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꽃망울이 보였던 ‘금꿩의 다리’는 얼마나 피었을까, 비가 많이 내렸는데 새로 심은 꽃들 다 녹아버린 건 아니겠지.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주말을 맞죠.” 초등학교 때 본능적으로 야생화에 매료된 후 인생 최대의 꿈이 1년 내내 들꽃이 만발한 정원을 가꾸는 것이었다는 정구선 씨. 서울에서 사업을 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정원을 가꾸며 야생화와 동고동락한 지 20년. 그는 정원 일을 하며 자연의 신비와 섭리를 터득하면서 기업을 운영하는 데 현명한 지혜를 얻고, 가족과 이웃을 향한 사랑을 실천하면서 자신이 품어왔던 꿈을 실현했다고. “지금 가꾸고 있는 정원에는 자연에 대한 깨달음이 나름의 논리대로 펼쳐져 있습니다.” 정구선 씨가 정원에 펼친 논리는 무위자연. “야생화라는 것이 생명력이 무척
강해요. 저마다 고유 서식지가 있지만 환경이 그와 같지 않다면 맞는 조건을 찾아 자리를 이동하거나 또는 뿌리를 더 깊게 내려 자양분을 흡수하면서 살아가죠.” 화초가 집 안에 들여놓고 사람이 일일이 관리해줘야 살 수 있는 식물이라면, 야생화는 자연에 몸을 내맡긴 채 삶을 영위하는 불굴의 생명체. 그래서 정구선 씨는 자신의 정원도 야생화가 적응해 살 수 있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꾸미고 야생화 특성에 따라 최적의 서식지도 조성했다. 바위에서만 잘사는 바위솔, 연화바위솔, 호랑이발톱바위솔 등은 무형의 아메바처럼 자연스럽게 배열된 바위 화단에서 자라며, 뿌리를 깊게 엉키는 형태로 내리는 벌개미취 꽃은 집 앞 법면에 심어 미관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흙이 쏟아져내리는 것도 방지한다. “이곳은 제 실험실이나 마찬가지에요. 어떤 야생화가 언제 피고 지는지, 어떤 곳에서 잘 자라는지 알게 되요. 이웃에게는 이런 다양한 야생화를 선물하면서 이를 자신만의 정원에 어떻게 들여놓을 수 있는지, 그래서 삶이 얼마나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 알려줍니다.” 봄날이면 정구선 씨의 정원은 수선화, 튤립, 히아신스, 무스카리 등이 만발한다. 그의 설명을 따르자면 이곳은 가히 네덜란드 못지 않은 풍경을 자아낸다. “우리나라처럼 사계절 내내 꽃이 피기 좋은 조건도 없어요. 우리 집에, 마을에 꽃을 심기 시작하면 온 천지가 꽃 세상이 될 테고, 그러면 해외에서 꽃놀이하러 한국에 올 거예요. 이럴 때 자연미 넘치는 우리네 야생화의 매력은 한층 더 빛을 발하겠죠.” 고속도로 방음벽 같은 창호 공사 및 조경 식재, 조경 시설물 설치를 전문으로 하는 건교산업의 CEO인 정구선 씨는 이미 은퇴 후 새로운 사업을 구상한 것이나 마찬가지. 사계절 꽃이 피는 정원 에서 자신의 인생 또한 지지 않는 꽃밭으로 일구고 있으니 말이다. 꽃이 있는 정원을 위한 야생화 캘린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