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하는 이들을 위한 시 모음> 윤수천 시인의 '산이 있는 풍경' 외 + 산이 있는 풍경 산을 내려갈 때에는 허리를 낮추고 몸을 낮추고 위를 쳐다보면 이것이다 사람보다 훨씬 크다는 것 + 산 강물을 따라 걸을 때 강물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네 하얗게 피어 있는 억새 곁을 지날 때 억새는 이렇게 말했네 연보라 색 구절초 꽃 곁을 지날 때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를 지날 때 하늘에 떠 있는 구름 밑을 지날 때 내 평생 산 곁을 지나다녔네 + 산 속에서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먼 곳의 불빛은 + 아무도 산 위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산봉우리에서 산봉우리로 가는 사람은 없다 + 무제(無題) 산은 항상 말이 없고 + 겨울산 절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달을 정수리에 이고 가부좌 틀면 영하의 묵언수행! 폭포는 성대를 절단하고 온몸이 빈 몸의 만월이다 + 산의 사진 찍기 언덕은 앞산은 먼 산은 찰칵! 앞산, 뒷산, 먼 산 봉우리들의 + 산의 눈물 아버지랑 산에 가서 비빔밥 해 먹으려고 산나물이 냄비 속에서 산에게 미안해서 + 먼 산 먼 산은 사람들은 다 제각기이고 먼 산은 + 슬픔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아! + 제 앞만 보고 걷기
산에 오를 때마다 보폭이 짧아진다. 산다는 것은 그저 별것이 아닌 것 정상은 오르라고 있는 것 + 산길 산을 오릅니다 + 행복 지리산에 오르는 자는 안다 + 산을 오르며 산을 오르기 전에 공연한 자신감으로 들뜨지 않고 잠시 무거운 다리를 그루터기에 걸치고 쉴 때마다 계획하고 늘 같은 보폭으로 걷고 언제나 여유 잃지 않으며 우리가 오른 봉우리도 많은 봉우리 중의 하나임을 알게 하소서 + 절정의 노래 내가
최후에 닿을 곳은 외로운 설산이어야 하리. + 산을 오르며 우람한 산 앞에 서면 겸허하게 살자고 다짐하면서도 아직도 많이
설익은 나의 인생살이를 높음과 깊음은 깊숙이 내려앉기 위해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도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