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만화축제 다녀와서 막쓰는 후기
 친구가 서울에 놀러왔습니다. 그런데 이틀정도 둘러보니 도저히 갈 곳이 없더라고요. 서울에 이렇게 관광지가 없었을 줄이야... 그래서 네이버에 2018년 8월 축제 검색한 다음 가장 가까이 있는 부천 국제만화축제에 다녀왔는데요.
문제가 이날 행사에 대한 정보를 들은 것이 없어 "그냥 작은거겠지 뭐" 하고 간단히 짐을 챙겨 갔는데, 생각보다 너무 본격적인 행사여서 놀랐습니다. 짐을 어느 정도로 간단히 챙겨갔냐면 휴대폰하고 지갑만 들고 갔습니다. 심지어 보조배터리도 놔두고 갔어요.
이번 행사는 부천에 있는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렸습니다. 한국만화박물관이라길래 처음에는 그냥 건물 한개 있고 그 안에 전시실이랑 카페 만화방 등 이것저것 있는 곳인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건물도 많고 거의 벡스코를 1/4 크기로 축소해둔 수준이더라고요.
입장료는 5천원이고 표를 사면 2천원짜리 만화사랑상품권을 주었는데요. 문제는 딱히 쓸데가 없어 결국 못 썼습니다 ㅠㅠ
입구 근처에는 벼룩시장이랑 캐리커쳐 부스가 있었는데요. 이 중에서도 특히 캐리커쳐 부스의 인파가 엄청났습니다. 제가 갔을 당시 이미 점심타임까지 마감되어 3시 이후 다시 신청받으니 그때 다시 오라고 하더라고요. 캐리커쳐라는게 특성상 한장한장 그리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려 그런 듯 했습니다.
벼룩시장에서는 고전만화 무료나눔 행사를 하고 있었는데, 제가 아는 작품들이 없더라고요. 왜 아직 이렇게나 재고가 많이 남아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는 각종 행사마다 빠지지 않는 유니세프와 저작권 및 법조계 기관의 부스가 있었습니다.
부천국제만화축제는 마켓과 각종 부스가 주를 이루는 행사였지만 사전지식 하나도 없이 무작정 갔던 저랑 친구는 당시 그런 것을 하나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만화박물관부터 들어가봤는데요.
이곳은 일본의 "망가"가 아니라 진짜 한국의 "만화"를 전시해둔 박물관이었습니다.
전시물들도 아주 수준있고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역사와 문화, 컨텐츠학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께서 방문하시면 좋을 것으로 보였으며 캐릭터 일러스트를 감상하는 등 "덕질"을 위해 찾아오시려는 분들께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0세기 후반기의 만화방 건물과 가정집 등이 구현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약간 복고 컨셉의 테마박물관 같기도 했는데요. 따라서 친구보다는 부모님과 함께 가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선계단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가면 그곳에서부터는 현대의 만화에 대한 전시물들이 등장합니다. 2층 구조로 시대를 구분하여 전시물을 배치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2층은 사실상 웹툰 전용관 수준이었는데요. 아무래도 한국 만화라는 것이 과거에 탄압으로 한번 죽었다가 웹툰의 형태로 부활하여 여기까지 온 것이기에 전시품이 웹툰에 편중된 형태로 구성된 것 같았습니다.
물론 종이만화쪽 전시물도 아주 가끔씩 있긴 한데 비중이 거의 공기 수준입니다
아무래도 웹툰이란 장르 자체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컨텐츠인 만큼, 이곳에는 1층과 달리 체험형 전시물이 정말 많았는데요. 이리저리 만져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다만 이날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관람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도통 자리가 나질 않더라고요.
전시장 관람을 끝내면 나가는 길에 아트갤러리와 예술작품, 그리고 짤막한 인형극 등을 볼 수 있었는데요. 모든 작품의 퀄리티가 정말 엄청났습니다. 전시관의 빈 자리를 채우는 용도로 대충 만들어진 것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입장료 5000원밖에 하지 않으니 수도권에 거주하신다면 한번 직접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렇게 추가 전시품까지 다 보고도 뭔가 공허하다면 만화방에 가서 남은 시간을 때울 수 있었는데요. 문제는 그놈의 인파... 아무래도 축제가 열리는 날이다 보니 모든 좌석이 꽉 차 있어서, 대충 어떤 자료들이 있는지만 둘러보고 나갔습니다.
그리고 14세 미만 어린이는 아동열람실을 이용해야 했는데요. 아무래도 전시된 만화 중 일부는 어린이가 보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하여 이런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영화관처럼 보호자 동반 시 출입가능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는 딱히 볼만한게 없었습니다. 이상하게 좀 큰 기업들에서 자사를 홍보하려고 많이 왔더라고요. 재밌는게 와콤같은데는 그렇다쳐도 티웨이항공 이런 만화랑 관련이 하나도 없는 기업들에서도 부스를 깔았던데, 왜 그랬던 건지 도저히 감이 잡히질 않았습니다.
그나마 좀 볼만했던 부스1. 인천 금융고등학교 자율동아리던데 정말 스케일크게 활동하더라고요. 제가 자율동아리 운영하던 시절엔 이런 행사에 부스를 깐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대단한 친구들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께서 각종 책을 쌓아두고 판매하시는 부스가 하나 있었는데요. 말 그대로 만화가 복장 풀셋을 입고 그림관련 전문 서적들을 팔고 계셨습니다. 저 책들에 대한 신뢰도가 팍팍 쌓였긴 한데, 제가 그림과 디자인에는 영 실력이 없어 저런거 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기에 눈으로 구경만 했습니다.
여기는 XD글로벌이 통째로 한 관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팔찌에 XD글로벌 적혀있는 것을 보고 대충 소녀전선이나 벽람항로 관련 부스가 적당한 크기로 하나 있겠구나 했는데, 알고보니 엄청난 스케일로 행사장을 만들어놨더라고요. 실내뿐만 아니라 야외 공간까지 모조리 차지하고 있어서 지스타의 넥슨부스보다 훨씬 컸습니다.
늘 그렇듯 딱히 살만한건 없었습니다. 그냥 대충 이런게 있다 싶은 수준이었어요.
그리고 이건 대체 무엇? 이번 행사에는 미취학 아동들도 굉장히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이건 좀 아닌 것 같네요.
행사장 내부. 일본의 여름축제 컨셉으로 내부를 꾸며놓았던데 신기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일본어 교과서에서 본 소품들이 가득했어요. 안에서는 사격, 고리던지기 등의 챌린지 이벤트에 도전하고 상품을 받아갈 수 있었는데 난이도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거의 오버워치 페스티벌 당시의 신체능력 챌린지 급이었어요.
그리고 슬러시 기계가 있었는데... 있었는데... 먹을 수는 없었습니다.
2관에서 나가면 푸드트럭들이 보였는데, 그곳에서 오른쪽으로 걷다 보면 푸드트럭존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슬러시 사마시려다가 너무 비싸서 포기했습니다.
푸드트럭존을 나가면 바로 풀장이 보였는데, 크기가 작아서 어린이들이 놀기에 좋아 보였습니다. 어른이 들어가기엔 수심도 얕고 애매하더라고요.
풀장 옆에는 4달라 캠핑장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야인시대랑 관련된 것을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었습니다. 왜 야인시대 캠핑장인지 모르겠네요.
여기가 행사장의 끝입니다. 이 특설무대는 행사장 입구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었고, 각종 공연이 펼쳐졌는데요. 제가 갔을 당시엔 신의 탑 뮤지컬을 하고 있었는데 웹툰 대사를 실제로 들으니 느낌이 너무 이상하더라고요. 준비를 되게 열심히 하신 것이 느껴졌으나 제가 오글거리는걸 잘 보지 못해서 그냥 사진만 몇 장 찍고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저 무대에서 7시부터 9시까지 월드 코스프레 쇼가 열린다 했는데, 전기와 돈 장비 등 뭐 하나 제대로 챙겨나온 것이 없어 도저히 그때까지 버틸 수 없을 것 같아 패스했습니다. 내년에 봐야겠어요.
무대 옆의 돗자리 만화방. 돗자리와 만화책을 빌려서 야외에서 뒹굴거릴 수 있었는데, 이때가 하루 중 제일 더운 오후 2시 반 정도여서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저랑 친구도 너무 더워서 패스했습니다. 돌아가면서 봤던 한옥마을. 한옥 및 전통문화 체험장 등이 있었는데 코스플레이어 + 미취학 아동 + 유모차 + 지역주민 + 커플 + 초/중/고/대학생 + 휴가 및 외출나온 군인 + 마실나온 어르신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장난아니게 혼란스러웠습니다. 이걸 본 친구는 이세계 포탈이나 헬게이트가 열리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고 했습니다. 사진 허락없지 찍지 말라길래 안 찍었습니다. 사실 허락맡고 찍으면 되기는 한데 카메라를 두고가서 코스플레이어 분들께 사진 한장 찍어도 되냐고 물어볼 엄두를 못 냈습니다.
XD글로벌 부스에서 전문 코스플레이어 분 한장 찍은 것이 전부입니다. |
부천만화축제 후기 - bucheonmanhwachugje h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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