질만능 시대에 그가 전하고자 했던 묵직한 메시지는 새겨볼 만하다.
표현은 비록 거칠지만 세상의 평화와 행복을 진심으로 구가하는 그래피티 화가, 오늘따라 그의 행적이 더 빛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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