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빈집 매매 - sigol binjib maemae

“이 동네 빈집 있나요?”

도시에서는 핸드폰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월세부터 매매까지 계약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애플리케이션으로 내가 원하는 시골집 찾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처음 한산에 왔을 때 동네를 둘러보니 한눈에 봐도 빈집이 참 많은 것 같아 ‘내가 살 곳 하나 정도는 구할 수 있겠지’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한산에는 부동산이 하나여서, 무조건 부동산을 먼저 방문하는 것이 첫 번째 순서인 줄 알았다. 그렇게 시골 부동산에 들어설 때의 첫인상은 마을 어르신들이 커피믹스를 들고 빙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시는 정겨운 사랑방 분위기였다. 하지만 정겨운 분위기와는 상반되게 “빈집이 있느냐”는 물음에 마을 어르신들은 처음 보는 외지인들을 경계하는 눈빛과 좋은 매물을 알려주지 않으려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골에서 집을 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서울 도시에 비해 부동산 가격이 그리 천문학적인 숫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산면의 경우 주택이 그렇게 싼 편에 속하진 않지만 보통 면 단위의 마당이 딸린 농가주택은 최소 5000만원~1억5000만원이면 매매할 수 있다. 물론 농가주택은 손 봐야 할 곳이 많아서 실제로 지출되는 비용은 2억원 정도로 예상한다. 아파트의 경우 서천군에는 시내에만 있고 신축은 30평대가 2억~3억원, 20년 이상 된 아파트는 8000만원~1억5000만원 선이다.

우리는 월세·전세를 알아보러 다녔는데 시골 특성상 매매 거래뿐인 부동산에서는 허탕을 치고 돌아오기 일쑤였다.

그렇게 빈집 담벼락만 기웃거리는 날이 이어지다, 우연히 동네 산책을 하던 마을 이장님과 마주치게 됐다.

젊은이들이 기웃거리는 모습을 퍽 이상하게 여기셨는지 우리에게 어디서 왔는지 집은 왜 구하는지 등 물어보셨다. 이곳에 살아보고 싶다고, 돈이 없어서 월세·전세로 구해야 하는데 집이 없다고. 이장님은 우리가 기특하게 보이셨는지 직접 알아봐 주시겠다고 했다.

그날 처음 본 이장님은 구세주처럼 느껴졌다. 도시에서는 웬만하면 처음 보는 사람들을 잘 믿지 않았는데, 시골에서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이장님뿐이었다.

다행히도 여러 곳의 집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오래된 빈집을 고쳐주는 전제하에 월세 10만원에 2년 또는 5년 계약으로 살 수 있도록 마을의 집주인들에게 협상도 해주셨다.

시골에 사시는 어르신들은 나이가 많으셔서 우리처럼 초기 자본이 없는 경우에는 방수공사, 도배·장판, 페인트칠 등 혼자서 하기 어려운 일들을 세입자가 고쳐주고 월세를 협상하는 방법도, 시골에서 집을 직접 매매하지 않고 사는 방법이 될 수 있었다.

그렇게 처음 얻은 집은 마당이 있는 이층집과 마당과 여러 독채가 딸린 집이다.

빈집을 얻어서 쓰려면 고쳐야 할 곳이 정말 많지만, 가장 기초적으로 신경 써야 할 것이 방수, 난방, 도배·장판이다. 사실 이 3가지는 세입자라면 반드시 체크해야 할 사항이다. 우리는 10년이 넘게 비어있던 집이어서 무조건 보수해서 살아야 했는데 방수와 난방, 도배·장판은 아직까지도 1년에 한 번씩은 보수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다.

집이 방수가 잘되는지 보기 위해서는 천장과 벽에 곰팡이 여부를 체크 하면 된다. 천장과 벽에 비가 샌 흔적이 있다면 방수는 필수로 보수해야 한다. 안 그럼 여름에 곰팡이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비극적인 일이 생길 수 있다. (여름 장마철에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맞으며 살아야 한다) 천장만 볼 것이 아니라 건물 옆 외벽에 크랙(Crack)이 있다면 빗물이 새어 들어와 곰팡이가 생길 수 있어서 비가 올 때 반드시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난방의 경우 옛날 집은 보통 부분적인 곳에만 보일러 관을 설치해서 지었기 때문에, 추위에 약한 사람들이라면 도배·장판을 하기 전에 난방 보일러관의 설치 여부를 확인하고 이후에 도배·장판을 해야 한다. 우리는 처음에 이 부분을 잘 모르고 공사를 진행했다가 아직도 겨울에는 난방이 없는 부엌을 잘 안 들어가게 돼버렸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는 봄이 되면 잡초들과 싸우게 된다. 잡초들은 한번 자라기 시작하면 성인 키만큼 자라나기 때문에, 잡초가 자라기 전인 3~4월에는 꼭 제초제 작업을 해야 한다.

여러모로 품이 많이 들어가지만, 그런데도 빈집은 매력이 있다. 무엇인가 내 입맛대로 집을 리모델링해서 쓸 수 있다는 점 말이다. 마당에 작물을 키우며 살수도 있고, 마당 평상에서 서해의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반려동물과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으며, 친구들과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인생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좋은 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집에 대한 지식을 몸소 경험해보면서, 나중에 정말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지을 수 있는 방식을 알게 되고 마당 딸린 내 집 마련의 꿈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저 예쁘게 지어진 집을 매매하러 다니는 것이 아니라, 풍수지리를 따져보고 목 좋은 농지를 매입해 그 위에 내가 필요한 것들만 가득 채운 집을 짓는다는 것 말이다.

아직 집 지을 돈을 다 마련하진 못했지만, 빈집을 고쳐 써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경험과 배움으로 인해 이미 마음이 풍족하다.

+덧붙이는 팁

귀농을 하게 되면 지자체에서 지원해주는, 집 마련에 대한 정책이 잘 되어있다. 본인이 귀농을 결심했다면 귀농하고 싶은 지자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귀농에 대한 정책을 확인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