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상황 문답 - seupaideomaen sanghwang mundab

Triangle

w.스노틴

*피터 파커 드림

*네임리스 드림

*홈커밍 이후 시점.

  최근 뉴욕에 이상한 녀석이 돌아다닌다고 소문이 자자했는데. 그 이상한 녀석을 내 눈으로 볼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눈앞의 녀석은 이상한 빨간 쫄쫄이-아이언맨을 좋아하나? 붉은색이네.-를 입고. 어색한 포즈를 지으면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벽에 붙어서 당황한 모습으로 날 보고 있는 거겠지만. 가면을 쓰고 있는데 당황했는지, 안 했는지 어떻게 아냐고? 저 눈 부분이 크게 떠져 있고. 온몸이 긴장 상태인데. 모르는 게 바보 아냐?

  “... . 안녕하세요!”

  심지어 목소리도 애기야! 누가 이 녀석 보고 스파이더이라고 이름을 붙여 준 거야? 아무리 봐도 스파이더베이비인 데... 설마 본인이 을 붙인 건 아니겠지? 가면을 쓰고 있다 한들 그 정도 양심은 있겠지.

  한 손은 벽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어색하게 인사하는 스파이더 베이비의 모습을 괴상하단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러자 스파이더 베이비는 손을 이리저리 휘두르다가 머쓱한 몸짓을 하고 손을 내렸다. 아무리 가면을 쓰고 있어도 본인이 이상하다는 건 알고 있구나.

  아는 척하지 말고 피해서 가자. , 소리를 내면서 위아래를 훑고 걸음을 옮기자. 내 앞으로 휙 하고 스파이더 베이비가 날아왔다.

  “뭐에요!”

  당황해서 말을 쏘아붙이자, 스파이더맨이 오! 진정해요. 하면서 손을 내밀고 내 앞에 섰다.

  “잠깐. 잠깐만요! 이 앞은 지금 좀 가면 곤란해서요. 그 나쁜 놈들이 있다고 할까, 총을... 그러니까 몹시 나쁜 놈들이 있어서. 이 길 말고 다른 길로 가는 게 좋을 거예요!”

  “집으로 가는 길이 이쪽 길밖에 없는데요.”

  “? 아닐 텐데? 이쪽은 그냥 지름길이잖아요. 오늘만 빙 돌아서...”

  “.”

  나는 어이없고 황당함에 팔짱을 끼고 스파이더 베이비를 바라봤다. 스파이더 베이비는 내 말에 당황했는지 양손을 들어 올리고 무장해제 자세를 취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이를 갈았다.

  “너 뭔데. 우리 집 가는 길을 알아?”

  “.”

  “요즘 계속 내 뒤를 밟던, 후레자식이 너였어?”

  최근 집으로 갈 때마다 이상한 시선이 따라붙는 걸 느꼈는데. 그 시선이 이 새끼인가? 베이비라고 생각했는데, 하는 행동은 남자 그 자체잖아? 경멸과 환멸이 올라와서 이를 으득으득 갈았다. 맞는다고 하면 주먹으로 얼굴을 후려쳐 줄 생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뉴욕 거리에 범죄율이 높아져서 큰일인데. 이제 하다 하다 못해서 가면 쓴 미친놈이 일반인을 쫓아다녀? 뭐 이런 스토커가 다 있어?

  “아니. 아니에요! 아니, 물론 제가 누나, 아니. 당신 뒤를 쫓긴 했지만, 그건 그냥 보호 차원으로 따라다닌 거예요! 요즘 뉴욕 치안이 많이 안 좋아서...”

  “누가 보호해 달래? 그리고 네가 따라다니는 게 더 끔찍하거든?!”

  “하지, 하지만 전 스파이더맨인걸요!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이요! 전 그냥 당신을 위험에서 지켜주고 싶어서... 정말 다른 뜻은 없었어요! 그냥, 그냥... 언제나 위험한 길로 다니시니까...”

  “난 너 같은 이웃 둔 적 없으니까. 앞으로 내 뒤밟지 마.”

  소름 끼친다는 표정으로 스파이더맨을 노려보고 걸음을 옮겼다. 물론 집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니라 빙 둘러가는 방향으로 말이다. 스파이더맨은 뒤에서 허둥지둥거리더니 내게 졸졸 따라붙어서 연신 미안하다고 사과하기 시작했다.

  “정말 죄송해요. 당신이 그렇게 싫어할 줄은 몰랐어요...”

  물론 나는 그의 사과를 무시했고.

  “하지만 저는 정말, 히어로고. 나쁜 짓은 절대 안 해요! 나쁜 남자가 아니라구요!”

  베이비가 나쁜 남자라고 말하는 것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렀으며.

  “정말, 정말 죄송해요.”

  미안하다고 사죄하는 녀석을 무시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저 가면 쓴 미친놈은 집으로 들어갈 때까지 미안하다고 사과만 하고. 다시 내 뒤를 안 쫓겠다는 말은 절대 안하네. 별 이상한 스토커가 붙었어. 굿이라도 해야 할 판이야.

  한숨을 푹 내쉬면서 문을 잠갔다. 달칵 소리와 함께 터져 나오는 한숨을 참지 않고. 뱉은 뒤 어깨에 걸치고 있던 가방을 소파에 집어 던진 뒤. 그 옆에 털썩하고 주저앉았다.

  “이사 갈까...”

  뉴욕 퀸즈를 벗어나서 어디로 가지.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방정맞고 쉴 새 없이 두드리는 것을 보아, 옆집에 사는 피터 같았다. 나는 끄응 소리를 내면서 겉옷을 벗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터. 피터 벤자민 파커. 어릴 때부터 옆집에 살던 꼬맹이인데. 어릴 때 아이언 머시기한테 구해진 이후로 지독한 아이언맨 오타쿠가 된 녀석이다. 어릴 때부터 옆집에 살았던 터라, 피터가 엉엉 울면서 코로 콧방울 만드는 것도 보고. 찌질하게 구는 모습도 많이 봐 왔는데. 내가 늙은 만큼. 피터도 나이를 먹었지만 내 눈에는 여전히 애 같았다.

  난 아직도 걔가 만든 콧방울을 잊지 못해.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기면 쪼르르 달려와서 문을 두드리는 것도 변하지 않았고. 오늘은 또 뭔 일이 있어서 문을 저렇게 두드리는 걸까. 조금 전에 스파이더 머시기를 보고 상했던 기분을 우리 피터를 보고 풀어야겠다.

  피터를 볼 생각에 벌써 피식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피터는 여전히 문을 두드리고 있었고. 나는 더 기다리게 했다간 피터가 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문을 벌컥 하고 열었다.

  “누나!”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건 얼굴을 붉게 물들고 잔뜩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피터의 모습이었다. 얘는 왜 이렇게 애 같을까. 어릴 때부터 봐서 그런가.

  “문 부서지겠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있기에 그래? 최근에는 우리 집 근처에도 오지 않던 녀석이.”

  그랬다. 우리 피터는 갑자기 유교사상이라도 배운 듯. 날 멀리하기 시작했다. 누나 서운하다. 피터야.

  “, 그냥. 조금 바빴어요. 그 수업도 많고...”

  “뭔 소리야. 수업이 왜 많아? 너희도 유연 근무제 하니? 출퇴근이 자유로워?”

  “아니. 그게 아니라요. 스타크 인턴쉽이...”

  “. 난 그 스타크 머시기 싫더라.”

  “, 누나! 스타크씨는 정말 좋은 분이라니까요!”

  “스타크 인더스트리에서 날 안 뽑은 걸 보면, 스타크 머시기도 쓰레기야.”

  “아직도 그걸로 삐져있는 거예요?”

  “삐졌다니. 정당하게 화내는 거거든?”

  툴툴거리자, 피터가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토니 스타크도 좋고. 나도 좋은데,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퍽 귀여웠다. 우리 귀염둥이. 내가 이래서 널 좋아하지.

  “아무튼. 무슨 일이야?”

  “아니, 그게. ... ! 아까, 창문 밖으로 봤는데. 스파이더맨이 보여서 혹시 누나도 봤나 싶어 서요!”

  스파이더맨? 우리 귀염둥이가 뱉은 단어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피터의 손목을 잡고 집 안으로 끌어당겼는데. 아니, 우리 깜찍이가 언제부터 이렇게 단단해졌지. 몇 달 전만 해도 종이 인간처럼 주륵 끌려오던 녀석이 두 다리로 내 힘을 버티고 있네. 나는 놀라서 인상을 찡그리며 피터의 팔뚝을 더듬고 어깨를 더듬었다.

  “으악! 갑자기 왜 이러세요!”

  “잠깐만, 우리 큐티 몸에 근육이 언제부터 이렇게 생긴 거지.”

  “, 누가 큐티에요! 그리고 그, 그만 만져요...!”

  귀를 붉게 물들이고 쩔쩔매는 피터의 모습에 다시 한번 팔을 당겼고. 이번에는 피터가 으아아 소리를 내면서 집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피터가 들어 온 것을 확인하고 집 문을 닫았다. 달칵 소리에 피터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문을 바라봤다가 중얼거렸다.

  “안 돼... 누나랑 단둘이 같은 공간에 있다니...”

  뭐라 중얼거리는지 잘 안 들려서 인상을 찡그리자. 피터가 황급히 고개를 흔들며 아무것도 아니라 말했다. 나는 흠 소리를 내면서 팔짱을 끼고 피터에게 말했다.

  “그 스파이더 베이비에 대해서 좀 아니?”

  “...베이비요?”

  피터는 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베이비. 걔 목소리부터 애기던데. 피터는 절망에 빠진 얼굴로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조금... 알아요. 그런데 그 사람은 베이비가 아니라, ...”

  “맨은 무슨. 목소리만 들어도 수염도 안 났을 것 같던데.”

  “아니, 수염은 났어요.”

  “?”

  “아니, 아니에요. 아무튼 스파이더맨에 대해서는 조금 알죠. . 제가 좀 알아요. 그 사람이 왜요? 누나한테 무슨 짓 했어요?”

  의심이 많이 가는데. 일단 한 번 넘어가 주기로 했다. 피터는 커다란 눈을 동그랗고 예쁘게 깜빡이며 내게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새끼 스토커야. 걔도 어벤져스 머시기라면서?”

  “그냥 어벤져스인데...”

  “?”

  “아니, 아니요. . 그렇죠. ... 어번져스 머시기죠. 아무튼 그래서 왜요?”

  “그럼 걔랑 토니 스타크도 아는 사이일 테고. 피터 너는 스타크 인턴쉽이면, 토니 스타크랑 연락 좀 닿겠네? 만약에 토니 스타크랑 말할 일이 있으면 히어로 교육 좀 제대로 하라고 말 좀 전해주라.”

  “...? 아니, ?! 왜요?!”

  “그 새끼 스토커라니까. 요즘 계속 누가 날 쫓아다니는 것 같았는데. 걔가 내 뒤를 밟고 다녔어.”

  “아니, 아닌데. 스파이더맨이 나쁜 뜻을 가지고 그런 건 아닐 거예요!”

  “넌 스토커가 나쁜 뜻을 가지고 뒤를 쫓는 줄 아니? 걔넨 그냥 쫓고 싶어서 쫓는 거야.”

  “아니, 하지만. 하지만, 진짜 스파이더맨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뭐지. 이 되지도 않는 피의 쉴드는. 느낌이 싸해서 인상을 찡그리고 말했다.

  “.”

  “?!”

  “너 설마 스파이더맨이냐. 왜 그렇게 스파이더맨 대신해서 말을 해?”

  “?! 아뇨. 아닌데요. 절대 아니죠. 제가요? 스파이더맨이라구요? 설마요! 아니에요. 절대. 절대로!”

  당황하다 못해서 갑자기 식은땀까지 흘리는 피터의 모습에 눈을 가늘게 떴다. 뭐지? 그냥 해 본 말인데. 이 당황스러운 반응은? 진짜 우리 피터가 그 스파이더 베이비 머시기인가? 나는 손을 들고 피터의 얼굴을 가렸다. 슬쩍 보이는 하관이 스파이더 머시기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한데.

  “, 누나 저 갑자기 큰일이 생겨서.”

  “피터.”

  “, 죄송해요. 다음에 이야기해요!”

  피터는 허겁지겁 문을 열고 도망치려다가 고개를 돌려서 잔뜩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 저 진짜로 스파이더맨 아니에요.”

  “...”

  “진짜로요!”

  그렇게 말하고 사라지는 뒷모습에 나는 목덜미가 당기는 것을 느꼈다.

  “미친.”

  스파이더맨이 피터 파커였어.

  토니 스타크 미친 거 아니야?

-------------------------------------

오늘도 재미있게 읽어주셔셔 감사합니다.

참고로 전 아직도 이번 스파이더맨은 보지 못 했습니다... 스포는 하지말아주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