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 플레이 드 다시보기 - nas peullei deu dasibogi

드라마스테이지 - 낫 플레이드(2018), 스포주의

낫 플레이 드 다시보기 - nas peullei deu dasibogi
10사빠2019. 2. 13. 20:27

이번 포스팅은 영화는 아니지만 마음에 든 단막극이어서 소개하려고 한다.

나는 단막극을 사랑한다. 한 시간 정도의 호흡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점이 퍽 좋다.

단막극은 보통 신인 작가의 등단의 기회가 되는 데 그래서 가끔은 내용이나 대사가 아쉽기도 하지만 신인 작가가 풍기는 풋풋함이 드라마에 묻어난다. 단막극을 통해 그들의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단막극 하면 KBS의 드라마 스페셜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데 tvN에서도 작년부터 드라마 스테이지라는 이름으로 단막극을 방영했다. 작년에는 존재 자체를 몰라 보지 못했는 데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됐는 데 좋은 작품을 찾았다.

'낫 플레이드'

낫 플레이 드 다시보기 - nas peullei deu dasibogi

포스터에 보이듯 당구 이야기다. 할머니가 당구에서 의외의 재능을 찾게 된 이야기.

표면적으로는 이런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느낀 '낫 플레이드'는 청춘의 이야기, 이 시대를 사는 60대 할머니의 인생이야기 정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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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나인숙 여사님은 할머니로 불린다. 평생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하며 살림을 해왔고 큰 딸이 하와이에 가기 전까지는 딸의 아이를 돌보며 살았고 지금은 맞벌이 하는 아들의 딸을 키우며 산다. 맞벌이 하는 자식 부부를 위해 아침밥부터 손녀의 어린이집 등하원까지 주말도 없이 황혼에 독박육아를 맞고 있다. 그녀는 가족여행을 가고 싶다고 가족들에게 이야기하고 가족은 돈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그마저도 피하고 만다.

남편은 다 늙어서 여행에 환장했다는 개떡 같은 소리만 한다. 그녀는 사실 친손녀가 할머니와만 있어서 말을 늦게 틔웠고 가족과 여행을 다니면 손녀의 언어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가족여행을 가고 싶다고 한 것이다.

돈이 없어 여행을 못간다는 가족의 말에 지하철에서 일하는 형님에게 소개를 받아 당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그러다 당구장에서 일을 하면서 당구를 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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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녀는 어린 시절 동네에서 구슬치기의 고수였다. 그 때의 영향일까, 그녀는 독학으로 당구를 배웠음에도 엄청난 실력을 보여주는 재능을 나타낸다. 점점 당구에 흥미를 갖고 당구를 통해 할머니에서 '나인숙'이라는 잊고 있던 자신을 찾는다. 그러다 자신이 가정에 잠시 소홀해져서 사고가 겹치자 자신의 자리는 가정을 돌보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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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평생 자식을 위해 일하며 자신의 건강조차 돌보지 못했던 형님의 척추암 소식을 듣는다.

"노란 머리 어때? 노란 머리를 하면 기분이 어떨까 싶어서..."라는 형님의 말이 가슴을 사묻히게 한다. 그녀는 어째서 죽을 위기가 와서야 자신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된 걸까...

이것이 계기다 되었을까? 그녀는 자신의 삶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전국체전 아마추어 부문 당구대회 당일 날, 그녀는 손녀딸을 위해 가족여행을 떠난다. 제주도 여행을 위해 공항으로 가던 길, 남편의 구시대적인 헛소리에 그녀는 결국 폭발하고 만다.

드라마는 그녀가 가족여행 대신 대회에 나가는 걸로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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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처럼 그녀는 당구를 통해 할머니의 인생에서 '나인숙'의 인생을 찾는다. 당구를 위해 쥔 저 손가락 사이로 그녀의 인생에 찬란한 볕이 뜨게 된다. 누구를 위해 사는 것은 나의 인생이 아니다. 나는 나를 위해 살아야 한다.

드라마는 여러 가지로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1. '나인숙'을 중심으로 당구장 사장, 버스킹 하는 청년을 통해 꿈을 갖길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그녀가 당구에 흥미를 갖었을 때 그녀를 가장 잘 이해해준 가족은 남편도, 아들도 아닌 며느리였다. 그런 며느리에게 주인공이 묻는다. "너는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거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 어느 것이 맞는 인생일까? 고민하게 된다.

2. 60대가 살아온 사회를 보여준다. 먹고 살기 어려워 그저 돈 벌어서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것이 삶의 목적이고, 자식의 성공을 나의 성공으로 여기던(물론 sky캐슬을 보면 이런 관점은 크게 변한 것 같지 않지만)60대의 가장을 보여준다.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의 사회를 당연시 하는 모습. 그리고 아직도 우리 사회는 청소원으로, 경비원으로, 손자와 손녀를 키우는 육아 도우미로 60대의 노동을 착취하며 사회를 유지시키고 있다. 그들이 살아온 인생의 사회가 그러했으니 그들이 갖는 생각을 이해는 하겠지만 그 생각을 따라주길 바라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 손녀가 '나인숙'의 이름을 들었을 때, "할머니가 왜 이름이 있어?"라고 묻는 것에서 우리 사회가 국가의 성장, 가족의 지탱이라는 명목 아래 여성의 삶을 억압해 왔는 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사실 비단 이것은 '누구 아범', '누구 어멈'과 같은 호칭으로 '나'라는 존재에 부모라는 역할을 덧입혀 삶의 자유로움을 억압하고 만다. 그래서 나는 엄마를 엄마라는 호칭보다 '최♡♡여사님'으로 혹은 나와 엄마만의 애칭으로 부른다. 그것만으로도 엄마는 더 행복하다고 이야기 해 준 적이 있다.

3. 가부장적 사회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가부장적인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여성이 당하는 희생이다. 주인공의 남편은 자신이 돈을 벌어온다는 이유로 밤에 아내가 티비 보는 소리마저 통제하려고 한다. 아들은 육아는 남일 같이 여기며, 맞벌이 하는 아내가 자신의 엄마의 일을 돕길 바란다. 그때 아내가 말한다. "효도는 셀프야." 왜 이 당연한 사실을 말로 해야만 하는 것일까? 남자라서 돈을 벌어야 하고 여자라서 육아와 살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가족이니까 함께 살아가는 것이기에 서로 함께 돈을 벌고 살림을 하고 육아를 해야 한다. 모두 돈을 벌지 않는다 하더라도 상황에 맞게 역할을 나누고 서로를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처음부터 당연한 것은 없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게 싫다면 혼자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4. '낫 플레이드' 정신!

당구에서 자신의 차례가 왔을 때 시간 내에 공을 치지 않으면 상대에게 기회가 넘어간다. 당구장 사장인 조성욱이 나인숙에게 당구는 주변을 최대한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포츠라고 말한다. 그리고 '낫 플레이드' 룰을 이야기 하며 선택을 의심하며 완벽한 기회를 위해 우물쭈물 하다 시간을 넘기면 기회는 상대에게 넘어간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기회가 왔을 때 자신의 결정을 믿고 자신감 있게 최선을 다해 치면 그걸로 된 것이라고 충고한다. 인생도 다를 게 없다. 어떤 일이든 '낫 플레이드'가 되지 않도록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이 드라마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고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가끔은 드라마 한 편을 통해 여러 권의 책을 읽었을 때의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사실 가벼운 마음으로 본 드라마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앞으로도 이런 좋은 단막극을 더 많이 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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