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독 조여정 김치 - inganjungdog joyeojeong gimchi

인간중독

뭐 저는 송승헌도 별로 안 좋아하고, 평도 안 좋고 해서 이걸 딱히 볼 생각이 없었으나,

여기 나온 임지연씨가 영화제에서 신인상 3관왕을 수상한 것에 대해 제 친구가 몹시 분노하기에

어느 정도인가 궁금해서 봤습니다

물론 그게 유일한 이유는 아니겠지만요

네 일단 송승헌이 주연이라는 것부터가 오바센스입니다.

그 이유는 영화를 보면 알게 돼요.

자 신인상 3관왕을 수상하신 그 임지연씨.

첫 등장부터 아주 목석 같더군요.

예쁜건가요? 나름대로 드라마가 있는 얼굴 같기는 한데

연기를 워낙 못해서 저는 다른 매력을 찾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사람은 조여정 씨였어요.

아주 개성있고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어요. 송승헌의 아내 역을 맡았는데

군인인 송승헌을 내조하기 위해 부지런히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마음씨 곱고 약간 푼수끼도 있는 그런 역할이었습니다.

사랑스러운 푼수 연기를 참 맛깔나게 하더라구요.

본인은 진지하게 연기했는데 사람들이 웃기다고 해서 속상했다는 조여정씨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이 영화에서 볼만한 점이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워낙 아무 기대 없이 본 영화라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이 영화 영상미가 꽤 아름다워요.

그리고 그 시대에 유행했던 생활양식이나 인테리어, 패션 트렌드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지요. 

베트콩 어쩌고 하는 걸 보면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조여정을 비롯해 극중 여성들이 70년대 서양에서 유행했던 모드 패션룩을 입고 나옵니다.

독특한 프레임의 레트로 썬글라스, 진주 귀걸이, 롱스커트와 커다란 웨이스트 벨트.

특히 조여정 씨한테 참 잘 어울렸요!

영화 자체는 별로였지만 볼거리는 은근히 많았던 영화에요.

미술감독님이 누구실까나

불륜덩어리 닝겐들... 부들부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어요.

전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또 보고 또 보는 버릇이 있는데 이 장면도 자꾸 돌려보게 되네요.

* 이숙진      (조여정)

* 최중령네  (전혜진)

+ 나머지는 다른 관사 여자들

-아니 어쩜 그렇게 맹랑한 게 있어요? 아주 지 남편 출세시키려고 몸을 내던지잖아요. 사모님도 보셨죠?

-난 그 날 우리 남편 취해서 실수하고 있었는데 딱 끊어줘서 되려 고맙던데?

-아이구, 마음도 넓으셔라.

<중략>

-아무튼, 길을 헤매고 있는 걸 그 경대위 엄마가 거둬서 키웠나봐요. 반식모로 큰거지. 아니, 식모지.

-그럼 같이 자란거네 남편이랑?

-야, 그것도 맹랑하지 않아? 친오빠나 진배 없는 남자를 꼬셔가지구 결혼까지 한 거 아냐.

 아무튼지간에 보통 애가 아냐, 걔.

-집에선 반대를 안한 모양이지?

-뭐 되려 그 시어머니가 적극 나선 모양이던데 뭐.

-응? 식모로 자랐다 그러지 않았어?

-뭐... 뭐 아무튼. 엄청 좋아하나봐요 그여자. 딸같이 키웠나봐요, 나중엔.

-나도 그 친구 좋던데.

-뭔가 통하는 게 있나보죠, 사모님하고는? 동병상련? 깔깔깔.

(표정 굳는 이숙진. 담배에 불을 붙인다. 다른 여자들도 분위기를 감지한 듯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참, 영철이 엄마. 우리집 와서 김치 좀 담가줄래요?

-네? 김치요?

-배추는 사놨는데, 담기가 귀찮네. 내가 늙나.

-(어색하게 웃으며) 아, 나랑 담으면 되겠다, 그치! 자기도 같이 하자, 응?

-응, 응

-무슨 김치 하나 담그는데 온 관사가 수선을 떨어.

-....

-귀찮은가봐?

-..........

-내가 담을게요.

-(다급히) 아니에요. 젓갈을 뭘 쓸까.. 그거 생각하느라구요. 백김치도 담글까요, 하는 김에?

-그런 건 알아서 하구. 응? 일일이 물어보지 말구. 다 물어봐.

-...백김치도 담가야겠어요.

남편의 서열에 따라 그 아내들의 서열도 자연스레 정해지게 되죠.

대한민국 주부들의 한국형 갑질은 '김장할 때 부르기'입니다.

극중 조여정 씨는 '우리 집 와서 김치 좀 담가줄래요?' 라는 대사 한 마디로

누가 보스이고 누가 부하인지를 정확히 일깨워줍니다.

결국 기고만장하던 전혜진 씨가 꼬리를 급히 내리면서 사건은 일단락됩니다.

아까 조여정씨 연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했는데, 전혜진 씨 특유의 구수한 감초연기도 참 좋았어요.

약삭 빠르고, 아부 잘하고, 텃세 부리고 험담 잘하는 그런 전형적인 진상아줌마 캐릭터인데

얄밉긴 하지만 비중이 적어서 악역이라 하기엔 어렵고 그냥 딱 감초 같았어요.

비중이 크진 않지만 존재감은 컸다는 점!

음 얘기하다 보니 주연배우인 송승헌의 연기에 대한 코멘트가 빠졌는데요

그 코멘트는 사진 한 장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배경을 왜 70년대로 했을까, 주인공들은 왜 군인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런 설정들이 굳이 필요하지 않아보였거든요. 그저 에로를 위한 에로영화였던 것 같아요.

온주완을 수완 좋은 부하 역할로 투입 시켜서 나름대로 군인들 사이의 위계관계와 줄타기 같은 것들을 묘사해보려 한 것 같았지만

스토리 자체가 너무 빈약해서 그런지, 죄다 흐지부지. 70년대의 시대적 배경이 인테리어나 의상 외에는 잘 반영된 것도 아니었고요.

베트남 파병과 그로 인한 후유증이라는 좋은 소재가 있는데 그것 마저 스치듯 지나가버려요.

심지어 송승헌 임지연이 서로에게 이성으로서 끌리게 되는 지점조차 모호합니다.

스토리도 그닥인데 주연배우들 연기력도 처참하니 참 영상미 말고는 건질 게 없는 영화였어요.

오히려 조연들의 활약이 빛나는 영화였죠. 온주완, 박혁권, 전혜진, 조여정, 그리고 유해진까지.

임지연의 목석 같은 연기도 문제였지만 그 분은 신인 여배우라고 쳐도

송승헌은 연기경력이 대체 몇년인데 어떻게 여지껏 변화도 발전도 없는 연기를 보여주는지 이해가 안 가네요.

눈 부릅 뜨고 눈썹 꿈틀거리고. 온 안면근육에 힘 주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연기가 없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이번 영화는 주연작이었는데,

이 영화를 위해서 몸 만드는 것 외에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물어보고 싶네요.

영화 '인간중독'서 조연으로 호연 '눈길'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야망을 좇는 뻔뻔한 아줌마에서 남편과 알콩달콩 살아가는 가녀린 여성까지.

배우 조여정이 극과 극을 넘나드는 연기로 시선을 끌고 있다. '인간중독'에선 야심만만한 이숙진 역을, '표적'에선 조신한 의사 부인 정희주 역을 맡으면서다.

성격은 다르지만 극적 비중은 비슷하다. 조연이다. 전작들인 '방자전'(2010)과 '후궁: 제왕의 첩'(2012)에서 주연을 맡았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인 선택이다.

"저는 주·조연에 대한 개념이 없어요. 어떤 캐릭터를 할 수 있을까, 또 어떤 걸 하면 새로움을 보여줄 수 있을까가 포인트입니다. 오히려 주연이 아니어서 동시에 '인간중독'과 '표적'을 찍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캐릭터도 완전히 다르고…재밌을 것 같았어요."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여정은 이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인간중독 조여정 김치 - inganjungdog joyeojeong gimchi

숙진은 남편의 출세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여인이다. 임신을 위해 남편 김진평(송승헌)과 규칙적인 잠자리를 갖고, 남편 부하의 아내들을 엄하게 '다스리는' 군 고위 간부의 부인 역이다.

인상적인 장면이 여럿 있다. 하극상을 범하려는 부인 전혜진에게 '김치나 담그러 오라'고 핀잔을 줄 때의 카리스마, 남편과 잠자리를 가지면서 '너무 좋아~'라고 말할 때의 코미디는 영화를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장면들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조여정이 있다.

"연기의 팔 할 정도는 '안경'의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마치 '마스크'(짐 케리 주연의 영화)처럼, 안경을 끼면 '그분'(숙진)이 오신다고 할까요? 어떤 걸 해도 창피하지 않았어요…. 전혜진 언니는 평소 제가 워낙 좋아하던 배우였어요. 팬이었는데, 같이 붙는 장면에서 케미(호흡·교감)가 좋았던 것 같아요. 찍으면서 재밌었어요."

조여정은 '인간중독'의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김진평이라는 캐릭터에 깊게 빠져들었다고 한다. 진평과 가흔의 범상치 않은 사랑이 아름다웠다. 그런 아름다움의 뒤꼍에는 숨 막히는 현실이 있어야 했다. 둘의 사랑이 더욱 불타오르도록 만드는 기폭제 역할. 조여정은 숙진이 마음에 들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많이 울었어요. 김진평의 대사를 거의 다 외울 정도였어요. 그의 사랑에 마음 아팠는데, 제가 진평을 숨 막히게 해놔야 둘의 사랑이 더욱 불타오르는 거잖아요. 숙진을 맡으면 흥미로울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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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여정이 맡았던 '방자전'의 춘향, '후궁:제왕의 첩'의 화연은 모두 세속적 욕망에 지배당하는 인물들이다. '인간조건'의 숙진도 마찬가지다. 그가 맡았던 세 인물을 꿰뚫는 키워드는 욕망이다.

"사람은 모두 욕망이 있어요. 하지만 그걸 표출하는 방법은 제각각이죠. 춘향이는 귀엽지만 발칙하게, 화연은 찍소리 못하다가 결정적일 때 한방을 보여주잖아요. 숙진은 표정은 싫어하지만 말은 다른 말을 하고…."

사실 욕망의 부분집합이라는 점에서 인간 조여정도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연기를 하고픈 욕망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비등점까지 올라갈 때 즈음이었다. "10년이나 연기했는데 답은 없고, 연기에 대한 갈증은 점점 커가고, 연기라는 건 영원한 짝사랑일 수밖에 없는가"라고 자포자기 할 때였다. '방자전'의 김대우 감독과는 그런 시기에 만났다.

"제 눈은 춘향이를 열망하는데, 겉은 침착하더래요. 안은 출렁이는데 겉은 침착했던 점이 '춘향이구나 싶었다'고 감독님이 나중에 그러시더라고요."(웃음)

조여정은 '뽀미 언니'의 순진한 이미지를 벗고, 김대우 감독의 기대대로 과감한 노출을 선보였다. '방자전'은 그의 말로는 "연기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연기를 한다는 건 어떤 의미에선 '단' 위에 올라가 있는 거예요. 타인의 평가를 피할 수 없는 직업입니다. 19~20살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요. 작품을 찍을 때 다치면 큰일 나요. 제 몸은 제 것이지만 제 것이 아니기도 해요. 노출도 마찬가지에요. 타고난 몸매가 좋아서 노출한 게 아니에요. 단, 내가 가진 것 안에서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은 했어요. 누구든 기회가 온다면 제가 한만큼은 할거라고 생각해요. 그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 때문이죠. 타인의 시선이나 가족들에 대한 걱정과 제 일은 구분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걸 신경 쓰면 이 일을 어떻게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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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자전' 인터뷰 당시 "80점 정도의 연기를 했다"고 자평한 그는 "제가 그랬나요?"라고 되물으며 "연기에 점수를 줄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저는 혹평을 받은 적도 있고, 칭찬을 받은 적도 있어요. 늘 80점 이상 받는 배우라는 게 좋은 평가일까 되묻기도 해요. 연기가 안정적이라는 말인데, 다르게 해석하면 '연기가 진부하다'는 말일 수도 있잖아요. 어떤 날은 말도 되지 않는 연기로 20점의 평가를 받을 수 있고, 또 어떤 날, 특정 장면에선 '대박'이 날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저는 진부한 것보다는 후자가 나은 것 같아요."

그의 연기 지론은 "그날그날 최선을 다하자"라고 한다. 비단 연기할 때뿐 아니다. '지금, 여기'서 온 힘을 기울이는 건 그의 인생관이기도 하다.

"저는 그날그날이 중요해요. 멀리 못 봐요. 오늘 인터뷰하면서 내일 일 생각하는 걸 못 견뎌요. 사실 그날 본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할 때, 또 다른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비록 돌고 돌아 한참 뒤에 만들어질지라도 말이죠."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4/05/22 14:25 송고