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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아이 엠 어 히어로 2: 이누야시키’ 원제는?…속편 아닌 교묘한 낚시 영화들

2020-03-14 09:00 정찬혁 기자

[맥스무비= 정찬혁 기자] 해외 영화 중 원제와 전혀 다른 제목으로 국내 상영되는 경우가 있다. 수입 과정에서 국내 정서를 반영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제목이 바뀌는 경우다. 수많은 패러디를 낳은 ‘사랑과 영혼’(1990) 원제는 ‘고스트’다. ‘유령’이라는 단어 하나로는 애절한 느낌이 없어 제목이 변경됐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 남자 작곡 그 여자 작사 ‘(2007) 역시 원제인 ‘뮤직 앤 리릭스’보다 로맨틱한 분위기가 더해졌다. 이처럼 제목을 바꾼 좋은 예가 있는 반면, 관객을 낚기 위해 인기 영화 속편인 듯 교묘하게 제목을 변경하는 작품도 있다. 미리 확인하지 않는다면 반가운 마음에 극장을 찾았다가 뒤늦게 전혀 다른 작품임을 알고 실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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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 2: 이누야시키’ 포스터. 사진 조이앤시네마

4월 개봉을 앞둔 ‘아이 엠 어 히어로 2: 이누야시키’(감독 사토 신스케) 일본 원제는 ‘이누야시키’다. ‘이누야시키’는 오쿠 히로야 작가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오쿠 히로야 작가는 애니메이션, 영화 등으로 제작된 SF 만화 ‘간츠’ 원작자로 유명하다. ‘아이 엠 어 히어로2: 이누야시키’는 회사와 가정에서 소외된 중년 이누야시키 이치로(키나시 노리타케)와 불행한 일만 연속인 고교생 시시가미 히로(사토 타케루)가 추락 사고에 휘말려 기계 몸으로 다시 태어난 뒤 히어로와 빌런으로 거듭나 대결하는 SF 액션물이다.

‘아이 엠 어 히어로: 이누야시키’는 ‘아이 엠 어 히어로’(감독 사토 신스케)와 감독이 같다는 것 외에 접점이 없다. 감독의 전작 ‘아이 엠 어 히어로’는 하나자와 켄고 작가의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인불명 바이러스로 사람이 사람을 물어뜯는 통제불능 상황 속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이들의 생존기를 그렸다. ‘아이 엠 어 히어로’는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로 불리는 시체스 카탈로니아 국제영화제,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판타스포르토 국제영화제에서 5관왕을 차지했다.

‘이누야시키’라는 원제는 국내에선 생소한 단어로 쉽게 내용이 와 닿지 않는다. ‘이누야시키’는 2018년 일본에서 개봉했고, 국내에선 지난해 8월 ‘히어로 이누야시키’라는 제목으로 개봉을 준비했다. ‘히어로’라는 단어를 앞에 넣으면서 이누야시키라는 이름의 히어로 이야기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일본 무역 보복으로 한일 관계가 경색되고 일본 불매 운동이 벌어지면서 일본어 이름을 뺀 ‘히어로 일본 대침공’으로 제목이 변경됐다. 제목 변경에도 불구하고 개봉이 연기돼 해를 지나 오는 4월로 개봉하는 영화는 ‘아이 엠 어 히어로 2: 이누야시키’로 또 다시 제목을 바꿨다. ‘이누야시키’라는 일본어 원제를 가져오는 대신 ‘아이 엠 어 히어로’ 후속편인 것처럼 ‘아이 엠 히어로 2’라는 제목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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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와사비: 레옹 파트2’ 포스터. 사진 영유통

‘레옹’(1995)이 여전히 수많은 패러디를 낳고 회자되던 2003년에는 ‘와사비: 레옹 파트2’가 국내 극장에 걸렸다. ‘와사비: 레옹 파트2’ 원제는 ‘와사비’로 ‘레옹’과 전혀 상관 없는 영화다. ‘와사비: 레옹 파트2’는 프랑스 형사가 일본에 있는 혼외 자식 딸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프랑스, 일본 합작 영화로 ‘레옹’에 출연한 장 르노와 ‘철도원’(2000), ‘비밀’(2002) 등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히로스에 료코가 주연을 맡았다.

‘와사비: 레옹 파트2’는 ‘레옹’ 주역 장 르노가 출연하며 나이 차이가 큰 여성 캐릭터와 호흡을 맞춘다는 점을 이용해 ‘레옹’ 속편인양 제목을 변경해 국내 개봉했다. 심지어 당시 포스터에는 ‘레옹이 다시 돌아온다’는 문구가 있어 더욱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컨저링: 마녀의 인형’(2018), ‘행성탈출: 반란의 서막’(2017) 등도 수입 과정에서 실제 제목과는 다르게 변경된 경우다. 이처럼 수입 단계에서 제목을 변경한 꼼수 외에 처음부터 이를 노린 목버스터(모크버스터)도 있다. 목버스터는 주류 영화와 유사한 제목이나 내용으로 만들어 유명세에 편승하는 저예산 영화를 뜻한다. 모크버스터를 주로 제작하는 영화사도 있다. 미국 영화사 어사일럼은 유명 블록버스터와 비슷한 제목의 저예산 영화를 빠르게 제작해 VOD서비스 DVD 대여 등 2차 시장을 노린다. 대표작으로는 ‘트랜스포머’(2007)를 흉내 낸 ‘트랜스모퍼’(2007)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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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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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남의 3분 영화] 9월 넷째 주 영화

주말까지 5일 간 이어졌던 추석 연휴가 끝났다. 긴 연휴에 모처럼 마음의 여유를 누리고 아직까지 연휴 후유증을 앓고 있는 분들, 고된 제사 상차림과 장시간 운전, 쏟아지는 잔소리 견디기 등 갖가지 명절 증후군으로 고생한 분들, 그리고 연휴에도 전국 각지 일터로 나가 근무했던 분들까지 모든 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극장가는 추석 대목이 지나간 다음, 잠시 한숨을 돌리는 일주일이 될 전망이다. 다음 주 <아수라>,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등 화제작들이 대거 개봉하기 전, 작지만 알이 꽉 찬(?) 신작 영화들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새로 개봉하는 영화 두 편과 전설적인 재개봉 영화 한 편까지 총 세 편의 영화를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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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화사 빅,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영화사 마농(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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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 엠 어 히어로>


감독: 사토 신스케
출연: 오오이즈미 요, 아리무라 카스미, 나가사와 마사미

필자가 신작 중에서 일본 영화를 가장 먼저 소개하는 일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일본 영화가 작품성이 낮거나 선뜻 추천하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한국 영화와 할리우드 영화에 비해 화제성이 낮은 편이고 워낙 다양한 개성을 지닌 영화들이 많기 때문에 처음으로 소개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주에는 눈에 띄는 신작이 적기도 하고, 개봉 여건이 특히 좋은 영화라 가장 먼저 소개하게 되었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변명은 아니다!)


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는 원인불명의 바이러스로 사람이 사람을 물어뜯는 통제불능 상황 속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이들의 숨막히는 생존기를 그린 작품. 일주일 전 <아이엠스타 뮤직어워드>라는 이름의 반짝거리는 애니메이션이 개봉하기도 했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른 영화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리얼’ 좀비 영화다. 전 세계적으로 600만부가 판매된 동명의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래봬도 브뤼셀, 시체스, 판타스포르토 등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도합 5관왕에 오른 작품으로, 특히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는 은까마귀상을 수상한 연상호 감독의 좀비 애니메이션 <서울역>을 제치고 최우수작품상에 해당하는 황금까마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좀비가 등장하는 장르물이기 때문에 <부산행>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 서울부터 부산까지 전국적인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며 (아직까지) 올해 최고의 흥행 영화로 꼽히는 <부산행>이 한국형 좀비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원작의 팬이라 밝히며 직접 관객과의 대화에도 참여한 이 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는 더욱 강렬하고 리얼한 좀비 영화로 각광 받고 있다. 더불어 <부산행>으로 좀비 소재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도가 한층 높은 상태에서 개봉하기 때문에 좀비 영화 매니아가 아닌 관객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영.혼.남의 기대평: 관람등급부터 차이가 난다. <부산행>은 15세 이상 관람가, 이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다. 시각적 충격과 잔혹하고 가차 없는 전개가 중요한 좀비 영화의 특성을 고려할 때, (좀비물의 장르적 표현에 한해서) <부산행>이 그냥 커피라면, <아이 엠 어 히어로>는 아마 탑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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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결>


감독: 신동엽
출연: 이주승, 오지호, 이정진, 신정근, 손은서


또 하나의 비범한 신작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리얼현피액션’을 표방하는 영화 <대결>은 형의 복수를 위해 굴지의 게임회사 대표와 대결하려는 취업준비생의 이야기를 그린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누군가의 갑질을 이겨내기 위해 속된 말로 ‘맞짱’을 뜨는 패기 넘치는 영화로, 관객들에게 사이다처럼 시원함을 선사하기 위해 나섰다. 이주승, 오지호, 이정진 등 엄청난 티켓 파워를 지닌 배우는 없지만 각자 한 성격 하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주목할 것은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신동엽 감독. 2004년 <내 사랑 싸가지>로 데뷔해 김병만, 류담 주연의 기획 영화 <서유기 리턴즈>, <웨딩 스캔들>, <응징자>, <치외법권>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범상치 않은’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감독이다. 게다가 <응징자>가 19만 명, <치외법권>이 34만 명 등 연출한 작품마다 흥행에 쓴 맛을 보았고,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박한 평가를 받은 터라 그의 신작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점에 대해 의아해하는 관객들이 많은 상황. 영화의 내용보다도 이번 영화는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우선 영화가 공개되고 나서 언론의 평가는 썩 좋지 못한데, 주목할 만한 신작이 많지 않아 비교적 많은 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영.혼.남의 기대평: 제목과 포스터처럼 신선하면서도 시원한 액션을 보여줘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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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매트릭스>


감독: 릴리 워쇼스키, 라나 워쇼스키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 앤 모스, 로렌스 피시번, 휴고 위빙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하기 직전, 인류의 막연한 불안감을 대변하듯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구현해 낸 영화, 혜성처럼 등장해 SF 액션의 신기원을 개척한 전설적인 영화 <매트릭스>가 재개봉한다. (세상에 영화는 많고 재개봉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매트릭스>는 서기 2199년, 인공지능 로봇의 지배 하에 인공 자궁 안에서 재배되는 미래의 인류가 가상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낸 작품. 특별히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해 개봉 당시 극장에서 보지 못했던 젊은 관객들에게는 절호의 찬스가 될 것이다.


수많은 명장면과 패러디를 탄생시킨 영화이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들도 한 번쯤은 TV를 통해 접한 유명한 장면들이 많다. 주인공 ‘네오’가 몸을 뒤로 젖혀 총알을 피하는 슬로모션 장면부터 또 다른 주인공 ‘트리니티’가 제자리에서 뛰어 올라 상대방을 제압하는 장면 등 다시 봐도 좋을 명장면들로 가득하다. 네오가 빨간색, 파란색 알약 중에서 (휴지가 아니다) 자신의 운명을 선택하는 장면도 있다.


17년 만에 재개봉하는 작품이어서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주인공이자 인류의 구세주 네오 역할을 맡아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끈 키아누 리브스는 친구와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거리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1999년 당시 연출을 맡았던 워쇼스키 형제는 이제 릴리, 라나라는 이름으로 성별과 이름을 바꿔 워쇼스키 자매로 불리게 되었다.


*영.혼.남의 기대평: 1편이 재개봉해 성공한다면 앞으로 2편, 3편도 극장에서 볼 수 있을 지 모른다. 재개봉하는 영화가 많은 만큼, 여러 가지 논란이 되기도 하는데, 이 작품이 개봉 당시 극장에서 관람한 관객들에게는 추억을 불러 일으키고, 극장에서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게 할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 편집자주

대체 ‘3분 카레’도 아니고 ‘3분 영화’가 무슨 말이냐고? 일단 ‘오X기’ 그룹의 PPL은 아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앞으로 매주 목요일 나올 이 칼럼은 ‘영화 혼자 보는 남자’(영.혼.남=필자)가 3분 만에 추천하는 금주 개봉 영화 소식이다. 당신의 시간은 소중하니까. 매주 목요일, 손이 심심한 오전에 딱 3분만 투자하시라!

※ 필자 소개

이상헌. 영화를 혼자 보는 게 전혀 부끄럽지 않은 사람. 당신의 소중한 시간을 위해 3분 안에 볼 수 있는 이번 주 개봉작 소식을 준비했다. 출근길 지하철 안이든, 벗어나기 싫은 이불 속에서든, 이번 주 개봉 영화가 궁금하다면 매주 목요일 오전에 딱 3분만 투자하시라! 당신의 영화 선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인생은 짧고 볼 만한 영화는 너무나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