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폐기물 통계 - uilyu pyegimul tong-gye

직장인 A씨는 옷이 빼곡한 옷장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한번도 입지 않은 옷도 있고, 한두번 입고만 옷도 있다. "내가 이 옷을 왜 샀을까?"하는 후회스러움이 밀려오고, 입지 않고 수년째 방치된 옷들을 버리자니 못내 찜찜해서다. A씨는 안입는 옷을 정리해 동네어귀에 있는 옷수거함에 쑤셔넣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옷들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A씨처럼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실제로 버려지는 옷들로 인한 환경오염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환경부 집계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에서 생활폐기물로 배출되는 폐의류와 원단류의 양은 6만7514톤에 달했다. 공장에서 발생하는 폐의류만 그렇다. 일반가정에서 버리는 의류폐기물까지 합치면 폐기되는 의류의 양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렇게 버려지는 의류 가운데 재활용되는 비율은 극히 일부라는 점이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9200만톤의 의류폐기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재활용 비율은 단 12%에 그치고 있다. 이유는 대부분의 의류가 합성섬유로 제작되는 탓이다. 합성섬유는 석유에서 추출한 플라스틱이다.

의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패션업계에서 사용되는 섬유 가운데 합성섬유 비중이 69%에 달한다"며 "의류폐기물의 70% 이상이 합성섬유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합성섬유로 이뤄진 의류들은 원재료를 분리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재활용되지 않고 대부분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매년 의류를 매립·소각하면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2100만톤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매립·소각되는 의류폐기물들


2000년 이후 세계 의류생산량은 2배가 늘었다. 사람들은 15년전보다 옷을 60% 더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H&M, 자라 등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생기면서 옷의 수명주기가 더 짧아지고 있는 탓이다. 패스트패션은 서너번 입고 유행이 지나면 버려도 부담없는 가격이어서 옷의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결국 옷장에서 퇴출당한 옷들은 의류수거함이나 종량제봉투에 담겨 쓰레기로 배출된다. 의류수거함에 버려진 옷들은 수거업자를 통해 재판매되거나 제3국으로 수출되지만 상당량은 다시 쓰레기로 버려진다. 찢어지거나 오물이 묻어있으면 상품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매년 생산된 직물의 85%가 버려지고 있다. 1초에 트럭 1대분의 의류폐기물이 태워지거나 매립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일반가정이나 수거업체를 통해 버려지는 의류폐기물의 양이 얼마인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수거업자를 통해 재활용되는 비율도 집계되지 않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의류폐기물 통계는 재활용 업체가 처리하는 폐기물 양만 집계되는 것"이라며 "수거한 의류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수거된 의류폐기물 가운데 재활용되는 비율과 해외수출되는 비율을 알 방법이 없는 것이다.

쓰레기로 버려진 의류폐기물들은 환경오염의 주범이 된다. 매립지에 묻힌 옷들은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유독가스를 배출한다. 또 옷을 소각처리하면 대부분 합성섬유이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직물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매년 12억톤에 이르는데, 소각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까지 합치면 의류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10%에 이른다고 한다.

패션업체들은 대량으로 옷을 만들어내고, 팔다 남은 재고의류들을 그대로 소각하는 경우도 있다. 모두 멀쩡한 옷들이지만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위해 이런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친환경 의류업체인 파타고니아의 김광현 팀장은 이같은 패션업계 재고처리 방식에 대해 "패션기업들은 아울렛 등에서 재고를 팔다가 남은 의류들을 대부분 소각한다"며 "입다가 버리는 옷들의 대부분은 쓰레기로 버려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해외로 수출되는 헌옷들...결국 쓰레기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는 케이포네(Kpone) 매립장이 있다. 이곳은 북미와 유럽, 영국, 호주에서 매주 1500만개의 자루가 쏟아져들어오는 아크라의 칸타만토(Kantamanto) 재고의류 시장에서 발생하는 의류폐기물을 매립하는 용도로 세계은행에서 950만달러의 지원을 받아 지난 2013년 설립됐다.

2028년까지 운영할 수 있는 이 매립장에 버려지는 의류폐기물은 하루 70톤에 달한다. 그러다보니 운영한지 8년여만에 케이포네 매립장에 쌓인 의류폐기물의 높이는 20m 높이의 언덕을 이루고 있다. 얼마전 산처럼 쌓인 옷무더기 언덕에서 소들이 풀 대신 옷을 뜯어먹는 장면이 폭로되면서 모두가 경악하기도 했다. 이 매립장에서는 크고 작은 불들이 늘상 발생하는데 한때는 11개월동안 화재가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버려진 옷들을 태워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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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방송의 한 장면에서 소들이 케이포네 매립장에 버려진 의류폐기물들을 뜯어먹고 있다.

아크라가 이처럼 의류폐기물에 몸살을 앓게 된 이유는 패션업계가 지나치게 많은 옷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패션업계는 쌓이는 재고를 처리하는 방법으로 자선단체 등에 옷을 기부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는 매년 31만톤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류를 기부받은 자선단체들은 재판매 등을 통해 현금화하지만 상품가치가 없는 옷들은 수출업자들에게 1kg당 50센트에 팔아버린다. 문제는 기부 의류 가운데 3분의 1이 이렇게 처리된다는 것이다.

수출업자들은 싸게 구입한 의류를 개발도상국으로 수출하는데, 가나의 칸타만토 시장도 이런 방식으로 수출된 재고의류들의 집하장이 돼 버렸다. 칸타만토에 쏟아지는 재고의류가 워낙 많다보니 도시 곳곳은 의류쓰레기들이 널려있다. 심지어 이 의류쓰레기들은 하수구를 막거나 바다로 흘러들어가면서 해양을 오염시키고 있다. 의류폐기물에서 나오는 침출수가 지하수까지 오염시켜 주민들이 식수난까지 겪고 있다.

우리나라의 헌옷 수출량은 미국, 영국, 독일, 중국을 이어 세계 5위 수준이다. 수거된 헌옷 가운데 상품가치가 있는 옷들은 재판매하고 나머지들은 방글라데시와 캄보디아, 필리핀 등 개발도상국으로 수출하는 것이다. 옷을 필요이상 많이 사고, 몇번 입고 버리는 문화가 만연해지면서 의류폐기물량이 대량으로 발생한 탓이다. 현재 수출량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지만, 환경부에 따르면 헌옷 수출량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환경운동가들은 "의류폐기물을 해외로 수출하는 것은 일시적인 방책일 뿐"이라며 "결국 해외로 간 의류폐기물들은 지구를 오염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로 의류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명품 브랜드를 포함해 대다수의 패션업체들은 환경에 유해한 제품을 친환경 제품인양 눈속임해서 판매하는 '그린워싱'에 몰두하고 있어, 결국 소비자들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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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우리는 옷장문을 열고 '오늘은 뭘 입을까' 고민한다. 어쩌다 어제하고 똑같은 옷을 입고 회사에 가면 "OO씨, 어제 외박했나봐?" 이런 소리를 듣기도 한다. 저마다 디자인, 색상, 재질 등 자신의 취향대로 옷을 고르고 산다.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많아지면서 우리는 더 많은 옷을 소비하고 쉽게 버린다. 유행은 빠르게 변하고 옷은 싸니까.

이렇게 우리가 버리는 옷들은 결국 쓰레기가 돼 환경오염의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부분 석유제품에서 뽑은 합성섬유로 만든 옷들이다보니 매립하거나 소각하면 엄청난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 결국 옷의 과소비가 문제다. 그런데 과연 소비자들만의 문제일까. 옷을 과잉생산하며 소비를 부추기는 의류업계는 의류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일까.


◇ 환경오염의 주범 '패스트패션'


패션은 유행에 매우 민감한 업종이다. 유행이 바뀌면 그동안 만들었던 옷들을 다 폐기하고 새로운 트랜드를 반영한 디자인의 옷들을 빠르게 만들어야 살아남는다. 기자가 유명 패스트패션 브랜드 자라(ZARA) 매장을 한달간 방문하면서 직접 확인해본 결과, 1주일에 신상품이 2번씩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주 진열된 상품은 그 다음주 방문하면 사라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실제로 자라의 경우 1년에 약 4억5000만개에 달하는 옷을 생산한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세계 의류시장의 생산량은 2배 이상 늘었다. 자라, H&M, 아소스같은 패스트패션이 등장하면서부터다. 패스트패션 브랜드 옷은 값이 싸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계절만 입고 버린다. 이들이 생산하는 옷은 한해 800억벌에 달한다. 미처 팔리지 못하는 옷들은 곧장 쓰레기장으로 간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매년 전체 직물의 85%가 버려진다는 것이다.

국내 패션업계 시장규모도 2018년 기준 43조2000억원에 달했다. SPA(자가상표부착제 유통방식) 시장은 2018년 기준 약 5조원으로 전체 패션시장의 12%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한국섬유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SPA브랜드 시장규모는 2010년 1조2000억원에서 2018년 5조원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그만큼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도 늘었다는 점이다. 환경부 환경통계포털 자료에 의하면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섬유폐기물은 2010년 112만여톤에서 2018년 451만여톤으로 증가했다. 특이한 점은 SPA 시장규모와 사업장 배출 섬유 폐기물양이 같은기간 거의 동일하게 4배가량 증가했다. SPA 브랜드가 성장하는 만큼 사업장에서 버려지는 폐기물의 양도 증가한 셈이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더욱 심각해진다. 전세계 인구가 1년동안 구매하는 옷의 양은 5600만톤에 달하고 있다.

의류의 과잉생산은 쓰레기만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수질과 대기오염까지 유발한다. 원단 1톤을 생산하고 가공하는데 물이 최대 200톤이 쓰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류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물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원단을 가공하고 염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는 그대로 하천으로 흘러들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방글라데시 강물색을 보면 어떤 색상의 옷이 유행하는지 알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수질오염은 심각하다"고 말했다.


◇ 리사이클링 제품?···"그린워싱에 불과해"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의류업계를 향한 비난이 쏟아지자, 일부 패션 브랜드들은 버려지는 패트병을 재활용해 옷을 만드는 등 친환경 사업으로 전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자라의 경우도 2035년까지 자사가 생산하는 옷의 35%를 친환경 제품으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고, 유럽에서 소비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은 H&M도 2030년부터 100% 친환경 제품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아웃도어 의류업체들인 디스커버리, 노스페이스, 블랙야크 등도 폐페트병에서 추출한 원단으로 만든 의류를 하나둘씩 판매하면서 친환경 기업 대열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패션업계가 ESG경영의 일환으로 폐페트병을 활용한 의류를 생산한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결국 폐페트병에서 추출한 '리사이클 섬유'로 만든 옷도 따지고 보면 모두 합성섬유다. 리사이클 섬유로 생산한 옷들도 최종적으로 소각하거나 매립할 때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의류폐기물을 유예하는 것에 불과한 셈이다. 김광현 파타고니아 환경팀장은 "결국 폐기물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생산량을 타이트하게 조절하고 재고관리 또한 엄격하게 시행해 재고를 남기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리사이클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도 라인업이 제한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기자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에 직접 가서 의류매장을 이리저리 둘러봤지만 리사이클링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데상트' 매장의 경우 옷걸이에 있는 40여개의 점퍼 중 리사이클 인증마크가 부착돼 있는 것은 5종에 불과했다. '디스커버리'는 동물복지 오리털로 만든 패딩은 있었지만, 리사이클 섬유를 사용한 제품은 달랑 3종이었다. '노스페이스'의 경우 리사이클링 섬유로 만든 제품코너가 별도로 있었지만 제품 종류가 한정돼 있었다. 매장에서 만난 소비자 A씨는 "환경을 위해 되도록이면 친환경 옷을 사고 싶어도 내가 원하는 디자인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일반 옷을 사는 경우가 많다"며 "모든 상품에서 친환경 재질의 원단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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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의 2020 컨셔스 컬렉션 제품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패션브랜드들의 이같은 리사이클링 제품은 친환경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그린워싱'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전체 생산하는 제품의 극히 일부 라인업만 리사이클링으로 내놓을 뿐이라는 것이다. 환경보호를 위해 근본적으로 생산방식을 바꾸거나 생산량을 줄이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친환경 캠페인 기구인 '체인징 마켓 파운데이션'(Changing Markets Foundation, CMF)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친환경을 표방하는 패션 브랜드의 상당수는 '그린워싱'이라고 지적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소스(ASOS)의 친환경 의류 '리스폰서블 제품'(Responsible Edit)은 재활용이 가능한 합성물이 단 9%밖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했다. 또 H&M은 CMF의 가이드라인을 96%나 위반했다. CMF가 분석한 H&M 제품들은 65%가 합성물질이었고 54%가 폴리에스테르를 포함하고 있었다. 심지어 H&M이 지속가능 패션을 표방하며 출시한 '컨셔스 컬렉션'(Conscious Collection)의 경우도 72%가 합성성분이었다. CMF는 "친환경 제품에 대한 자격을 얻으려면 친환경 면과 같은 지속가능한 재료가 50% 이상 포함돼야 한다"면서 "친환경 제품 지침은 정확해야 하고 소비자들에게 관련 정보를 숨기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모든 제품을 리사이클 제품으로 전환하려면 단기간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며 "리사이클 제품을 만들고 싶어도 소재가 제한돼 있어서 모든 라인업에 필요한 원단을 구하는 것도 무리"라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파타고니아의 김광현 팀장은 "기존 브랜드들은 특정 라인업 안에서만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있는 것같다"면서 "궁극적인 목적이 매출 증진에만 맞춰진 것이 결국 한계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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