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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는 왜 온돌을 없애려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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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일제는 왜 온돌을 없애려 했을까?[서평] 권석영 <온돌의 근대사>11.01.16 17:53l최종 업데이트 11.01.16 17:53l 이기원(jgsu98)
원고료로 응원하기 공감62 댓글댓글달기 큰사진보기 ▲ 겉그림 <온돌의 근대사>ⓒ 일조각관련사진보기 매서운 추위가 한반도를 온통 꽁꽁 얼려놓았다. 이렇게 추운 날 온돌방 아랫목에 이불 펴고 누우면 마냥 행복했다. 거기다가 배까지 부르다면 그야말로 최고다. '등 따습고 배부른',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경지이니까.이제는 대부분의 방이 보일러로 바뀌었고, 예전처럼 아궁이에 군불 때서 방을 데우던 전통적인 온돌은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예전처럼 아랫목 좋은 자리 서로 차지하려는 다툼도 사라지고, 아랫목에 모여앉아 이불 덮고 재잘대던 모습도 찾아보기 어렵다. 온돌은 우리 고유의 난방장치다. 유럽 사람들은 방바닥 난방은 하지 않고 벽난로를 사용했다. 그러다보니 우리처럼 방바닥에 이불 펴고 자는 게 아니라 침대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도 중국도 방바닥을 데우는 난방장치는 없었다. 물론 지금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돌의 원리를 이용한 보일러식 난방의 우수성을 인정해서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일제는 한반도를 지배하면서 온돌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다. 온돌 때문에 삼림이 황폐해지고, 밀폐된 온돌방에서 환기도 하지 않고 생활하게 되어 위생에 나쁘다고 주장했다. 대개의 식민지 지배가 그렇듯이 지배받는 쪽을 비하해서 자신들의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방식의 하나라고 여겨진다. "온돌 생활은 칩거 생활을 하게 함으로써 진취의 기상을 상실케 하는 해독이다. 구멍에 틀어박히는 식의 안이를 탐하는 것은 타락 퇴화의 원인이다. 대체로 한인은 저능자다. 그 주거가 온돌이듯이 그 머릿속도 온돌처럼 바람이 안 통하고 어둠침침하다." (책 속에서) 온돌 때문에 조선인이 저능자가 되었다는 논리이다. 이런 논리 중에는 이광수 등의 일본 유학생들조차 동조하는 것도 있었다. 온돌이 삼림 황폐화의 주범이라는 점이다. 일본이 한반도를 지배하면서 이 점에 주목해서 삼림을 통제했다. 일제는 1911년 삼림령을 공포했다. 삼림의 근대적 소유 관계를 확정한다는 내용이다. 절반 이상의 삼림이 국유지였던 상황에서 삼림령의 공포는 국유지였던 삼림이 개인의 소유로 전환시킨다는 것을 의미했다. 대부분의 삼림이 개인 소유로 넘어가면서 사람들은 예전처럼 산에 들어가서 땔감을 마음대로 구해올 수 없게 되었다. 온돌 때문에 삼림이 황폐해진다. 따라서 삼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소유한 산에 들어가 함부로 나무를 잘라서는 안 된다. 이런 논리 속에서 조선 총독부는 대부분의 삼림을 장악했다. 근대적 소유관계를 확정한다는 명목으로. 온돌 난방은 과연 삼림 황폐화의 주범이었을까. 많은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온돌보다는 임진왜란 이후 궁핍해진 사람들이 산 속으로 들어가 화전을 일구고 살았던 점, 일제 침략으로 경부선, 경원선, 경인선, 경의선 등 철도가 부설되면서 대량으로 벌목이 이루어졌다는 점 등이 삼림 황폐화의 근본적 요인으로 볼 수 있다. 근대란 무엇일까. 경제적으로 자본주의 사회로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양의 근대가 경작지에 울타리를 치는 인클로저 운동에서 출발했다. 일제는 근대 소유권 제도를 확립한다는 명목으로 대부분의 토지와 삼림을 장악했다. 자본주의란 다름 아닌 배타적 소유권을 확립하는 과정이다. 인클로저 운동으로 생계 터전을 상실한 수많은 사람들은 도시의 노동자가 되었다. 토지와 삼림의 이용권을 박탈당한 식민지 조선인들은 만주로 연해주로 밀려나야 했다. 일본인들 중에서도 온돌의 우수성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점점 증가했다. 그 결과 온돌을 수용하는 사람들 또한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돌을 비하하면서 자신들의 지배를 정당화하려고 했던 일제는 온돌 때문에 삼림 황폐화가 초래되었다는 명분을 동원해서 조선의 삼림을 장악했다. <온돌의 근대사>를 통해 우리가 사용했던 온돌의 장점을 확인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더불어 '근대'가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되새겨보는 계기도 된다. 근대는 좋은 것이고 근대는 바람직한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벗어나, 근대란 말을 앞세워 어떤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축적했는지 확인해볼 수 있으니까. 덧붙이는 글 | 권석영/일조각/2010.11/25,000원 온돌의 근대사 - 온돌을 둘러싼 조선인의 삶과 역사 권석영 지음, 일조각(2010)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태그:#온돌 추천62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네이버 채널구독 다음 채널구독 글 이기원 (jgsu98) 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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