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 52人 詩集, 1967 시의 구조가 매끄럽고 쉽게 읽힌다. 모양 좋고 읽기 쉬운 시가 좋은 시다. 시의 모양을 두고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사람으로 치면 얼굴이 동그랗고 편안하여 가까이 있기에 부담없는 인상일 것이다. 시에 친한 사람들의 감각이 각각 다르기는 하나, 보통 깔끔한 모양이 쉽게 읽히고 그런 시가 내용도 알차다. 시인은 처음부터 시를 쉽게 쓰겠다는 의도로 달려들지는 않는다. 모양을 다독거리고 낱말을 부드럽게 앉히다 보면 누구나 소화할 수 있는 시로 서게 된다. 그러니까 '껍데기는 가'고 '알맹이만 남'은 시가 오늘의 시다. 내 부드러운 감상과 달리 이 시는 진보주의와 운동권이 누리던 대표적 민중시요 참여시의 전형으로 불린다. 명령어를 데려와 구호를 단순하게 반복하다가 점차 시구로 혼합한다. 시인의 의도가 어떠하든 나는 알맹이가 사는 모양에 주목한다. 껍데기가 가는 모양보다 알맹이가 자생하는 모양이 내겐 더 귀하다. '아사달 아사녀가 맞절하는 중립의 초례청'을 돌아 나온 알맹이는 '부끄럼 빛내며' 다시 세상에 나와서도 맞절을 하는 숙명으로 산다.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고 '흙가슴'만 남는 일이 그리 쉬운가. 알맹이를 잘 남겨 살리는 일이 껍데기를 죄다 보내는 일이다. 부여 가는 길에 늘 신동엽 생가에 들른다. 문마다 자물통이 채워져 있다. 안을 들여다보려고 죄다 구멍을 뚫어놓았다. 문살 사이로 오히려 방이 객을 구경한다. 알맹이를 감추고 껍데기만 전시한 꼴이다. 이제 우리가 노는 판에는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진짜 알맹이보다 더 진짜 같은 껍데기가 난무한다. 시도 껍데기와 알맹이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품이 많은데, '껍데기는 가라'고 쓴 시인의 집은 덩그러니 껍데기로 서 있다. 방에 갇힌 알맹이가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올 것 같다. 그냥 놔두면 숨 막혀 죽을지도 모른다. "껍데기는 가라" 벽화 프로젝트 소개⎩시인 신동엽과 ‘껍데기는 가라’⎭ 시대를 고민하며, 아프게 살았던 시인 신동엽은 농촌의 서정이 짙게 밴 민요적 분위기로 민중과 민족의 삶을 노래하여, 시인 김수영과 함께 1960년대 참여문학의 대표주자로 꼽혔다. ⎩벽화 시 애니메이션 ‘껍데기는 가라’ 제작 의도⎭ 신동엽문학관이 있는 거리의 벽면에 신동엽 시인의 대표작인 ‘껍데기는 가라’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함으로써, 신동엽 시를 더 알리고 신동엽문학관이 있는 거리를 예술의 거리로 조성하기 위한 발판이 되고자 이 애니메이션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하였다. 껍데기는 가라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