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패럴림픽의 막바지 무렵이었다. 저녁을 먹고 9시뉴스를 보는데 스포츠뉴스에서 국내 프로야구 경기결과가 보도된 후 패럴림픽에서 대한민국의 정호원 선수가 보치아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땄고 남자 탁구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수확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그 소식을 보고 매우 기뻤는데 나중에는 왠지 마음이 언짢아졌다. 저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땀을 흘렸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졌는데 패럴림픽에서의 금메달 획득이 국내 프로야구 및 프로축구 경기결과나 강정호의 홈런 소식보다 늦게, 뉴스 끝자락에서 보도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8년이 지난 오늘에도 장애인을 대하는 우리의 실제 모습은 별반 달라진 것 없이 광고수익의 효율성만을 고려한 것 같아서 말이다.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가 전면파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렸다. 일본의 도요타보다 임금은 더 높으나 생산성은 오히려 훨씬 낮다는 보도와 함께.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5년 시간당 임금총액 기준 대기업 정규직 임금과 비교할 때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은 35%, 정규직의 임금도 49.7%에 불과하며 대기업 비정규직 임금은 65% 상당이다. 그렇다면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 정규직 직원은 혹여나 그 하도급업체의 직원이나 비정규직 직원에게 배분돼야 할 몫을 조금이라도 가로챈 것은 아닌가. 근대 시민혁명을 통해 자연법 사상에 근거한 평등이념이 확립됐고 현대에는 단순히 법 앞의 평등, 정치적 평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배분적 정의 이념에 기초한 ‘실질적 평등’이 주창되고 있다. 근대적 평등사상은 중세 신분제로부터 인간해방을 통한 추상적, 선언적 이념성이 중시된 반면, 현대적 평등이념은 사회현실에서 나타나는 구체적 불평등의 양상, 특히 경제생활에서의 여러 불평등에 주목하고 이에 따르는 차별과 인권침해를 방지해 보다 더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한국의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을 비교해 보면 12배의 차이가 나는데 1990년의 9배 차이 보다 더 격차가 벌어진 결과다. 상위 10%가 전체 부의 66%를 차지하고, 최상위 1%가 차지하는 부는 전체 부의 26%에 이른다. 미국 듀크대 댄 애리얼리 교수는 ‘당신이 부를 직접 분배할 수 있다면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는 최하위 20%에게 부의 10%를, 하위 20%에게 14%를, 중위 20%에게 21%를, 상위 20%에게 22%를, 최상위 20%에게 32%의 부를 분배하는 것으로 나와 우리 현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물론 미국도 실제로 상위 20%가 전체 부의 85% 상당을 차지해 부의 불평등이 매우 심각한 수준인데 다행히도 설문조사에서는 58.5%만 소유할 것이라고 나왔다고 한다. 평등과 효율은 상충적이므로 평등을 확대하면 효율을 떨어뜨리고 효율을 높이면 평등이 감소한다는 이론이 종래 강력히 주장됐다. 그러나 배분적 정의에 입각한 평등한 소득분배는 계층 간 갈등을 줄이고 근로와 생산 활동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노력을 증진시켜 결국 효율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부의 불평등은 기회의 불평등과 결과의 불평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기회 불평등이 심화돼 가난과 부가 대물림되면 사회 다수 구성원들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해 그 경제체제는 오히려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불행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기회가 균등하더라도, 즉 경기규칙이 공정하더라도 승자와 패자에 대한 대우가 너무 불합리하다면, 즉 승자가 지나치게 많은 것을 가져가고 패자는 모든 것을 잃는다면 그것은 정당하지 않으며 결과의 불평등을 초래한다. 우리 사회는 절대적 빈곤을 극복했고 삶의 질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의료 및 교육분야에서도 상당한 복지수준을 이뤘음에도 상대적 빈곤과 차별에 대한 불만이 사회의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결국 소득재분배 정책 등을 통해 기회의 평등뿐 아니라 결과의 평등도 실현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나와 동등하고 모든 사람이 서로를 똑같이 소중하다고 믿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지금 현재 우리 사회는 모든 이들이 기회의 평등을 누리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의 신분제를 통한 출세 자유의 억압이 사려졌고, 신분으로 거주이전의 자유 또한 사라졌다. 우리는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이 어디든 이사를 하는데 아무런 제도적 제한이 없다. 모든 이들은 선거할 수 있는 선거권을 가지고 있고 취업과 승진을 하는데 누구나 같은 자격 조건이 주어진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며 현재 우리 사회에서 모든 이들은 제도적으로 차별받고 기회를 얻고자 하는데 제한이 없다. ▲ⓒ뉴스 프리존
앞의 내용을 읽고 많은 이들은 의문을 가질 것이다. ‘우리가 모두 평등하다니? 나는 평등하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데’ 라고 말이다. 우리는 왜 이런 의문을 가지는 것일까. 바로 기회의 평등이 결과의 평등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과의 평등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어떤 한 무리가 달리기를 시작할 때 모든 이들은 같은 출발선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기회의 평등이라고 말한다. 누군가 앞에서 먼저 출발하고 누군가 뒤에서 뒤늦게 출발하는 것이 아닌 모두가 같은 위치에서 출발하는 것 말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현재 사회에서 많은 계급이 나뉜다.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라는 말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한 사람이 사회에 태어났을 때 어떤 수저를 가지고 태어났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미래 또한 달라진다는 것. 이것이 바로 결과의 불평등이라는 것이다. 개인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 것인가 보다 그 개인이 처한 환경이 얼마나 뛰어난 것인가에 따라 달라지는 개인의 미래. 그렇기에 좋은 환경에 처한 소수의 개인보다 그렇지 못한 다수의 개인이 끝없이 힘들어지는 사회가 형성되어간다.
옛말에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가난해도 머리가 똑똑하고 출중하면 출세를 한다는 말로 누구든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의미이다. 지금 이 말은 사라지지 오래이지 않는가. 아무리 머리가 똑똑하고 출중해도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빛을 발하기 힘든 사회. 학구열이 높은 지역은 지역 소득 평균 또한 높다는 사실. 이러한 지역의 대학 입시 결과 또한 상위권 대학 합격률이 높다는 사실이 결과의 불평등을 입증해주는 사례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는 어떻게 이 기회의 평등이 결과의 평등까지 이어지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쉽지 않은 질문이다. 결과의 평등을 위해 개인의 재산을 소유하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할 수도 없다. 누구든 자신의 노력으로 재산을 사유할 필요가 있으며 자유롭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이러한 자유가 다른 이들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주거의 자유가 있다고 하지만 지칠 줄 모르는 집값 상승으로 주거의 자유가 누군가에 의해 제한될 수 있고, 취업과 승진의 자유가 개인이 처한 환경에 따라 제한되어 점점 더 불평등한 취업과 승진이 지속될 수 있다. 법 앞의 평등이 돈과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는 사회.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평등이 나란히 이어질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게 노력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고민이 시급한 것 같다. 이전 기사보기 다음 기사보기 “결과의 평등 NO, 기회의 평등 YES”라고? 바로가기 복사하기 본문 글씨 줄이기 본문 글씨 키우기 스크롤 이동 상태바 윤효원의 노동과 정치 “결과의 평등 NO, 기회의 평등 YES”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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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2020-10-10 08:18:21 더보기
2 1 기회의 평균? 2019-05-23 04:05:05 더보기
6 1 신 2019-02-03 22:58:43 더보기
시작도, 과정도, 결과도 마찬가지임 기회의 평등이란 예를 들어 돈만 있으면 길거리 노숙자도, 외계인도, 재벌도 사장님도 햄버거를 사먹을 수 있는 권리 와 같이 매우 당연하지만 중요한 것을 말함. 금수저가 어쩌니 흙수저가 어쩌니 성장과정의 불평등은 안타깝지만 개인사정이고 그런것까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이유는 없음. 6 1 미쳤다 2018-10-31 22:53:50 더보기
어떻게 결과의 평등을 주장 할 수 있냐 너무 이해가 안되네 아니 ㅅㅂ 노력여부, 성과여부등등 다 배재하고 결과가 평등하면 누가 노력을 하고, 누가 성과를 내겠냐 17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