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 대사 - dang-il daesa

본 내용은 서울예대 입학처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것을 가져와 정리해 놓은 것입니다.

<남자 대사>

말은 바른대로 합시다. 그럼 여기서 어떻게 살자는 거야? 간단하지 않아요? 조직이 있어야해. 다 같이 힘을 모아야해. 두고 봐. 혼자서만 잘 먹고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들이 이 안에서도 생길 테니까. 그때는 벌을 줘야해.

진지하게 말하지만, 이런 일에 대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신도 알거야. 빚은 안 돼. 절대로 남에게 돈을 빌리지 마. 빚이 있는 집은 그 빚 때문에 자유를 잃고, 결국은 즐거움도 읽게 돼. 지금까지 우리 두 사람은 용감하게 견뎌왔어. 이제 얼마 안 남았다고.

꿈인가 생시인가 했어. 저기 천장이 사라지고 달이 가까이, 아주 가까이 내려왔어. 난 하늘을 밀어냈어. 별을 더듬으며, 얼음장 아래에서 물에 빠져 죽는 사람처럼 허우적거렸지. 광기가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겼어. 끔찍했어.

우리 집은 정말 아늑하고 포근해. 여기라면 당신도 안전해. 매의 발톱에서 무사히 비둘기를 구해내듯이 이 집은 당신을 보호할 거야. 두근거리는 그 심장도 차츰 진정될 거야. 날 믿어. 내일이면 모든 게 달라 보일거야.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오겠지.

제 양친은 분명히 명예로운 자리에 있었지요. 저도 군대에서 6년간 근무했으며, 사회에서 상당한 지위를 가질 만한 재산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을 가지고 귀족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주장할 지도 모르지만 저는 솔직하게 제가 귀족이 아니라고 말하겠습니다.

비록 그 화살촉이 제 가슴을 꿰뚫을지라도 차라리 활을 쏘십시오. 폐하께서는 대체 무엇을 하시렵니까? 권력이 아부에 굴종할 때, 충절이 겁을 먹고 입을 다물기라도 하리라고 생각하셨습니까? 왕위는 그대로 보존하십시오. 그리고 신중히 생각하셔서 이 해괴하고 경솔한 처사를 중지하십시오. 제 목숨을 걸고 말씀드립니다.

나는 당신을 저주하고 미워하고 당신의 편지와 사진을 찢어버렸어요. 하지만 내 영혼은 영원히 당신과 동여매어져 있다는 것을 한 번도 잊은 적 없어요. 당신을 미워할 수 없어요. 나는 고독해요. 그 어떤 애착도 나를 데우지 못하고 지하 동굴에 있는 것처럼 추워요. 무엇을 쓰든 메마르고 우울해요. 여기 남아주세요. 제발 부탁합니다! 아니면 당신과 함께 떠나게 해주세요!

다시 한번 말해다오, 눈부신 천사여! 내 머리 위에서, 오늘밤 이토록 찬란히 빛나는 당신. 날개 돋친 하늘의 천사가 둥둥 흐르는 구름을 타고 훨훨 허공 한복판을 지나갈 때, 놀라서 허옇게 뒤집혀진 눈으로 우러러 바라보는 인간들의 눈동자, 그 눈동자 속에 비친 찬사의 거룩한 모습과 당신은 너무 흡사하구나. 저것 봐, 뺨에 손을 대고 있네.

남들이 편안하게 학교를 다닐 때도 난, 신문배달 우유배달 구두닦이 막노동을 해야 했어. 가는 곳마다 걸핏하면 의심받고 쫓겨나고 얻어맞고 도망 다니면서도 마음속으로 뭐라고 다짐했는지 알아. ‘삐뚤어지지 말자. 삐뚤어지지 말자’ 한 마디였어. 그래서 어렵게 대학공부도 마쳤고 직장도 이 보금자리도 얻었던 거야.

아, 저 여자는 횃불에게 더 밝게 타는 법을 가르치고 있구나! 저 여자는 값비싼 보석인양 밤의 귓볼에 걸려만 있는 것 같구나. 그 아름다움은 쓰자니 너무나 값지고 속세엔 너무나 아깝구나. 저 여자가 동료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좀 봐라. 까마귀 떼 속에 섞인 눈같이 하얀 비둘기가 저럴 테지. 춤이 끝나거든 저 여자 있는 곳을 잘 봐뒀다가 거친 이손으로 그의 손을 잡아보자. 그러면 얼마나 기쁠까. 내 맘이 여태껏 연애를 하고 있었다고? 눈아, 그걸 부정하라. 오늘밤에야 진정한 아름다움을 봤구나.

이제 당신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이 교만한 마음도 허리를 꺾고 혀는 이렇게 간절히 애원하는 것이오. 그 입술에 멸시를 가르치지 마시오. 입술은 입을 맞추기 위해서 있는 것이지 경멸을 담으려고 있는 건 아니잖소. 당신 마음에 멍든 복수심이 날 끝내 용서할 수 없다면, 자, 이 예리한 칼을 당신에게 줄 테니 소원대로 이 참된 가슴팍을 푹 찔러 당신을 사모하는 이 영혼을 하늘로 날려보내주오. 주저할 것 없소. 헨리 왕을 죽인 건 나요. 하지만 그렇게 시킨건 당신의 아름다움이었소. 자, 어서 찌르시오. 에드워드 왕자를 찔러 죽인 것도 나요.

<여자 대사>

그이의 팔, 얼굴, 팔다리, 행동, 기백이 신사임을 겹겹이 보여주는 것 같아. 너무 빠르네. 진정해. 진정해. 내가 왜 이러지? 이렇게 급속히 사랑의 병에 걸릴 수 있나? 저이의 완벽함이 내 눈 속에 살그머니 스며드는 게 느껴져.

오늘 전 왜 이렇게 행복한 걸까요? 마치 머리 위로 넓고 푸른 하늘이 있고 크고 하얀 새들이 날아다니는 배에 탄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오늘 눈을 뜨고 세수했을 때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면서 어떻게 살아야할지 알게 되었어요.

여기 있어요. 함께 웃고, 마시고, 당신의 우수를 한순간에 날려버리자고요. 내가 노래부르길 바라세요? 아니면 우리 함께 서재로 가서 어둠 속에 앉아있어요. 옛날처럼. 그리고 당신의 우수에 대해 이야기해요. 어떻게 하죠? 꽃은 봄마다 피어나는데 기쁨은 사라져 버렸나요?

우리 아파트를 한번 보셨으면 좋았을 텐데. 내 침실은 꼭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방 같았어요. 천장을 짙푸른 밤 하늘색으로 칠하고 작은 별들을 그려 넣고 또 벽장 위쪽으로는 초승달이 떠 있도록 만들었거든요. 상상만 해도 멋지죠? 여기도 그렇게 해 드릴까요?

전 요즘 마음이 가라앉지를 않고 줄곧 불안에 들떠 있어요. 전 아주 어릴 때 이 집에 와서 이젠 보통 시골살림을 할 수 없게 되고 손도 이렇게 아가씨의 손같이 하얘졌어요. 그리고 이렇게 상냥하고 섬세하고 품위 있는 여자가 되어버려서 자꾸 겁이 나고 두렵기만 해요. 저는 미칠 듯이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아뇨! 여자가 못생겼을 때 사람들은 ‘눈이 아름다워요. 머리카락이 아름다워요’라고 하잖아요. 난 그 분을 벌써 육 년이나 사랑하고 있어요. 우리 엄마보다 더 사랑해요. 난 항상 문을 바라보고 기다리고 있어요. 그 분이 지금 당장이라도 들어올 것 같은 생각이 늘 들어요. 요즘 그 분은 매일 여기에 오지만 날 바라보지도 않고 쳐다보지도 않아요. 괴로워요!

그거 아세요? 예전처럼 노래하고, 웃고, 화내고 그래 봐요.. 함께 웃고 과실주를 마시고 당신 우수를 한순간에 날려버리자고요. 내가 노래 부르길 바라세요? 아니면 우리 함께 당신 서재로 가서 어둠속에 앉아 있어요. 옛날처럼 말이죠. 당신 두 눈은 너무도 고통스러워 보여요! 내가 그 눈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면 우리 둘 다 조금은 가벼워지겠죠.

우린 남자로 변장을 하는 거야! 절대 못 알아볼걸! 내기해도 좋아. 우리 둘이 남자차림을 하고 있으면 내가 너보다 훨씬 미남으로 보일껄. 말할 때는 변성기의 소년처럼 갈잎피리 목소리를 내고, 종종걸음도 대장부처럼 의연하게 걸어 다닐거야. 멋쟁이 허풍쟁이처럼 허황된 거짓말도 해야지, 내가 귀부인들의 사랑을 거절했더니 모두 상사병에 걸려 죽었다고.

매일 밤 당신 꿈을 꾸곤 해요. 당신은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지만, 저를 알아보지 못하더군요. 아, 당신은 모르실 거예요! 저는 여기 도착한 그날부터 줄곧 이 근처를, 이 호숫가를 거닐었어요. 여기도 여러 번 왔었지만 차마 들어올 용기가 나지 않더군요.자, 우리 앉아요. 여기 앉아서, 그 동안에 밀린 이야기나 해요. 여긴 좋군요... 저 바람소리 들리세요?

그분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집안이 깨끗하고 편안해야 한단 말야. 그분이 편하면 편할수록 내게는 이익이거든, 그분에겐 화가 되겠지만 말 야. 그런데 집 앞에서 기다리겠다고 하시더니 왜 여태 안보이지? 어머 저기 계시는구나! 나한텐 정말 필요한 분이셔. 그러니 고맙지 뭐야. 상전 모시듯이 해야지! 어머나 아니 왜 여기 서 계세요? 문은 활짝 열려 있겠다. 제 집이 곧 서방님 집인데……. 부담 갖지 마세요 네? 제발~~

이 나라 태자가 아니시오? 자, 죽이시오! 태자님, 태자님은 어이하야 이다지도 비겁하오. 그래도 소녀는 태자님을 사내다운 사나인 줄 알았더니 태자께서 하시는 짓이 고작 이런 일이오? 서라벌의 사나이는 다 이렇소? 제 원수를 죽일 양이면 어이하야 정정당당하게 싸워서 옥으로 깨어지지는 못하고 천하에 비겁한 간신배 모양으로 야밤에 비수를 품고 난간에 기어 올라 여자의 침방으로 숨어들어..이것으로 약한 여자를 위협하려고? 아아 비겁하여라! 태자가 이다지도 비겁한 줄을 꿈에도 몰랐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